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지만 서울 밖으로 나가는 여행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가고 오고 하는 시간이 길기에 쉽게 할 수 없죠. 그래서 주말에 반나절 정도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자주 갑니다. 그런데 그것도 자주 가는 곳만 갑니다. 제가 주로 찾는 곳은 서울에서 서울 같지 않은 그러니까 아파트단지 엄청 많고 주택 많고 뻔하고 흔하고 특색도 없는 곳 말고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곳을 좋아합니다.
서울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서울은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이고 실제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을 오면 90%가 서울을 찾는다고 하죠. 그래서 서울 여행을 잘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관광객들입니다. 관광객들끼리는 정보 교류가 아주 많거든요.
그러나 서울에 갈 곳이 있나? 라는 생각도 참 자주 많이 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찾으려고 하면 갈 곳이 꽤 많더라고요. 특히 숲을 끼고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등산처럼 수직으로 오르려고 하는 분들 말고 수평으로 오래 길게 걷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바로 '다산 성곽길'입니다.
이런 곳을 이제 알다니! 다산 성곽길
이 성곽길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소곤소곤 불어오는데 움직이질 못하게 하네요. 성벽 안쪽길도 좋고 성밖 다산동 주택 풍경도 좋습니다. 서울 성곽길을 올해 안에 종주하고자 목표를 세웠는데 이 다산 성곽길은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양도성길이라고 하는 한양 성곽길은 총 길이가 13km로 조선시대에 지어진 성곽입니다. 도성 방어 목적은 아니고 한양의 경계선을 긋는 용도입니다. 실제로 왜군이나 청나라 침공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걸 잘 알기에 조선의 왕들은 빤스런을 참 야무지게 잘했습니다. 한양 성곽 크기가 엄청 커야죠. 방어 목적이었다면 좀 더 작게 만들었어야 합니다.
농번기에 강제로 끌려와서 강제 노동을 한 결과 이런 튼튼한 성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그 혜택을 받고 있네요.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는 세종대왕을 빼고는 고마움이 많지 않지만 그 필부필부의 백성 분들에게는 고개숙여서 존경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다산성곽길
다산 성곡길은 한양도성길의 남산 목멱길 구간의 일부입니다. 시작은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바로 앞에서 시작합니다. 장충체육관을 지나 신라호텔 뒤쪽 조각공원을 끼고 시작합니다.
신라호텔 근처의 야외 카페입니다.
이길 옆에 이렇게 성곽 위쪽 길이 시작합니다. 참고로 성곽길 위쪽과 아래쪽길 모두 걸어보길 추천합니다. 길이는 약 2~3km이고 다 걷는데 3시간 내외입니다.
고무로 된 미끄럼 방지 패드가 깔려 있는 길을 쭉 따라가면 됩니다.
요즘은 야자수 패드가 많은데 여긴 고무로 되어 있네요. 여름 더운 날에는 고무 냄새가 진동을 할 수 있는데 여기가 나무가 많아서 응달이 져서 그런지 냄새는 안 나네요. 그리고 이날 바람도 엄청 불고 아주 시원했습니다.
성벽 밖은 다산동과 약수동입니다. 주택들이 가득하고 아파트 단지도 많이 보이네요.
신라호텔 야외 조각공원입니다. 물론 못 들어갑니다. 담장이 있어서요.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언덕이 있지만 심하지 않고 길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입 부분만 이렇게 언덕이 있지 나머지 구간 대부분은 평탄합니다.
자꾸 성벽 너머를 보게 되는데 사실 보기 아주 좋은 풍경은 아닙니다. 다만 이것도 한국적인 이미지이고 무엇보다 하늘이 많이 보여서 날씨 변화에 따라서 풍경이 확확 달라질 듯하네요. 비가 많이 오는 날 다시 가보고 싶네요.
다른 성벽과 다른 점은 성벽 안쪽에도 소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 소나무가 거의 없거든요. 그리고 그늘이 져서 걷기 참 좋네요. 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쭉 걷다가 작은 구릉이 나왔는데 여기서 보는 풍경이 아주 좋습니다. 저 멀리 신라호텔이 보입니다.
저는 참 신기한 곳이다 이렇게 예쁜 곳이 있나 하고 감탄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냥 일상일 겁니다. 낙산 성곽길과 비교하면 여기가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좋네요.
이 다산 성곽길을 알게 된 건 성벽 너머의 저 다산 성곽 도서관 덕분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고 알게 되었는데 성곽길도 엄청 예쁘더라고요. 드라마 '닥터슬럼프' 배경으로 담기기도 한 곳이고요.
날이 좋으니 저 멀리 산도 다 보이고 동대문 두타 건물도 보입니다. 정말 서울은 거대한 도시입니다.
성벽 구간 중에 여기는 여느 성벽과 다르네요. 여기는 전통 성벽 기법이 아닌데요. 너무 다르네요.
이렇게 지붕이 있어야 성벽이죠. 수시로 풍경이 달라지다보니 자꾸 멈추게 되고 오래 보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눈이나 비가 오는 그리고 해 질 녘에 다시 와봐야겠습니다. 계획은 저녁 풍경까지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저녁에는 종로로 이동을 했습니다.
서울에도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네요. 새삼 놀라고 놀랐습니다. 이 흥분을 깨는 소리가 밑에서 들려오네요. 할아버지 두분이서 술 먹고 싸우시고 계시네요.
성곽 쌓기는 시대별로 달랐다고 해요. 여그럼에도 여기는 하단과 상단이 너무 다릅니다.
다산 성곽 도서관 잠시 들렸다가 나와서
이번엔 성곽 외벽을 걸었습니다. 성곽 외벽 바로 옆에 길이 있어서 걷기 좋습니다.
성곽 축조 방식이 다 다르네요. 상단은 아마 성곽 복원하면서 대한민국 시절에 만들어진 듯합니다.
중간에 성곽 안과 밖을 이동할 수 있는 구멍이 딱 하나 있어요.
왔던 길을 돌아갔습니다.
성곽이 있는 동네들은 대부분 고지대라서 가파른 골목길이 많습니다. 가운데 줄이 쫙쫙 가 있는데 열선인가 보네요. 겨울에 눈이 오면 열선이 가동되어서 미끄러지는 걸 방지합니다. 호기심에 내려갔다가 막다른 길이라서 다시 올라왔네요.
길냥이 가족이 하악하고 인사를 하네요. 하악질 하다가 내려갔다가 막다른 길에 놀라서 돌아 나올 때는 하악질 안 하네요.
성곽길 바깥에는 다양한 카페와 흥미로운 공간이 좀 있었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고요.
갤러리도 있더라고요.
밤에도 참 예쁠 것 같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네요.
서울에 많은 곳을 가봤다고 자부하는데 또 이런 곳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걷기 좋은 길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걷기 좋은 길들 더 많이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