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에는 관광할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단언컨데 정말 1곳도 없어요. 그렇다고 역사적인 공간이 없냐. 1번 국도의 시작점이고 조선 정조대왕행차가 중간에 쉬는 시흥행궁이 있었지만 지금 시흥행궁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매년 정조대왕 행차를 재현한다고 하는데 그걸 굳이 재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퍼레이드는 짧아야 효과가 있지 너무 길면 행사요원도 보는 사람도 지칩니다.
차라리 수원 화성 근처에서만 하는 게 어떨까 하네요. 그마저도 빼면 금천구의 관광명소는 단 1곳도 없습니다. 유명 랜드마크 건물이나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공간도 없습니다.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산에 있어서 일부러 그거 하나 보려고 가기 쉽지 않습니다.
관광지가 1곳도 없는 금천구! 누가 여길 관광하러 오겠습니까. 가산 3단지 패션아울렛 매장들은 그나마 올만한데 시흥사거리쪽에 관광하러 올 사람들은 없죠. 전형적인 배드타운의 모습입니다. 어디 금천구만 그러겠습니까? 서울의 몇몇 구를 빼면 일부러 찾아갈 구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없는 건 아쉽긴 하죠. 뭐 이 지역에 사는 저는 관광명소 있거나 없거나 별 느낌 없습니다. 그냥 운동하기 좋고 산책하기 좋은 안양천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런면에서 금천구에 안양천이 없었다면 삭막해서 살기 무척 퍽퍽했을 겁니다.
그러나 안양천도 금천구 시흥대로를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분들이나 걸어갈 수 있지 호암산 밑이나 독산 3,4동에 사는 분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녹지대가 무척 부족합니다. 서울 자체가 녹지가 적은데 그중에서도 금천구가 공원 같은 녹지대가 가장 적다고 하죠. 그럼에도 금천구에서 가장 가볼만한 곳을 추천하라면 전 안양천 다음으로 여길 추천합니다. 바로 호암늘솔길입니다.
숲속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호암늘솔길
호암늘솔길은 무장애길로 휠체어와 유모차를 끌고 숲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접근성은 좋지 못합니다. 저도 걸어가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이자 산중턱에서 시작하는 길이라서 마을버스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금천구청역에서 마을버스 1번(파란색)을 타면 벽산 5단지 아파트 앞에서 내린 뒤에 관악산 지류인 호암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여기는 호암늘솔길이 생기기 전에는 잣나무 숲장으로 유명했습니다. 수만 평에 달하는 공간에 잣나무만 가득합니다. 잣나무는 1년 내내 푸른 점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어줘서 좋습니다. 이 잣나무숲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 밑에 있는 벽산 1단지 5단지가 지어지기 30년 전에는 달동네가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호암산 산기슭에 무허가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문제는 호암산에 큰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날 위험이 었었죠. 이에 잣나무를 잔뜩 심어서 산기슭을 막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안락한 숲을 만들었네요.
이 호암산 기슭의 잣나무 숲장은 금천구에서 참 공을 많이 들이는 곳입니다. 10년 전의 금천구는 서울에서도 가난한 재정을 지닌 구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가산2,3단지의 입주 기업이 늘면서 국가산단이지만 금천구에도 온기가 오는지 재정자립도가 서울 25개 구 중에 중간으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구가 돈이 많은지 이런 곳에 투자를 많이 하네요.
이 작은 호수는 인공 호수입니다. 가물어서 물 한 방울도 보기 어려운데 물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면 수도배관으로 물을 올려서 넣는 듯 하네요.
잣나무숲장은 이런 평상들이 꽤 있습니다. 새똥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돗자리나 방석을 가져가서 앉을 수 있습니다. 새소리, 청솔모 각종 산짐승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 있다 보면 서울을 더나서 지방 여행을 온 느낌까지 듭니다. 서울에 이런 공간이 거의 없지만 금천구에는 있습니다.
여기도 소나무재선충병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잣나무를 가득 잘라서 훈증처리하는 걸 많이 봤는데 요즘은 덜하네요. 예방주사까지 넣고 있네요.
잣나무숲 중간에는 나무로 된 거대한 보행도로가 지나갑니다.
이게 호암늘솔길입니다. 호압사, 호암산도 헛깔리고 호암늘숲길인지 호암늘솔길인지 헛깔립니다. 솔은 소나무숲을 표현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잣나무가 소나무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 길이 잣나무 숲을 지나는 초기와 달리 현재는 연장에 연장을 해서 잣나무 구간은 일부입니다. 그래서 그냥 호암늘숲길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했습니다.
이름이 뭐면 어떻습니까 호암늘솔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일부인데요. 다만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은 호명을 해야 하죠. 주로 이 길은 벽산1단지, 5단지와 시흥동 사는 분들이 많이 애용합니다. 저도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절실하게 알고 있지만 마을버스 왕복 2,400원을 매일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죠. 입장료가 없지만 입장료 2,400원 느낌입니다. 물론 가면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딱 4월의 빛입니다. 어떻게 4월인지 아냐고요. 저 여리여리한 연두빛이요. 딱 4월의 빛이에요. 저 느낌 5월까지 좀 이어지지만 5월은 또 달라요. 6월은 나뭇잎이 빛을 많이 받아서 녹색으로 변합니다. 자체 썬탠이 되어서 숲이 더 어둡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 연두색이에요.
나무데크로 되어 있어서 걷기 편하지만 수평으로 이어지는 길이라서 무장애길이라고 해요. 무장애길이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지만 휠체어, 유모차 끌고 오는 분들도 많아요. 다만 호압사 앞에 차를 데고 들어가야 해요.
나무데크로 된 둘레길이라고 할 수 있죠. 호암늘솔길은 2016년 처음 만들어졌어요.
바로 옆에는 이런 흙길도 있습니다. 여기가 이전 길이었죠. 따라서 흙길 걸으셔도 되고 나무데크길을 걸어도 됩니다.
이렇게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중간중간 환승 계단이 있습니다.
산사태 방지, 낙석 방지 간이 사방댐이네요.
가끔은 벽산1단지, 5단지 분들이 부러워요. 안양천길도 좋긴 한데 여기도 엄청 좋거든요. 뭐 둘 다 가지면 공평하지 않겠죠.
나무로 위장한 거대한 중계탑이 보이네요. 각종 무선 전자파가 쏟아져 나옵니다. 주말에 갔는데 수리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여기가 벽산5단지입니다. 요즘 아주 핫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광명 난곡선이 연장되면 인기가 더 올라갈 겁니다. 그러나 계획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바람이 있는 상태네요. 계획 확정되어도 10년 안에 경전철 생기긴 어려울 듯 합니다.
거대한 평상이 있습니다. 여기는 시흥계곡 바로 앞으로 2016년 당시는 여기까지만 나무데크 길이 있었어요.
한 분이 거대한 장비를 들고 내려가시네요. 휴일에서 고생하십니다. 참고로 여기에 벽산5단지와 연결하는 엘레베이터를 만든다고 해요. 아니 한 30미터만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무슨 엘리베이터? 그런데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가려면 이 계단을 넘어갈 수 없기에 엘레베이터를 만들 예정입니다.
벽산 5단지 주민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아니려면 낮에 벽산 5단지 주차장을 외부차량에게 잠시 개방했으면 하네요. 그런 계획까지 짜고 엘리베이터를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벽산5단지를 지나서 시흥3동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 위로 올라가면 호압사 가는 길이 나옵니다.
여기가 2019년에 확장한 호암늘솔길입니다.
호암늘솔길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야간에 가본적이 없네요. 카메라 들고 밤에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오후 10시까지 개방하네요. 그 이후에도 개방은 하겠죠. 다만 일괄 소등한다네요.
여기가 최근에 연장된 코스네요. 시흥계곡까지 이어진다고 해요.
여기는 또 다르네요.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재미가 있네요. 물론 경사도는 아주 낮아서 휠체어 유모차 이용 가능합니다.
나무줄기를 위해서 구멍을 내서 만드는 기술력 대단해요.
중간중간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헛깔리지 않게 하네요. 제가 왔던 길이 치유의 숲(잣나무 산림욕장)입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시흥5동입니다. 시흥계곡 1km 남았네요.
여기는 나무가 많이 없어서 탁트인 개방감이 좋네요.
뭐 볼 건 없습니다. 시내가 많이 내려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저 멀리 벽산 5단지가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걷기 좋고 보기 좋고 새소리 들려서 아주 좋네요. 물소리만 들리면 딱인데요.
시흥계곡으로 내려왔습니다. 시흥동은 전형적인 주택지역입니다.
여기도 인공하천 만들고 있네요. 바닥에 비닐을 깔아야 물이 빠져 나가지 않겠죠. 그런데 이러면 물 썩지 않을까요? 물고기 키우긴 어렵겠네요.
시흥계곡은 계곡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이 흘려야 하는데 워낙 요즘 가물어야죠. 그리고 계곡이라고 해도 여름에나 물이 흐르지 대부분의 계절엔 건천입니다.
배드민턴장은 엄청 많네요.
시흥계곡 공사를 하는데 관들을 보니 혹시 계곡도 인공 계곡으로 만들 생각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청계천처럼 펌프로 물 올려서 내려 보내는 것일까요? 이건 생태하천이 아닌데요. 보긴 좋죠. 그런데 운영비가 꽤 많이 들거든요. 잘 모르겠네요. 어떻게 복원할지요.
아! 생태계류기에 펌프로 물 퍼 올려서 내리는 건 안 하겠네요. 6월 10일 이후에 다시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아쉽게도 시흥계곡은 시흥5동 주택가 바로 전에 우수관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하천을 동네 한 가운데 지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자동차 문화가 워낙 발달한 나라라서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작은 하천이 주는 운치와 삶의 질 향상은 비교할 바가 안 될 겁니다.
호암늘솔길이 많이 길어져서 앞으로 좀 더 많이 잦아봐야겠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시흥5동 이 시흥계곡을 타고 반대로 호암늘솔길을 올라가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