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를 지나가다가 학교 구경이나 할 겸 고려대에 입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여기는 던전 같은 곳이구나. 학교가 커서 그렇겠지만 학교 가운데 먹자골목을 끼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다가 승가원을 발견했습니다. 승가원? 매년 연등행렬에서 만나보는 그 승가원? 그리고 바로 옆에 이름 모를 사찰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또 다른 사찰, 사찰이 꽤 많이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는 교회도 많지만 정말 작고 큰 사찰들이 참 많습니다. 전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년 5월이 되면 연등행렬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행사가 이 연등행렬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대한 퍼레이드가 연등행렬입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이 다 쏟아져 나오는 듯한 연등행렬
제가 연등행렬을 처음 본 것은 1993년이었습니다. 당시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봄 전시회를 위해서 친구가 촬영해 온 사진을 보고 5월 부처님 오신 날 바로 전주에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연등 행렬을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알기만 하고 가지는 않았죠. 아마 당시는 지금같이 LED 꼬마전구가 없던 시절이라서 실제로 연등에 초를 넣고 불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죠. 위 사진처럼 5월초부터 서울 곳곳에 연등이 달리고 밤마다 연등이 켜집니다. 5월의 크리스마스라고 할까요? 기독교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면 계절의 여왕인 5월에는 연등이 있습니다. 연등 문화는 불교문화로 한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다고 해요.
연등행렬은 특정한 날짜에 하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 오신날이 음력이라서 음력에 맞춰서 변화무쌍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있는 주의 전주 토요일에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약 6km가 넘는 길을 막고 5~10만 명 이상의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합니다.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합니다. 행렬 길이도 어마어마해서 한 3시간 이상 하는 듯해요. 그것도 서울시와 서울 인근 사찰들만 주로 참여한 게 이 정도이고 지방에서는 지방 사찰이 모여서 따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서울에도 아름다운 사찰이 엄청 많더라고요. 최근에 북한산 밑 진관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광에 이런 사찰이 지방이 아닌 서울에?라는 생각을 했네요.
전 2007년 블로그 시작하면서 1~2번 깜박하고 못간 것을 빼면 거의 매년 찾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15년 간 변화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2008년 인가? 로봇태권 V가 금강경을 들고 나온 것이 가장 잊히지 않네요. 연등 축제라고 해서 불교 관련 조형물만 주로 나오긴 하지만 TV 애니 유명 캐릭터도 가끔 보입니다. 다만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인지 점점 줄어드는 느낌도 듭니다.
행사 시작 시간은 해 지는 시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한 6년 전인게 태양이 훤한 시간에 시작해서 연등이 잘 안 보여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해가 진 후 해야 연등이 밝게 빛 아는데 낮에 행렬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오후 8시가 다 되어서 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두에 농악대와 취타대가 지나간 후에 시작이 됩니다.
길가에는 의자가 2줄로 놓여져 있는데 행사 시작 1시간 이상 일찍 와야 앉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여기저기서 외국어 소리가 들립니다.
각 사찰들은 이런 대형 연등을 밀고 지나갑니다. 사람이 미는 것도 있고 엔진으로 이동하는 곳도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엔진을 이용했는데 점점 전기로 바꾸고 있네요.
사찰의 문지기 같은 4대천황 연등이 지나가네요. 볼 때마다 신기 해요. 정말 다양한 조형물을 어떻게 저렇게 잘 만들까 하고요.
참고로 연등이 하얗게 날아가지 않게 촬영하려면 노출을 연등에 맞추거나 스팟 측광으로 찍어야 합니다. 그래야 위 사진처럼 색이 잘 나옵니다. 그러나 연등 주변의 인물들은 검게 나옵니다. 이는 노출 편차가 심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등 앞에서 V질 하고 사진 찍어봐야 얼굴 시커멓게 나옵니다. 간단한 팁이라면 강제로 플래시 터트리면 인물도 연등도 잘 나오게 담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에는 장노출 야경 모드가 있는데 그걸 이용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저처럼 노출을 연등에 맞추고 RAW로 촬영한 후에 집에서 라이트룸 같은 후보정 프로그램으로 암부 살리면 됩니다.
연등행렬은 2개의 연등이 있습니다. 거대한 연등과 함께 사람들이 손에 들고 가는 행렬등이 있습니다. 대형 조형물 같은 연등이 눈길을 끌지만 이 소박하지만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연등이 사찰마다 모양이 달라지면서 볼 맛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연등을 들고 다녔습니다. 연등에서 연이 연꽃의 연을 뜻하잖아요. 연꽃 모양의 등만 줄기차게 지나가니 좀 지루했는데 이렇게 사찰마다 다양한 행렬 등을 만듭니다. 또한 LED 전구를 이용해서 연등이 꺼지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이거 보세요. 이거요. 이러니 행렬 등이 더 아름다워지고 있어요. 그리고 행렬 등 들고 지나가는 불교 신자 분들의 복장도 화려합니다. 가끔은 외국 퍼레이드처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성불하세요!라고 행렬등이 외치면 길가의 사람들은 그 소리에 화답합니다. 국내 최고의 축제가 아닐까 해요. 이렇게 화려하고 호응 좋고 열정 높은 행사를 전 보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행렬을 매년 보다 보니 작년에 봤던 대형 등이 또 나오고 또 나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볼까 하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새로운 연등이 등장하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이런 대형 연등을 행렬에 참가시키고 복귀하는데 엄청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작은 불만이었습니다.
행렬 등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한복을 입은 분들도 많고요. 종교 행사라고 하지만 종교 색채가 짙은 것이 아니라서 보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고 한국 문화재라는 것이 대부분 사찰 문화라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유교 문화가 남긴 문화재는 향교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교회 오빠라고 해서 10대들은 교회만 다니나 했는데 아닙니다. 사찰 오빠도 있고 사찰 언니도 누나도 있습니다. 이렇게 10대 학생들 중에도 불교 신자 또는 불교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요. 다만 사람들이 점점 종교를 덜 믿고 있네요.
승가원입니다. 고려대 갔다가 우연히 본 승가원. 사회복지법인인 승가원은 그 유명한 연꽃돌이가 마스코트입니다.
저 연꽃돌이 연등은 하나 사고 싶을 정도로 귀엽네요.
호랑이 등에 있는 양쪽으로 머리를 딴 분이 있네요. 전 모를 때는 귀여운 소녀가 코끼리를 탔구나 했는데 저분 석가모니 옆에 계시는 문수보살이라고 해요. 보살 중 으뜸이고 서열 2위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네요. 아니 소녀님 아니셨어요?
진각종의 대형 등이 등장했네요. 특수 차량에 용이 올라가 있는데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이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사찰은 종단이 다양합니다. 기독교도 개신교도 종단이 다양하듯 한국 불교도 종단이 꽤 많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모여서 함께 축제를 즐기네요. 그러기에 믿는 진리나 방식은 달라도 부처님의 뜻을 함께 알리고 나누는 모습은 보기 좋네요.
진각종은 용, 거북선, 공작새까지 대형 등이자 작동 등이 등장해서 초반 행렬의 풍미를 돋구었습니다.
행렬에 참가하는 분들도 지켜보는 구경꾼도 모두 행복한 저녁 오후였습니다. 이맛에 연등행렬 온다니까요.
한국불교태고종의 등입니다.. 대승불교의 이념적 진보종단이라고 하네요. 종교 종파에서도 진보적인 색채가 있고 보수적인 색채가 있더라고요.
스님들이 법고와 심벌즈 같은 걸 두고 추는 바라 춤도 보입니다. 불교는 왜 춤 문화가 있을까요? 개신교는 잘 안 보이는데요.
그리고 한마음선원입니다. 여기는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안양에 있는 사찰로 비구니 스님이 설립한 사찰입니다. 매년 보면 한마음선원과 강남의 봉은사와 경쟁을 할 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행렬과 거대한 등을 보여줍니다. 초입에는 연꽃에서 한 여자분이 행렬을 이끕니다.
한마음선원은 아이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등과 행렬 퍼포먼스가 최고입니다. 올해는 행렬등이 또 변했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아쉽게도 거대한 등의 뒷면에 서 있었네요. 저 앞쪽에 다양한 조형물이 있는데요.
이 거대한 인간 용도 한마음선원에서 준비했네요.
올해는 스누피 등도 참가했습니다.
베트남, 네팔 같은 해외 불교 신자들도 참가했습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많고 불교 국가에서 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외국인도 참가하는 연등행렬입니다.
행렬등들이 매년 더 화려해지네요. 대형 연등은 줄어드는 대신 행렬등이 점점 더 화려해져서 행렬 참가자들의 미소가 더 많이 보입니다ㅣ.
대형 등들은 재방송이 가능합니다. 종각역 인근에 가면 대형 등들은 그냥 서 있다가 행사가 다 끝나면 불을 끄고 이동을 합니다. 그전까지는 이렇게 전시되어 있어요.
이 연등 말고도 더 많은 연등이 있었지만 몸이 안 좋아서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후반에 대형 LED 등을 단 천태종의 초대형 용이 등장하는데 그걸 못 보고 왔네요. 안 보신 분들은 일정 챙겨서 꼭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