한센병이라고 아세요? 지금은 거의 잊힌 병이지요. 치료약도 나오고 거의 완치가 가능한 병이지요
하지만 나 어렸을 때만 해도 한센병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우리 문학에도 많이 나오는 문둥이들이 바로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어렸을 땐 동네 어른들에게 아기를 먹거나 사람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했던 병이 한센병입니다.
다 근거 없는 소문이죠.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는 그게 정설이었습니다.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닙니다. 전염병인데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 95%는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있어서 한센병의 균이 나오는 사람과 있어도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센병 환자들은 유전병인 줄
알고 부모가 한센병에 걸리면 자식들도 연좌제로 돌팔매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스스로 소록도라는 곳에 찾아갑니다. 참 아픔이 많은 섬이죠.
한센병에 걸리면 말초신경이 마비되어 고통을 잘 못 느낀다고 합니다. 몸이 문 드려져서 외모가 많이 변형되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꺼려하는 병이기도 하고요.
헬스로그 운영자이신 블로거 양깡님에게 받은 책 선물로 읽은 책입니다.
밀린 책들이 있어 나중에 읽은 책인데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참 먹먹해지네요
이 책은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는 김범석이라는 30대 초의 청년의사가 쓴 소록도에서 일상을
덤덤하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소록도라는 특수한 환경의 사람들의 슬픔을 쥐어짜서
쓴 책 같다는 편견도 있었습니다. 가끔 가난한 사람들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담은 책들 중에는 너무 감정에
치우쳐 나중에는 공감도 되지 않고 저자 혼자서 질질 짜는 모습에 고개를 흔드는 책들도 참 많거든요
저도 그런 책에 몇 번 당했던지라 솔직히 편견을 가지고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소록도에서 있었던 일을 일기 쓰듯이 미사여구를 제거하고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연의 주인공이 돌아가시는 걸로 끝맺음을 하는 에피소드이지만 그 죽음이 슬픔이라기보다는
행복한 곳에서 오래오래 사세요. 이승에서의 고통 저승에는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다음 생은 편견과 고통 없는
세상이길 바란다는 윤회설을 믿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저자인 김범석 의사는 공중보건의로 소록도에 가게 되는데 이 저자의 심성이 너무나 강직하고 고와서
마치 형과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강남의 초중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한 청년의사 엘리트중에 엘리트인
그는 우리가 익히 상상하는 재벌 2세, 3세의 주가 조작하는 타락한 모습이 아닌 정말 엘리트 정신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소록도에 처음 부임했을 때 섬에 널려있는 감나무의 감을 보면서 왜 아무도 안 따가지 하면서
감을 따서 자기 방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는데 간호사분이 여기 한센병에 걸린 분들은 손가락이 없어서
감을 못 딴다고 하는 말에 충격을 먹고 부끄러워했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일반인이 바라보는 한센인들의
시선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책에서는 대부분 고령의 한센병에 걸린 할머니 할아버지 사연을 소개합니다. 지금은 치료약이 있어서
한센병에 걸리는 환자가 한 해에 100명도 안됩니다. 병에 걸려도 치료가 가능하고 완치가 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치료약도 없던 시절이라서 무조건 격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소록도로
보냅니다. 그래서 소록도는 고령의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병 한센병
이 한마디의 문구가 절 아프게 하더군요. 자식이 아무리 못났어도 다 부모 책임이라는 생각에 부모님들은
자식을 절대로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센병은 다릅니다. 동네 사람과 같이 살려면 자식을 버려야 합니다.
때론 매정하게 혹은 몰래 혼자서 알아서 소록도에 온 자식을 찾아서 찾아온 어머니 등등
단종수술(우생 수술)을 받아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하는 일제의 폭력으로부터 한센인 부모를 둔 정상아인 미감아와의 면회를 그리는 모습 등은 참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정말 눈시울이 적셔지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의사 김범석은 그냥 살며시 소록도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책에 적습니다..
바깥세상에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그들 하지만 저자는 그 사실을 알고 고통을 받을 사람이 한 사람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책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을 딱 한 분만 빼고 가명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의사 선생님의 고운 심성 때문이죠
어렸을 때 의사라고 말한 적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의사는 항상 선생님이었죠.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은 선생님이란 고귀함과 존경의 대상이었고 그 어떤 직업보다 가장 선생님이란 존칭이
어울리는 직업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한센병에 대해 잘 모르신다면 책 맨뒤에 있는 부록 1,2를 먼저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소록도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인간미를 느끼시고 싶으시면 이 책을 꼭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