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서울은 관광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가는 종로의 구도심과 강남의 신도심 이 2곳이 전체 관광의 8할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관광이 특정 공간과 위치에만 쏠려 있죠. 그럼에도 자연 풍광은 종로, 강남에만 있지 않습니다. 특히 벚꽃은 서울이 1년 중 잠깐 반짝이는 순간처럼 서울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어제 거리 벚나무를 보니 이번 주말부터 하나둘씩 벚꽃 팝콘을 터트리고 다음 주에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합니다. 예년보다 1~2주일 앞서서 필 듯하네요. 다만 다행스러운 건 수년 전부터 산수유부터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이 동시 개화하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꽃이 동시에 개화하면 봄이 아주 짧게 느껴집니다.
3월 24일 현재 서울은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팡파레를 힘차게 울리고 있습니다. 매화와 벚꽃은 참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둘 다 하얀 꽃 나무라서 더 헛갈리죠. 그러나 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지금 보이는 하얀 꽃나무는 매화입니다. 매화가 벚꽃보다 1주일 정도 일찍 핍니다.
서울은 벚꽃 명소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매화 명소는 안 보입니다. 매화를 가끔 보지만 1그루만 덜렁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에도 매화 군락지가 있다고 하네요. 그곳이 바로 하동매실거리입니다.
청계천 매화거리 가는 방법
청계천 매화거리라고 불리지만 정싱 명칭은 하동매실거리에는 매화가 많습니다. 하동과 자매결연을 맺은 성동구가 하동의 매화 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2호선 신답역이나 용답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청계천 하류에 있습니다. 이쪽은 2호선 중에서도 순환선 라인이 아니라서 자주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 그제 구경해 봤는데 아주 재미있는 동네더라고요.
1호선 신설동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고 용두, 신답 지나서 용답역에서 내렸습니다. 신답역에서 내리셔서 용답역 쪽으로 내려오셔도 되고 용답역에서 신답역으로 올라가셔도 됩니다. 전 용답역에서 내려서 사진 왼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용답역에서 내려서 청계천 쪽으로 나오세요. 위 하천이 청계천으로 청계천의 하류입니다.
용답역에셔 내리면 양쪽 길이 있는데 양쪽 길 모두 매화가 가득합니다. 따라서 한쪽 길로만 가시길 원하시면 신답역에서 내려서 다리 건너서 하천변으로 나오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전 날도 좋고 시간도 많아서 양쪽 다 걸었습니다.
약간의 하천 특유의 냄새와 함께 봄기운이 확 몰려오네요. 그제는 3월 역대 기온 중 최고였고 실제로 5월 초 날씨 같았습니다.
하늘엔 연두빛 차양막이 드리웠네요. 수양버들이 연한 잎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매화나무는 벚나무와 달리 크게 자라지 않아요. 그러나 이렇게 큰 매화나무도 있네요. 대체적으로 나무들은 엄청나게 크지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매화나무가 가득합니다. 2008년 경에 심은 것으로 나오는데 15년 지나서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가득하네요. 그럼에도 좀 더 컸으면 해요. 매화나무의 수명은 100년 정도라고 하네요. 봄을 알리는 카나리아 같은 매화. 지조와 절개의 상징입니다.
선비의 상징이기도 한 매화, 청렴 결백함의 상징색인 하얀 꽃을 피웁니다. 선비 정신이 사라진 나라에서 지금을 대표하는 꽃은 뭘까요? 화려함과 가시가 있는 장미가 아닐까 하네요.
벚꽃과 매화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매화는 위 사진처럼 가지에 바로 꽃이 달려 있습니다. 반면 벚꽃은 꽃대롱이라고 해서 녹색 대롱 끝에 피고 뭉탱이로 핍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무가 큽니다.
꽃받침이 단팥색이라서 좀 더 팝콘처럼 느껴져요.
청계천 변에는 수양버들이 연두색 옷을 꺼내 입고 있네요.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지만 바로 위 사진은 단초점 f1.8 렌즈가 주는 부드러운 배경 흐림이 너무 좋네요. 그래서 무거워도 카메라 항상 휴대하고 다녀요.
이번엔 용답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 신답역 쪽으로 향했습니다. 이 길에는 용답역 담벼락 옆에 매화 나무가 가득합니다. 거대한 벽이 있는데 이게 다 지상철 벽이네요.
이게 여기의 숨은 매력입니다. 마치 진격의 거인의 장벽처럼 엄청나게 높은데 이 벽을 담쟁이 덩굴들이 핏줄처럼 피어났어요. 자전거 통행금지라서 걷기 아주 좋습니다.
저 멀리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걸 보면 이 근처도 대규모 재개발이 일어났고 일어날 듯 합니다. 서울 풍경이 단독주택, 연립주택에서 점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고 있어요.
아파트가 좋은 점은 편리함이지만 대신 자연 풍광도 없고 있어도 인위적이라서 별 정이 안가요. 그래서 근린공원들이 많아야 하는데 서울은 근린공원이 정말 적은 도시예요. 그나마 이런 하천변을 꾸며서 숨통을 틔우게 하네요. 대나무가 심어진 구간도 있네요.
그리고 그 옆에 홍매화가 있네요. 벚꽃도 자벚꽃이 있지만 홍매화는 정말 붉은색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진하네요. 색은 진분홍색입니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네요.
약 20분 걸으니 매화 거리는 끝이 났습니다. 이 길을 올라가면 신답역이 나와요.
성동구 참 매력적인 동네네요. 반대편을 보니 노란 웃음을 머금은 개나리가 가득하네요.
한 2시간 정도 사진 찍으면서 지냈는데 꿈을 꾸는 듯 할 정도로 봄을 가득 느꼈습니다. 주말에 봄의 애피타이저 매화부터 마셔보길 바랍니다. 청계천 매화거리 보시고 전철 타고 성수역 카페 거리에서 술이나 커피 마시면 딱 좋습니다. 서울 숲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