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하는 SNS 채널이나 '서울 사랑'이라는 서울시가 발간하는 월간지를 꾸준히 보면 서울은 종로구, 강남 3구와 마포구 정도만 서울인 느낌이 듭니다. 서울 관광지가 이곳에만 몰려 있다 보니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담지는 못하더라고요.
서울이 그렇습니다. 관광지라고 하는 곳은 옛 서울인 종로, 중구 일대에만 몰려 있고 4대 문 안과 근처 지역에 다 몰려 있죠. 한강 이남은 일제 강점기에 확장되고 강남은 70년대에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사람들이 늘면서 신도심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구도심, 신도심 말고 다른 지역은 기타 등등으로 취급당하는 게 현실이네요.
일산에서 재미없는 전시회 보고 기분이 너무 상해서 서울로 복귀하는데 은평구에서 분을 좀 삭혀볼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한옥마을이 나오네요. 여기는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들렸습니다.
은평 한옥마을은 새로지어진 공간으로 역사적인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옥이 많아서 동네 구경하기는 좋네요. 한 2시간이면 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남아서 정처 없이 걷다가
자꾸 눈에 북한산이 들어옵니다. 북한산이 아름답기로 소문산 산이고 서울의 여러 산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것을 보면 압니다. 정말 저는 몰랐는데 은평 한옥마을 바로 옆에 진관사가 있네요. 진관사? 어떤 사찰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사찰이라서 가봤습니다.
참고로 진관사를 찾아간 날은 4월 초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이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뒤늦게 정리해서 올립니다.
진관사 가는 길에 한 나무 그루터기 위에 노을빛 고양이가 잠들어 있네요. 정말 고양이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동물이에요.
1968년 1.21 김신조 무장공비 사태가 있던 곳이기도 했네요. 이곳 북한산을 지나서 북악산으로 넘어가다가 나무꾼 형제의 신고로 잡혔습니다. 당시 무장공비들은 교육받은 대로 북한군이 침투하면 폭정에 못 이긴 남한 동포들이 해방군으로 여기고 반겨줄 줄 알았다고 해요.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 괴뢰군은 늑대 얼굴을 한 악마라고 소개하는 걸 몰랐나 봐요. 그리고 그런 교육의 힘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의 터전을 갑자기 변경할 사람이 어딨겠어요.
결국 그렇게 풀어준 나무꾼 형제가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청와대 인근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겨우 잡아냅니다.
이 계곡을 따라서 침투 했다고 하는데 낮에는 동굴에서 자고 밤에 이동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무념 무상한 계곡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봄 치고는 계곡물이 꽤 많았습니다.
일주문이 나와서 반겨주네요. 사찰 전각들은 가람 배치에 따라서 배치를 합니다. 따라서 가람 배치 알면 사찰 구경할 때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습니다. 일주문은 정문입니다.
새로운 전각 공사도 하고 있네요.
사찰이 좋은 이유는 산에 있어서 좋고 계곡을 끼고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전쟁통에도 큰 피해를 안 받은 사찰들이 많죠. 숭유억불 정책의 조선왕조의 영향도 있겠지만 도심에 있는 사찰들은 쉽게 화재에 사라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복궁처럼요.
진관사는 전체적인 전각들이 계곡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평지에 있는 사찰은 계룡사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많은 계단을 타고 오르고 내려야 할 정도로 산 중간에 많습니다. 얼핏 보면 구인사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일 때문에 많은 사찰을 가봤는데 그중에서 구인사가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계곡을 그대로 활용해서 엄청 높은 전각들이 즐비하더라고요.
사실 지방 사찰들이 크고 웅장하지 서울의 사찰들은 규모가 크지 않아요. 그나마 크다고 하면 봉은사 정도가 눈에 들어오고요. 그런데 나중에 알았는데 여기 진관사는 서울의 4대 사찰이라고 해요. 정확하게는 서울 근교 포함 4대 사찰 중 하나입니다.
서울 서쪽의 진관사, 남쪽의 안양 삼막사, 동쪽에는 불암사, 북쪽에는 인왕산 자락의 승가사가 있습니다.
4대 사찰인 건 나중에 집에와서 알았지 그냥 작은 사찰인 줄 알았는데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응? 이 물길은 뭐지.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을 물로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강송과 북한산 저 뒤에 전각들
그리고 계곡
어! 여기 예사 사찰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 많은 외국인들이 내려오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커뮤니티 행사를 하나 할 정도로 정말 많더라고요. 한옥마을에서는 안 보이던 외국인들이 여기는 넘치네요.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인가 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질 바이든 여사가 진관사를 따로 들린 이유가 백악관 셰프가 서울 가면 진관사 사찰음식과 차 먹고 오라고 권했다고 해요. 해외 유명 인사들이 진관사를 꽤 많이 찾더라고요.
안 찾을 수가 없어요. 저도 여기 예사 사찰이 아니구나 할 정도로 감탄사만 연신 SNS에 내뿜었네요.
진관사는 금강송과 계곡 그리고 아기지기한 전각들이 있는 예쁜 사찰입니다.
한국 종교는 복을 기원하는 기복 신앙이라서 이렇게 뭔가 이루고 싶을 때 많이들 찾습니다.
작은 찻집도 있어서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해가 지고 있을 때 문을 닫더라고요. 차 마시려면 낮에 가야 합니다.
찻집은 많은 테이블이 있는데 안에서 마실 수도 있고 야외에서 마실 수도 있습니다.
101`년 고려 8대 헌종때 지어진 진관사는 진관대사를 위해서 지어진 사찰입니다.
전각들은 대부분 새삥 냄새가 나는 이유는 이 진관사는 안타깝게도 6.25 동난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됩니다. 그리고 재건했습니다. 단 3개의 전각만 소실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여기는 가림막이 있기에 뭔가 봤더니 해우소네요. 화장실입니다.
작은 꽃나무도 있고
지금 한창인 연등꽃도 피었습니다.
전각들은 검은 기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대웅전 옆 명부전 전각은 청기와로 지어졌네요. 바로 옆에 부처님 모시는 대웅전이 더 크긴 한데 명부전도 엄청 규모감이 있고 기와는 놀랍게도 청기와입니다. 청기와 저거 비싸거든요.
머리에 2개의 머리가 있는 걸 보니 문수보살님 같네요. 지혜를 담당하고 있는 서열 2위의 보살님입니다.
6.25 동란 때 폭격을 피한 전각이 3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칠성각입니다.
이 칠성각은 2009년 큰 화재가 됩니다. 문화재인 칠성각은 2009년 기둥이 기울기 시작하자 문화재청에서는 전각을 전면 해체 후에 복원하기로 합니다.
칠성각 부처님 오른쪽 기둥 아래에 있는 수미단 공간에서 태극기가 발견됩니다.
1919년 독립신문과 독립 관련 자료들이 태극기가 싸고 있었습니다.
태극기는 백초월 스님이 만든 태극기입니다. 이 태극기는 일장기를 뜯어서 일장기 위해 먹물로 태극 문양을 넣어서 만든 태극기인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2023년 현재 친일을 국가 기조로 한 대한민국 정부라서 기분이 썩 좋지는 못하네요.
칠성각 옆에는 나한전이 있는데 나한전은 누구나 들어가서 절을 할 수 있습니다. 건물 외벽의 긞들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기독교의 스테인드글라스 역할이 성경 그림책 역할인데 법당의 벽도 그림책 역할을 하네요.
무늬도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그 밑에 불경의 주요 장면이 그려진 듯 합니다.
나한전은 누구나 신발벋고 들어갈 수 있는데 중생들을 위한 그림책 같네요.
오래된 나무도 가득하고
규모가 엄청 크지는 않지만 계곡과 아름다운 전각과 북한산을 함께 품은 정말 아름다운 사찰이었습니다.
더 있고 싶었지만 해가 지고 있어서 내려왔습니다. 전국 사찰은 밤에는 연등 꽃이 핍니다.
진관사 근처에는 다른 사찰도 있더라고요. 북한산 둘레길 여행 하면서 들려보시면 아주 좋은 사찰이 진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