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매체인 하이온 필름에서 21세기 최고의 한국 영화 35편을 선정 발표했습니다. 이 35편 선정은 '나피 아메드' 개인이 선정한 것이라서 객관성은 약할 수 있지만 공감 가는 순위이고 저도 인정하는 순위라서 소개하겠습니다.
원문 글은 https://www.highonfilms.com/the-best-korean-movies/ 에서 볼 수 있습니다. 35편 모두 소개하기 보다는 이중 저도 크게 공감하고 추천하는 영화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순위는 원문이고 영화 소개는 제가 본 영화 중 좋은 영화에 대한 제 코멘터리입니다.
칼럼을 쓴 분은 21세기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이끌었다고 하고 가장 영향력이 높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죠.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는 봉준호 감독을 발굴한 것도 박찬욱 감독입니다. 21세기 한국 영화를 이끈 감독은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김지운, 김기덕, 홍상수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이 분들이 데뷔 시기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라는 공통점이 있고 한국 뉴웨이브의 기수들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 감독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지 20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바통을 넘겨줄 감독이 나홍진 감독 말고 딱히 보이지 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먼저 21세기 한국 최고의 영화 35편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후보에 올렸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강변 호텔'
김디덕 감독의 '빈집', '그물', '섬'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장화, 홍련'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나피 아메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한국 영화 최고 전성기는 2000년대 초중반 시기에 걸작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명작 영화들을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시기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2000년대 초반 영화들이 많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2000년대 초반은 자본이라는 물이 들어오면서 동시에 작가주의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롯데시네마, CGV 같은 영화 제작, 배급, 상영까지 모두 꽉 잡고 있는 2개의 거대한 영화 공장이 돌아가면서 개성이 사라진 붕어빵 같은 영화들만 나오고 있습니다.
35위 이준익 감독의 희망 / 2013년 개봉
34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 2012년 개봉
피에타는 사랑이 어떻게 복수의 도구가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의미심장함을 잘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하기엔 인정이 하나도 없던 주인공이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를 만나서 서서히 세상에도 온기가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던 사랑은 복수의 칼날이 됩니다.
33위 박찬욱 감독의 박쥐 / 2009년 개봉
32위 봉준호 감독의 괴물 / 2006년 개봉
31위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 2002년 개봉
30위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 / 2000년 개봉
시간여행물 영화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영화가 시월애입니다. 개봉 당시에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와 김현철의 음악과 세트장까지 모든 것이 뛰어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입니다. 전지현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29위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 / 2013년 개봉
28위 김태균 감독의 암수살인 / 2019년 개봉
27위 김기덕 감독의 활 / 2005년 개봉
26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 2016년 개봉
세상은 발견입니다. 세상을 관찰하다보면 우리 사이의 공통점을 잘 발견하고 그걸 영화로 작 녹여내는 감독이 이창동 감독과 이창동 감독의 영향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영화입니다. 2016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던 우리들은 10대 소녀 사이의 우정과 갈등을 잘 보여주는 사춘기 드라마입니다.
25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 2005년 개봉
24위 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 / 2019년 개봉
23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 2002년 개봉
이창동 감독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 물고기'를 보면서 한국에도 이런 감독이 나올 수 있구나 할 정도로 그 시대의 시대상을 기가막히기 잘 그렸습니다. 보고 있으면 한국 역사를 영화로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대상 그리는 데는 이창동 감독이 단연코 최고입니다.
22위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 2010년 개봉
21위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 2010년 개봉
20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 2003년 개봉
올드보이가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영화계에서 변방의 국가였던 한국이 올드보이라는 놀라운 작품을 선보인 이후 전 세계에서 한국영화를 많이 찾게 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놀라운 반전과 스토리에 넋을 놓고 본 기억이 나네요. 2003년은 좋은 영화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19위 김보라 감독의 벌새 / 2019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여중생의 성장을 씨줄과 날줄로 잘 담은 성장드라마입니다. 주연 배우인 박지후는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로도 유명한 배우가 되었네요.
18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 2002년
17위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 2011년
16위 임권택 감독의 취하선 / 2002년
2002년 2003년은 엄청난 영화들이 참 많이 나왔네요.
15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 2019년
14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 2001년
한국영화의 발전을 말할 때 그 시작점을 고양이를 부탁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이 영화는 숨은 명작입니다.
13위 전고은 감독의 소공녀 / 2017년
12위 봉준호 감독의 마더 / 2009년
모성애는 선인가? 악인가를 잘 보여주는 명작으로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 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관광버스에서 저녁 태양빛을 뚫고 춤을 추는 장면은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11위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호불호가 아주 강합니다. 폭력적인 묘사나 이야기들이 다소 과격하고 그로테스트한 점 때문에 싫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걸 통해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아주 잘 그리는 감독입니다. 그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답고 누가 봐도 좋다고 평가하는 영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입니다.
특히 주산지에 거대한 뗏목 사찰은 예술 사진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놀라운 미장센입니다.
10위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 / 2019년
2019년에도 뛰어난 한국영화가 꽤 많이 나왔네요. 이 윤희에게 보고 한 동안 윤희에게 앓이를 했습니다. 촬영지를 조심조심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 아픔과 슬픔이 영롱한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고드름에서 물이 떨어지는 느낌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9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 2016년
8위 이창동 감독의 버닝 / 2018년
부익부빈익빈이 시대의 화두가 된 천박한 자본주의의 생리를 잘 담은 영화입니다. 다른 박찬욱 감독의 영화보다 좀 난해한 면이 있지만 출발선이 너무 달라진 현재를 사는 청춘들의 삶을 담은 영화 '버닝'입니다.
7위 김소용 감독의 나무 없는 산 / 2008년
이영화는 안 봤습니다. 부부싸움이 나서 이모에게 맡겨진 두 소녀의 이야기를 미니멀하게 담은 영화라고 하고 개봉 당시에도 호평이 많았던 작품인데 7위까지 올랐네요. 기회 되면 꼭 봐야겠는데요.
6위 이창동 감독의 밀양 / 2007년
5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 2005년
4위 나홍진 감독의 곡성 / 2016년
3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 2000년
현대 역사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영화 박하사탕은 한국의 파란만장한 70~90년대를 관통한 삶을 산 인물을 통해서 한국 사회의 야만성을 잘 담은 명작입니다. 일부러 10년마다 영화를 다시 보는데 20대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서 놀라움은 경이로움으로 변했습니다. 김영호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2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 2003년
1위 이창동 감독의 시 / 2010년
윤정희 배우가 '아그네스의 노래'를 낭독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습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지 너무 울어서 한참을 영화관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단연코 1위입니다. 한국 영화를 통틀어서 1위라고 하긴 어렵지만 2001년 이후의 한국 영화에서는 단연코 1위입니다.
1위인 이유는 이 영화가 상영되던 시기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사과를 안 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듯하고 사이버렉카들이 혐오와 음해와 각종 몰염치로 세상을 혼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탁한 세상에서 반성과 사과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 영화가 '시'입니다. 이창동 감독 영화가 TOP10 안에 밀양, 박하사탕, 버닝을 포함 무려 4개나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창동 감독의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시의성 높은 사회 비판성에 있습니다. 소설가 출신인 이창동 감독은 한국 사회를 영화로 고발하는 뛰어난 사회 비판력을 가졌습니다.
영화 '시'에서 할머니가 시를 배우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자기 성찰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와 정도와 상식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이 좋은 영화들을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으로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포털 사업체들이 많은 영화를 확보해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으련만 볼 방법이 없는 영화들이 많네요. 가끔은 '으뜸과 버금' 같은 비디오가게들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