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죠. 4월 초중순 경에 벚꽃이 핍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벚꽃이 막 피던 날 세월호 사고를 보고 너무 답답해서 밤 벚꽃을 하염없이 바라본 기억이요. 그러나 올해는 3월 날씨가 5월 날씨가 되어서 3월 말에 벚꽃이 피고 지금은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벚꽃만 빨리 핀 것은 아니고 4월 말에 피어야 할 철쭉이 지금 피고 있네요. 전국 철쭉 축제도 철쭉 다 떨어지고 하겠네요.
벚꽃이 핀 다음에 피는 벚꽃보다 더 화려한 꽃이 있는데 바로 겹벚꽃입니다.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 겹벚꽃은 신기하게도 서울에 군락지가 없습니다. 벚나무의 10분의 1만 심어도 봄으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텐데 무슨 이유인지 서울시는 겹벚꽃 나무를 안 심습니다. 기대 일도 없이 검색하다가 집 근처에 겹벚꽃 명소가 있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원래는 광명시 주공아파트 단지가 유명했는데 재건축으로 싹 사라진 후 서울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2호선 신대방역 근처의 보라매공원에 있다고 하네요.
2호선 신대방역에서 내린 후에 문창 초등학교 뒷길로 가면 보라매공원 쪽문이 나옵니다.
쪽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거대한 보라매공원 호수가 나옵니다.
4월의 녹색이 참 다양하네요. 녹색이 이리 풍부한 색인지 요즘 깨닫게 됩니다.
음악 분수가 있는 보라매 공원 호수 뒤에는 기상청도 있습니다
이 보라매 공원은 서울 남서부권에서 가장 큰 공원 중 하나로 80년대까지만 해도 공군사관학교였습니다. 공사가 청주로 떠난 후에 공원이 되었습니다.
보라매 공원에는 거대한 트랙이 있는데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돕니다. 그 뒤에 철쭉 동산이 있는데
철쭉이 다 펴 버렸네요. 날이 흐려서 사진 잘 안 나올 걸 예감했습니다. 음식은 튀기면 다 맛있고 사진은 빛이 있어야 맛이 좋습니다. 흐린 날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만 그럼에도 맑은 날 사진이 가장 좋죠.
기상청의 구름 이동 데이터를 보니 햇빛이 날 듯 해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사진 촬영하려면 기상 레이더나 구름 이동 등등까지 봐야 합니다. 빛이 없으면 사진이 밍밍하거든요. 기다리다 한 컷 촬영했습니다. 이 나무는 겹벚꽃이 정말 웅장 웅장하네요. 왜 가로수로 못 심는지 알겠네요. 가지가 너무 낮은 곳에서 나오기 시작하네요. 산이나 공원에만 심어야겠네요. 하지만 벚꽃보다 꽃의 크기가 풍성하고 큽니다. 색도 핑크핑크하고요.
햇빛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위장할 수는 있습니다. 노출을 좀 올리면 좀 더 환해지거든요. 흐린 날 사진이 칙칙한 이유는 어둡게 보이기 때문인데 그냥 노출을 좀 올리면 됩니다.
그리고 햇빛이 점점 나오네요. 다시 카메라 들고 이동했습니다.
보라매공원 겹벚꽃은 많지는 않습니다. 한 10그루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네요. 위치는 에어파크라고 전투기, 수송기들이 있는 곳입니다.
퇴역한 군용기들이 가득하네요. 공군 사관학교라서 퇴역한 전투기, 수송기를 가득 전시하는데 제가 군대 있을 때 본 기종도 꽤 있습니다.
렌즈를 35mm 단렌즈로 갈아끼고 본격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역시 렌즈가 70%를 담당하네요. 렌즈빨이 카메라빨보다 우선입니다. 그래서 렌즈 가격이 바디 가격보다 비싼 것도 많아요. 마치 작은 카네이션이 가득 붙어 있는 느낌이네요. 참고로 렌즈는 니콘 F마운트 삼양 35mm f1.4 MF 렌즈인데 아주 아주 좋네요.
수동 초점 렌즈라서 초점을 수동으로 맞춰야 하지만 사진 결과물이 뛰어나고 저렴한 편입니다.
겹벚꽃이 한창인데 벚꽃보다 좀 더 오래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비가 내려서 좀 더 많이 떨어졌겠지만 이번 주까지는 어느 정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줄서서 사진 찍을 정도로 기다렸다 촬영했네요.
수요는 많은데 겹벚꽃이 10그루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죠.
겹벚꽃 주변에는 다양한 전투기들이 있으니 전투기, 헬기, 정찰기, 수송기 구경도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탱크 전폭기 F-4 팬텀도 있네요. 이 팬텀기 소리 엄청 커요. 굉음이 활주로 전체를 덮을 정도예요. 무장 능력이 좋아서 전폭기로 활용했습니다.
좀 더 내려오지 다른 곳에서도 좀 보이네요.
여기는 동작구 시설관리공단 건물로 전투기가 있는 에어파크 바로 옆인데 여기도 많네요.
고등학교 시절 보라매 도서실을 많이 애용했는데 도서실 건물을 사라졌네요. 80년대 후반 당시는 한 반에 학생이 60명씩 있어서 학교 도서실을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었어요. 참 치졸한 시대이자 야만의 시대였죠. 대놓고 차별하고 패고 까고 어떻게 그런 시절을 견뎠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래서 현재 40,50대들이 진보층이 많은 것도 있죠. 윗 세대들에게 보고 배운 것들이 폭력과 차별과 몰상식 이었으니까요. 지금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면 놀래요. 저도 말하면서 놀라죠. 보라매 공원 돌아보다 잠시 그 시절이 떠올랐네요. 보라매 공원 속 도서실은 하루 이용하는데 꼴랑 100원 내면 이용 가능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많이 이용했고요.
묘한 건물이 있어서 가보니 동작 아트 갤러리네요.
삼각형 형태의 건물인데 공군사관학교 시절 교회 이용한 건물이라고 하네요. 공군사관학교에는 생각보다 유명 조각가의 작품도 있고 이런 멋진 건물도 있습니다. 이 동작아트갤러리는 현재 운영을 하지 않네요. 이 좋은 건물을 놀리는 느낌이네요. 코로나도 끝났는데 운영하면 좋은데요. 그런데 여기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일부러 찾을만한 곳은 아니긴 합니다만 차라리 카페 등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