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돌들을 우리는 고궁이나 왕릉에서 많이 봅니다. 오래된 조형물을 보면 대부분이 화강암입니다. 유럽의 대리석의 매끈매끈 뛰어난 조형성에 감탄하게 되지만 우리 조상들의 조각인 문인석, 무인석이나 해태 같은 걸 보면 조형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일단 매끈하지가 않죠. 그렇다고 금속 동상 문화가 있던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유럽의 위대한 조형물과 건물을 보면서 우리 조상들은 뭘 했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알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이나 조건 그리고 문화와 노력을 잘 알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 옛돌을 보면서 피식거리면서 웃곤 하네요. 해학의 민족답게 해학이 느껴지는 조형물도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고궁의 해태 중에 혀를 내밀고 있는 해태가 있더라고요.
성북동 꼭대기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은 성북구 꼭대기에 있습니다. 성북구 뒷산인 구진봉 바로 밑에 있습니다. 구진봉에는 북악스카이웨이가 지나죠. 하늘길? 참 놀라운 영어 이름이네요. 사실 이 구진봉은 북악산 자락이고 이 북악산을 지나는 길은 돈 많은 부자들만 애용하던 길이었습니다. 차가 드물던 70년대 이전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나온 후 부촌이자 외교관저가 가득한 성북동으로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 이 북악스카이웨이입니다. 주로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네죠.
각설하고 우리옛돌박물관 꼭대기에는 이런 넓은 마당 같은 공간이 있어요. 거대한 우리 옛돌들이 가득합니다. 너머에는 서울 종로 마천루들이 보이네요. 여기는 최근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성북구 소개하는 편에서 나오더라고요.
#화강암의나라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석재는 화강암입니다. 다양한 돌이 붙어 있는 표면이 아주 사포 같은 돌이죠. 화강암으로 조각하기 어렵습니다. 대리석이 편하죠, 연마하기도 편하고요. 원하는 대로 모습을 쉽게 만들 수 있고요. 화강암은 단단하고 정으로 때려야 하고 모양도 정교하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한국은 대리석의 나라가 아닌데요.
유럽은 석회암 지대라서 대리석이 많고 그래서 물이 안 좋아요. 정수를 해서 먹어야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국 문화가 없어요. 물을 최대한 덜 써서 요리를 하려고 하고요. 중국도 마찬가지로 물이 탁해서 튀김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한국, 일본, 호주 이 3개국 정도가 시냇물 그냥 퍼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맑습니다. 물이 맑은 이유가 정확하지 않지만 화강암 재질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보면 정교한 맛은 없죠. 딱 봐도 직사각형에서 정으로 때려서 사람 모습으로 만들었어요.
우리옛돌박물관은 7년 전에 오픈합니다. 그러니까 2015년 가을에 오픈합니다. 한국의 수 많은 돌조각들을 끌어 모아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정말 석상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새똥을 맡고 세월의 더깨를 뒤집어쓴 돌들이 보일 정도로 오래된 석상들이 많네요.
이 꼭대기에는 이런 작은 쉼터가 있는데 뒤에 석상들이 많아서 운치가 있습니다.
옥상 같은 정원에서 내려오면 기우제단이 있습니다. 한국의 오벨리스크인가요. 엄청나게 큽니다. 용이 내려오고 있네요.
우리 옛돌박물관에 대해서 별 기대를 안 했어요. 그냥 흔한 문인석, 무인석 전시하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엄청나게 많고 모습도 다르고 크기도 달라요. 천신일 박물관장이 40년 동안 모은 우리 옛돌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돌들은 한국에서만 수집한 건 아니고 일본에서 환수해 온 70점 중 47점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아니 돌들을 왜 일본으로 집어가는지 모르겠어요. 위 석상은 왕릉에서 흔히 보는 문인석, 무인석이 아닌데요. 수염까지 있어요. 신기하네요.
칼을 든 모습이 딱 봐도 무인석이네요.
돌을 예찬하는 시가 적힌 거대한 돌판도 있습니다.
코가 넓적한 북방민족을 닮은 해태인가요. 사자인가요. 뭔지 모르겠네요.
거대한 미륵불도 있습니다. 한 개의 돌로 만든 건 아니고 만들어서 블록처럼 쌓아 올렸네요.
한국의 돌문화 중에는 제주도 돌문화도 유명하죠. 여기는 '제주도 공간'으로 제주도 돌조각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하면 현무암이죠.
우리옛돌박물관은 환수유물, 동자관, 벅수관이 있는데 실내 전시 공간은 못 들어가 보고 여기 야외 전시 공간인 '돌의 정원'만 둘러봤습니다.
돌문화 중에는 석탑문화도 빼놓을 수 없죠. 석탑도 곳곳에 있는데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이해하려면 불교문화를 잘 알면 좋습니다. 불교 신자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조형물 중 상당수가 불교문화에서 나온 것이 많죠. 성리학의 나라 조선은 이런 조형물 안 만들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문화재들은 조선 이외의 문화가 많고 조선 = 한옥이 대부분이 아닐까 해요. 이 미륵불은 19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이곳까지 옮겼는지 신기하네요.
와! 이 무인석은 장군의 철갑옷까지 표현했네요.
지장보살입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입니다. 미륵불이 미래를 관장하는 불이라면 우리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보살로 관세음보살과 함께 인기 높은 보살님입니다. 지장시륜경의 영향을 받아서 두건을 쓰고 한 손에는 보주 한손에는 석장을 들고 있습니다.
수령 350년이 된 팽나무입니다. 요즘은 사람보다 이런 자연에게서 감동받고 지혜를 받곤 합니다. 나무만 바라봐도 좋은 날들이네요.
돌의 정원 곳곳에는 다양한 석상과 마애불들이 있습니다. 몰랐는데 마애불은 독에 부조처럼 새겨 놓은 불상을 말한다고 하네요.
저 멀리 종로 도심만 안 보이면 여기가 서울인지 지방 사찰인지 구분도 안 가네요. 잠시 영주사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뒷간이네요. 우리의 뒷간 문화도 정말 많이 변했어요.
여기는 제주 동자들이 가득한 제주도 공간입니다.
석상 중에는 동물 석상도 있는데 양이 수컷이네요. 순간 이런 것까지 묘사를? 했네요.
"꽃을 들고 미소를 띠다" 염화미소. 나이 들면 왜 꽃을 좋아하냐고 핀잔을 하는 젊은 분들이 많은데 늙어보면 압니다. 생기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요. "좋은 때다"라는 말이 그 생기를 말하는 겁니다. 내가 늙고 죽어가니 생기 넘치면 다 좋아요. 생기는 삶의 온기예요. 그런데 정작 젊은 사람들은 그 생기를 방치하거나 허투루 쓰길 잘해요. 없어져야 소중한 것을 아는 공기처럼 항상 있으면 고마움도 소중함도 몰라요.
눈이 부리부리한 돌조각들도 가끔 보입니다.
여긴 입시 합격을 기원하는 길이라고 하네요. 한적한 숲길입니다.
돌의 정원 마지막 자락에는 아기 부처님을 목욕재계해 주는 공간이 있는데 바가지의 물을 돌 석상에 부어주면 됩니다. 연을 새겨 넣은 거대한 석비도 있네요.
밑에는 문인석들이 가득하네요. 문인들은 칼 대신 위패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옛돌박물관 나오시면 정문 왼쪽 외벽에 이렇게 많은 석상들이 서 있습니다. 이 광경도 장관이네요. 돌에 정말 진심이네요
우리옛돌박물관 관람 시간 및 입장료
우리옛돌박물관 찾아가는 방법
이 우리옛돌박물관은 뮤지엄 웨이브 옆에 있는데 여기 찾아가려면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 성북 02번을 타고 우리옛돌박물관에서 내리면 됩니다.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요. 다만 밤에는 안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대신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길상사가 나오는데 길상사까지 걸어 내려가시면 거기는 밤늦게까지 성북 02번이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