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년째가 되는 자이스 사진공모전은 전 세계 150개 국에서 5만 점 이상의 작품들이 응모합니다. 이 '칼 자이스'렌즈회사의 이름을 단 사진공모전은 1장의 사진으로 겨루는 것이 아닌 사진 시리즈로 겨루기 때문에 운이 따르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 1장은 우연히 잘 담을 수 있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모두 잘 담기 어렵습니다. 또한 여러 장의 사진은 주제를 담기 더 좋습니다. 올해 자이스 사진공모전은 'Seeing Beyond - Discoveries'라는 주제로 공모를 받았습니다.
자이스 사진공모전에서 우승을 한 한국의 양경준 사진작가
올해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사진작가 양경준이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혼자 살고 있는 분이 느끼는 정체성 혼란을 담았습니다. 이 자이스 사진공모전에는 결선에 오른 9개의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들도 꽤 좋은 작품이 많아서 소개합니다. 작품들은 대표작 1점만 소개하는데 하단 링크를 따라 가시면 다른 연작 사진도 있으니 꼭 연작 사진들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사하우드 / 사진작가 Alexey Vasilyev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5천 마일 떨어진 시베리아 북동부의 사하 자치공화국은 겨울에는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떨어지고 여름에는 영상 40도로 온도가 올라갑니다. 이 지역은 석유, 다이아몬드, 석탄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합니다. 최근에는 이곳에 사는 야쿠트 족이 만든 영화에 대한 명성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든 영화들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80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인도에는 발리우드, 나이지리아에는 Nollywood 그리고 야쿠트에는 사하우드가 있습니다.
평행 우주 / 사진작가 Jorrit 't Hoen
코로나19로 인간 활동이 멈추고 공장이 멈추자 130km 밖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고 돌고래가 돌아오고 물고기들이 찾아온다는 뉴스가 많이 지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우리가 지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평행우주 사진 시리즈는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자연은 인간인 우리가 파괴하고 못살게 굴고 있습니다. 오염과 기후 변화가 바로 그 대가입니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자연을 재현한 수족관이나 작은 화분들을 배치해서 실내 정원을 만들어서 알뜰살뜰 가꿉니다.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인 모습이지만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자연과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내부 자연의 차이 같기도 합니다. 인간이 모두 제어 가능한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와할라 / 사진작가 Robin Hinsch
우리가 잘 모르지만 나이지리아는 세계 10위 산유국이고 세계 8위의 석유 수출국입니다. 나이지리아 국토의 7.5%를 차지하는 나제르 델타 지역은 7만 평방 킬로미터 지역에 걸쳐서 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 근처에 3천만 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제르 델타 지역은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에 나이지리아 반군은 이 지역을 되찾기 위해서 지금도 반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Tajo / 사진작가 Stefano Sbrulli
페루 중부에 있는 세로 데 파스코는 7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이중 다수는 엘 타조(El Tajo)에서 삽니다. 이 엘 타조에는 노천 광산이 있는데 이 변두리에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광산 구멍은 길이가 1마일이고 깊이가 1/4마일입니다. 이 노천 광산에는 구리, 납, 아연, 금 및 은이 있습니다. 이 노천 광산 개발은 엘 타조에 사는 사람들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숨겨진 모성 / 사진작가 Alena Zhandarova
한국에서는 자식을 낳으면 어머니의 이름은 사라지고 누구누구 맘으로 불리웁니다. 이는 정체성의 상실일 수 있습니다. 이는 서양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와 사진 촬영을 하면 어머니보다는 자식들을 더 내세우게 되고 어머니들은 익명처럼 다루어집니다.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을 위한 삶을 사는 어머니들을 담은 사진 시리즈입니다.
두 해안 사이 / 사진작가 Tadas Kazakevicius
Curonian Spit는 98km에 달하는 곡선으로 된 모래 언덕으로 발트해와 쿠로니안 라군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Spit 남쪽 부분은 러시아에 닿아 있고 북부는 리투아니아와 연결됩니다. Curonian Spit는 얇고 긴 반도로 가장 얇은 지역은 폭이 0.4km 밖에 안 됩니다. 이 지역의 불안과 내면의 평화를 담았습니다.
아버지처럼 산처럼 / 사진작가 Pan Wang
중국 산시 성 시안 시 동남쪽에 있는 산 친링은 사진작가에게는 아버지의 화신과 같은 산입니다. 실제로 친링은 '아버지 산'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산들을 보고 어른들에게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려달라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5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친척과 친구 집에 방문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탁고 친링에 간 것을 기억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사진작가 Pan Wang은 이 친링이라는 산을 3년 동안 촬영합니다. 촬영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했다고 하네요. 저도 유년 시절 추억의 동네를 찾아갔지만 모든 것이 변해서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공간이 손톱만큼 남아서 황망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날으는 촐리타 / 사진작가 Luisa Dörr
이제는 아주 유명해진 피사체입니다. 볼리비아에 가면 여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레슬링을 합니다. 아이마라 족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을 촐리타라고 합니다. 양갈래로 땋은 머리와 블라우스와 긴 주름치마를 입안 아미마라 족 여자들은 90년대 초 프로레슬링 인기가 사라지자 레슬링이 중단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인 볼리비아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이에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 전통의상을 입고 레슬링을 하게 했는데 이게 대박이 납니다. 지금은 볼리비아 문화 중 하나로 인기가 높습니다.
±100 / 사진작가 Magdalena Stengel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습니다. 100세 시대가 헛 말이 아닙니다. 2019년 독일에서 태어난 3명의 소녀 중 1명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게 사실이면 인류 최초로 150세가 되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90세에서 100세 사이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독립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사진시리즈는 90~100세 사이의 노인들의 행복, 슬픔, 전쟁과 평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세로 50년을 사는 것이 아닌 70세로 30년 넘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