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오후를 좋아하세요 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91년도 거리에 붙어있던 포스터 당대의 청춘스타였던 이미연과 최수종이 나온 영화인데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 평들이 좋지도 않고 그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거리마다 붙어있는 그 포스터를 보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비 개인 오후를 좋아하세요? 네 무척 좋아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비 개인 오후를 좋아하실 거예요. 어제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갑자기 햇살에 자리를 비켜주던 시간 오후 5시가 넘으니 갑자기
태양이 뜨더군요. 바로 카메라 들고 나가봤습니다. 여름하늘은 정말 매직이라고 불릴 만큼 놀랍고
변화가 많은 하늘이라서 하나의 무언극을 보는 모습입니다.
안양천으로 나가봤습니다.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어서 안양천에 나가야 이 풍광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화단에는 채 마르지도 않은 빗방울이 걸려 있습니다.
비가 그치니 사람들만 좋아하는게 아니네요. 곤충과 새들이 아주 즐거워하네요.
물은 많이 불었습니다. 흙탕물로 변한 물들이 한강으로 한강으로 흐릅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요.
인라인 트랙에는 사람들이 없네요. 비 때문에 없는 듯합니다.
강가의 강아지풀에도 생기가 돋아 보입니다.
하늘색이 정말 파랬습니다. 너무 파랗게 칠해져서 넋 놓고 봤습니다. 지금 사진의 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색이었습니다. 카메라가 그 빛과 색을 다 담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하네요.
자전거 도로 위에 고인 물에 파란빛이 같이 고여있습니다.
풀 잠자리가 알을 낳고 있는 듯하네요. 힘 있게 꺾은 꼬리가 인상 깊네요.
태양빛에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사뭇 보석과 같아 보입니다. 너무나 황홀경이라서 여러 장을 찍으려고
했는데 풀잠자리가 유혹해서 풀잠자리 사진 찍다가 태양이 구름뒤로 숨어서 놓쳤습니다.
여름 하늘은 눈물 뚝뚝 흘린후의 개운 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썬도그로 알고 있던 채운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카메라로 담으니까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습이 있는데 어제 전 분명히 채운을 봤습니다. 하늘에 무지갯빛이 살짝 보이더군요. 그것도 두 군데 서요. 구름 속에서 무지갯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어제 날씨가 무지개가 뜰만한 조건이었는데 무지개가 안 뜨더군요. 대신에 구름에 무지개를 만든 듯합니다. 연신 셔터를 눌렀지만 카메라가 못 따라 가는지 올곧이 담지는 못했네요.
여름이 주는 선물 중에 하나가 무지개와 이런 맑게 개인 모습인데요.
어제 그 선물상자 마구 풀어헤쳐서 본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