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인사이듯 아웃>을 보면서 뇌과학자와 함께 만든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우리 머릿속을 시각화하는 놀라운 아이디어와 함께 어린 여자 아이의 내적 갈등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놀랐습니다. 물론 재미도 엄청 좋았고요. 보면서 이게 스토리 맛집인 픽사의 힘이구나 느껴졌습니다.
피트 닥터 감독이 자신이 딸을 키우면서 느낀 점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장기기억, 단기기억, 다양한 머릿속의 섬들 그리고 기쁨이가 주로 컨트롤하지만 슬픔이의 존재 이유까지 우리가 간과했던 다양한 감정의 역할까지 교훈과 재미가 가득한 강력 추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인사이드 아웃2>를 봤는데 1편 못지않게 재미있게 잘 나왔네요.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로 강력추천합니다. 단! 1편을 보고 봐야 2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1편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기에 1편 보고 보면 더 좋습니다.
인사이드 아웃2에 새로 추가된 사춘기 감정들
감독이 바뀌었습니다. 1편의 감독이 빠지고 '켈시 맨'이라는 감독이 맡았습니다. 보통 감독이 바뀌면 영화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스럽게도 재미는 그대로네요. 그럼에도 비교하면 1편이 살짝 더 재미있는데 2편도 꽤 잘 나왔습니다.
<인사이드 아웃2>는 1편이 초등학생인 라일리의 머릿속을 담았다면 2편은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사춘기 중1 라일리의 머릿속이 배경입니다. 2편은 1편에 없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합니다. 이 새로운 감정들은 사춘기와 함께 도착합니다.
새로운 감정은 불안, 따분, 당황, 부럽입니다. 대단해요. 정말 대단합니다. 아이들에게 없는 감정이 사춘기가 되면 생기죠. 그 대표적인 감정이 미래를 고민하면서 생기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평생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이 어른이 되면서 미래라는 개념을 가지면서 자동 발생되는 감정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이 불안과 기쁨이가 주도권 싸움을 합니다.
기존 감정들의 리더인 기쁨이 그리고 새로운 감정들의 리더인 불안이. 두 감정은 초반에 주도권 싸움을 하다가 기쁨이 등은 기존 감정이자 낡은 감정이고 사춘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감정이 라일리를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에 불안이는 이 기존 감정들을 뭉쳐서 컨트롤센터 밖으로 보냅니다.
사춘기와 함께 온 불안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나면 화내고, 무서우면 소심해하면서 위험을 피하고 역겨운 것을 보면 싫은 표정을 하는 까칠한 감정이라는 다소 직설적인 감정으로 살았던 라일리는 사회 생활을 하기 시작합니다. 몸이 커지고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들이 더 소중합니다. 이에 가족섬은 초라해지고 우정섬은 거대해집니다. 실제로 사춘기 시절부터 큰 변화가 엄마 아빠를 안 따라다니는 겁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무척 좋아하죠.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있는데 바로 자아 형성입니다. <인사이드 아웃2>의 핵심 키워드는 #자아형성 입니다. 이전에는 엄마 아빠에게 의존했다면 사춘기가 되면서 스스로 자아를 인식하고 만들어가고 누굴 닮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미래도 생각하게 됩니다.
<인사이드 아웃2>가 놀라운 것은 사춘기 시절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는 겁니다. 새로운 감정 중에 핵심이 불안이라는 설정도 참 놀랍죠. 이 불안이는 특기가 있는데 기쁨이가 가지지 못한 미래 설계를 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부터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하고 계획을 합니다. 라일리는 절친인 중학교 친구와 다른 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라일리는 하키팀이 유명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원했습니다. 이에 라일리는 하키 캠프에서 친구들 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하키 명문 고등학교 선배가 있는 팀을 선택합니다.
친구와 가족이 전부였던 라일리가 불안한 미래를 달래기 위해서 또 다른 가치를 찾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 미래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일리를 통해서 사춘기 시절에 겪은 그리고 우리가 겪어온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유쾌한 <인사이드 아웃2> 그러나 결말은 다소 예측 가능하고 1편의 반복 느낌도 살짝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감독이 바뀌었음에도 재미의 강도는 1편과 비슷합니다. 다만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던 빙봉이가 없는 건 아쉽지만 대신 파우치가 등장합니다. 가장 웃겼던 장면은 라일리가 심연에 봉인한 어린 시절 본 애니메이션들이 금고에 갇혀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추억 할머니가 등장하는 것도 깜짝 즐거움을 줍니다.
우리 머리 속을 어쩜 이리 잘 담았는지 수시로 놀라움이 터져 나오네요. 다만 1편에서의 신선함은 좀 떨어집니다. 이미 1편에서 보여준 생태계 위에서 만들어진 영화라서 1편을 보고 보면 좋습니다. 1편이 9년 전 영화라서 장기 기억 창고에 들어가 있는 영화라서 1편을 본 사람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죠. 그런데 1편을 본 분들은 저처럼 바로 장기기억이 수시로 호출되면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1편 안 본 분들은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이라도 꼭 보고 보시길 바랍니다. 시간 되시면 1편 다 보고 보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인사이드 아웃2>은 기쁨이와 불안이의 주도권 다툼이 큰 줄거리지만 슬픔이와 당황이가 소통하는 모습을 넘어서 1편처럼 모든 감정이 라일리이고 모든 것이 자아 형성에 영향을 주고 도움이 준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특정 감정과 기억만 우대하고 칭송하는 MBTI 시대에 너 T야?라는 말이 욕이 되어버린 세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어떤 성격도 어떤 성향도 장점과 단점이 아닌 모든 것이 다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하죠. 이는 슬픔이를 구박하던 기쁨이가 슬픔이의 역할인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면서 슬픔이도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2편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이게 또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동음반복 같다는 아쉬움도 있네요. 그럼에도 강력 추천합니다. 영화관이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네요. 강력 추천 가족영화입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사춘기와 시작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쩜 이리 잘 담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