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보면 기태와 아들 기우가 전등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사용한 통신법은 모오스 부호로 전등을 길게 끄고 켜서 문자를 만들어서 통신을 했습니다.
이 모오스 통신은 아주 기초적인 통신이지만 0과 1같이 간단한 방법으로도 통신을 할 수 있어서 위급 시에는 많은 곳에서 사용합니다. 그래서 영화 <엑시트>에서도 헬기에게 스마트폰 불빛으로 위급 상황을 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전구를 켜고 껴서 통신이 아닌 전구의 진동을 이용해서 멀리서도 실내에서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무슨 노래를 듣는지를 알 수 있는 도청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통유리에 레이저를 쏴서 통유리의 진동을 이용해서 실내 도청을 하는 장면들이 꽤 보입니다만 이건 전등이네요.
이스라엘 브엘세바에 있는 네게브 벤구리온대학교 연구자인 Ben Nassi는 노트북, 망원경, 센서를 사용해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실내에서 대화하는 내용이나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개념 감청, 도청 시스템인 Lamphone을 개발했습니다. 보통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듭니다만 이 Lamphone은 약 100만 원 정도면 구축이 가능합니다.
이 Lamphone은 실내 전구를 망원경으로 조준하고 그 전구의 미세한 떨림을 소리로 변환해서 도감청을 합니다. 이 테스트를 위해서 전구가 달린 방에서 25미터 떨어진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전구의 진동을 포착하는 센서인 광 검출기와 PDA100A 2를 설치했습니다. 이 센서는 전구의 수백 미크론 진동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방에서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들으면 센서가 전구의 진동을 포착하고 이걸 실시간으로 PC로 보낸 후 진동을 소리로 변환해 줍니다.
이렇게 설치를 했는데 이거 지나가다가 다른 건물 안을 들여다 본다고 신고 먹겠는데요. 천상 건물 옥상 같이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야겠네요. 테스트이니 길거리에서 했나 봅니다.
Lamphone 테스트 결과입니다. 들어보니 노이즈가 있지만 명확하게 들을 수 있네요.
https://www.nassiben.com/lamphone
에 가시면 직접 도감청한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소식에 많은 분들이 놀랄 수도 있지만 이 Lamphone는 단점도 많습니다. 먼저 전구를 안 보이게 가리거나 커튼을 치면 도감청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전구가 모든 전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기생충에서처럼 천장에서 내려와서 붕 떠 있는 공중에 있는 전구여야 가능합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벽에 매립되어 있는 전구는 도감청을 할 수 없습니다. 붙박이 전구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요즘 카페들이 클래시컬한 필라멘트 전구 모양의 전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곳은 Lamphone로 도감청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100만 원 정도로 만든 장비이다 보니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건 들을 수 없고 큰 소리로 들리는 소리만 도감청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가의 장비로는 작은 목소리도 도감청이 가능하고 이는 이미 수많은 정보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유리창의 떨림으로도 감청을 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도청과 감청의 차이는 불법과 합법의 차이로 범죄자가 하면 도청, 정보기관이 하는 감청입니다. 이스라엘은 정보기관과 IT기술이 뛰어난 나라도 그 풀기 어렵다는 아이폰의 비밀번호도 푸는 나라가 이스라엘입니다. 연구자인 Ben Nassi씨는 이런 문제를 알기에 이건 감청을 위한 기술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범죄자가 이런 기술을 이용해서 도청을 할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이 기술을 소개한 것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