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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베스트셀러에 시집이 없어진 시대를 사는 우리

by 썬도그 2008.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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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쌈이라는 KBS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방송의 내용은 베스트셀러가 편법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파해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종로 대형서점에 1,2주 반짝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갔다가 순위에서 사라진 책들을 조사했는데요
그 서적들이 왜 갑자기 올라왔다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분석내용으로는
과도한 마케팅, 편법사재기가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있습니다.  우리가 대형서점에 가면 가끔 저자
싸인회를 하는데 그 저자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중에는  저자의 아들의 친구들이나 아는 지인들이
와서 책을 사서 싸인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돈으로 산것이 아니라  상품권을 미리 나눠주고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싸인을 받습니다.  그렇게 2백권 3백권을 소화하면 1주일단위로 평가되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바로 진입할수 있습니다.  편법 사재기죠.

또한  포옹이라는 책은 온라인에서 6,900원주고 살수 있는데  그 책을 사면 15만원짜리  가족사진 촬영권이
들어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큰경우죠.
예전에도 제가 몇번 지적했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에 속아서 사는 독자들도 있다는것 입니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다워야 베스트셀러라 불리울수 있는데   예전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것 같습니다


프로그램말미에 서적을 모으는것을 취미로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이 나와서 따끔한 한마디를 하더군요.
독자들의 수준이 낮아서  출판사들의 저급한 마케팅에 휘둘린다것입니다.  하나 더 꺼주는 1플러스 1 행사를
하는 책이 더 잘팔리는 현상이 그러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책장에 꽂혀있는  태백산맥을 가르치며   이런책 이젠 다시는 못나와요. 내 장담하는데 이런책 앞으로 못나와요~~

흠.. 그러고보니 최근엔 토지나 태백산맥같은  대하소설이 나오는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온통 처세술,  경영, 부동산책입니다. 문화, 예술쪽은 온통 사진에 관한책이구요.  사람들이 예전보다 실용적인 바로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호하는 시대가 된것도 있구 세상논리중 1순위가
경제논리로 돌아가는 이유도 있을것 입니다. 먹고사는게 최고의 우선순위고 마음을 살찌우고  교양을 쌓는
모습은 저 뒷전으로 쭉~~~ 밀려나간 모습입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실떄도 예전보단 돈굴리는법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것 같네요.
예전같으면  은행이 14%정도 이자를 주던 시절에는 투자=은행 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몫돈 굴리는게
삶의 화두가 되어버린 시대의 자화상이  서점계에도 배겨나오는듯 합니다


예전 베스트셀러들은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올려봅니다

1922 환희
1925 국경의 밤, 진달래꽃
1926 님의 침묵
1927 백두산근참기
1928 나의 침실로, 임꺽정전
1929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30 젊은 그들
1933 흙
1935 금삼의 피
1936 상록수
1937 찔레꽃, 렌의 애가
1938 조선어사전, 사랑
1939 순애보
1946 조선말 큰사전
1947 도산 안창호, 백범일지
19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9 조선신문학사조사
1950 김삿갓방랑기
1954 자유부인, 카인의 후예
1955 보리피리, 생명의 서
1956 얄개전, 벙어리냉가슴
1957 생활인의 철학,
1958 슬픔은 강물처럼
1959 비극은 없다, 마음의 샘터
1961 광장, 영원과 사랑의 대화
1962 청춘을 불사르고, 김약국의 딸들, 세계일주무전방랑기
1963 흙 속에 저 바람속에
1964 저 하늘에도 슬픔이, 순교자, 경제원론(이만기)
1965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1966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1967 조선총독부
1968 분례기, 석녀
1973 별들의 고향
1974 객지, 전환시대의 논리
1976 당신들의 천국, 무소유
1977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1978 하늘을 우러러
1979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토지, 사람의 아들
1980 어둠의 자식들
1981 인간시장, 옛날옛날한옛날에
1982 배짱으로 삽시다
1983 한국인의 의식구조, 대학별곡
1984 소설 손자병법, 노동의 새벽
1985 철학에세이
1986 태백산맥, 숲속의 방
1987 홀로서기
1988 삼국지(이문열), 남부군
1989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1990 소설 동의보감
199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992 반갑다 논리야,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1993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994 서른 잔치는 끝났다, 퇴마록
1995 천년의 사랑
1996 아버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1997 선택
1998 홍어, 모순, 산에는 꽃이 피네
1999 노자와 21세기,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자료출처 네이버지식인

제가 고등학교때 학원을 끝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던곳이 노량진 서점이었습니다.
그떄 읽었던것이 붉은방이라는 이상문학상 수상집과 홀로서기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엇죠.
그리고 기억나는게  에밀과 탐정들을 쓴  에릭 케스트너의  마주보기였습니다.  이 마주보기는 아주 시니컬한
시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그 시를 읽었을떄의 전율이 마음속에서 퍼 올려지네요

글이 좀 새지만 마주보기를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 erich kastner

(감정이 메말라 수혈을 필요로 할 때)


다시 한 번
인생을 되풀이 할 수 있다면
열 여섯 살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문설주에 뒤로 서서
키를 재어 보고 싶다.


학교로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
동무를 부르고 싶다.


밤의 창가에 서서
별들을 헤아려 보고 싶다.


거짓을 말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다시 한 번
밤늦은 공원에서
키스하고 싶어도 얼굴을 돌리는
볼이 붉은 소녀와
산보를 하고 싶다.


문을 닫으려는 점방에 들어가
소녀와 나를 위해
2마르크 50페니로
쌍으로 된 가락지를 사고 싶다.


곡마단 구경이 하고 싶어
엄마를 조르고 싶다.
담배 피우는 원숭이를 보고 싶다.
머리가 둘인 황소를 보고 싶다.
첨 만져본 여자의 가슴이 너무 부드러워
깜짝 놀라고 싶다.


열 여섯살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보다 나중에 있었던 일들을
고무 지우개로 모두 지워 버리고 싶다.


다시 한번
인생을 되풀이 할 수 있다면
열 여섯 살이 되고 싶다.

80년대 중반에는 시집의 천국이었습니다. 대형서점에는 시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였죠.
학생인 나에게 소설책보단 시집이 3천원정도로 싸고 좋았구 가볍게 읽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주보기, 접시꽃당신, 홀로서기등. 

역대 베스트셀러에 보면 주옥같은 책들이 많습니다. 난소공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 책으로

손꼽는 책이고 숲속의방은 70년대의 대학생의 방황을 잘 그린 작품이죠. 86년도의 태백산맥이 베스트셀러에 오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입니다. 책이 한권짜리가 아니고 수권이 되는 대하소설입니다.

그 당시 시대상이 엄숙주의와 이념주의가 있기 떄문이지만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님에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는것은  제가 죽기전엔 다시 못볼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94년의 최영미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시집의 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이 이후에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념의 소용돌이가 잦아진 90년대 중반이후에 시집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도종환, 서정윤 시인대신에  이정하, 류시화, 원태연이란 시인들이 바통터치를 합니다.
이정하, 류시화 시인의 시는 너무나 달콤해서 막대사탕을 다 먹고 입이 너무 달달해서 짜증도 나기도
했습니다.  원태연이란 시인은  90년대 중반에 문단에 데뷰하지만  혹독한 비판을 받았죠.
저도 신림동의 서점에서 비가 추레하게 내리던날  원태연 시인의 시집을 읽었는데  몇장을 넘기고
들었던 느낌은  이거 자기 일기장에 사랑낙서 해놓고  시라고 우기는건가 했습니다.  문단에서는
시인도 아닌 사람이 시를 내서 대박을 쳤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원태연 시인의 시집 많이 팔렸죠.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봐. 그 뺀 나머지만큼 널 사랑해」 라든가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널 생각 안 해」라는  원태연 시인의 시는 유행가가 될정도였죠.
비판을 받을만한 시집이었습니다. 지금의 귀여니의 원조격이 원태연시인이죠.  제가 보기엔 원태연시인의
시집이 히트치고 난후 사람들이 가벼운책 머리 안아픈책 즐기는책 나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것  어떻게 살라고
충고하는 처세술책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합니다

2천년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2005년에는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이 1위를 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머리아픈 태백산맥
류의 책을 안읽습니다.  그 변환점의 피크에 있었던것이 원태연시인의 시집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솔직히  원태연시인 알려지지 않았던 떄에 서점에서 우연히 읽다가   이런걸 책으로 내다니 대단하다~~ 라고 했는데  몇달후에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았죠. 사람들이 좋아하는것입니다.

그때 알았죠. 이젠 80년대 90년대초반의 엄숙주의가 무덤속으로 들어가나보다 했구
때마침 서태지와 힙합 테크노등등 한국은 밝은곳으로만 향해 달려갔습니다.  쾌락이 선이고 진리인
시대가 된것이죠.   야 그거 이러이러해서  안좋지 않냐~~ 라고 하면  뭐 어때 재미만 있음 됐지
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쾌락을 쫒는 모습을 비판하는것은 아닙니다. 남에게 피해만 안준다면 쾌락을 쫒던 상관할바는 아닙니다. 
다만 그 쾌락과 가벼움 그리고 실용이란 화두가 지금 시대를 끌고가다 보니 시같은것은 고리타분
한걸로 여기고  출판사의 상술에 쉽게 휘둘리는  독자들이 많이 생긴것 같습니다.

처세술에 관한 책들을 전 읽지 않습니다.  처세술이란 자신의 경험에서 나와야 진국이지 남위 귀에다가
떠들어봐야  하나 들리지 않죠.  어머니와 아버지가 평생 옆에서 ~~ 하지마라  이렇게 해라 라고 해도
그게 잘 들리지 않죠. 자기가 닥쳐보고 겪어봐야 아는것이 경험이고 경험이 쌓이다보면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는게 처세죠.    처세술책은  교통신호등이나 표지판이 아닙니다.  처세술책처럼 신호지키고
정속주행을 해봐도 성공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너도 알고 나도아는 성공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처세술책으로 인해 오히려 지름길이 꽉 막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몇년전에 아침형인간의 책 그리고 메모에 관한 책이 히트친적이 있엇는데 지금 아침형 인간들
거의 멸종했습니다. 내가 아는 선배는 아침형인간이 되었다고  떠들면서 다니더니
작년인가 형~~  요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물어봤더니  미쳤냐~~ 피곤해 죽겠는데

글이 궤도에서 좀 벗어날려고 하네요. 글 그만 줄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시대가 변했으니 옛것을 고집하긴 힘들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면 처세술 경영서적이 들불처럼
깔려있습니다.  시집이 다소곳하게 놓여있었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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