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이 지겹고 지치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카페나 차려 볼까?"
"책 좋아하니까 작은 서점 하나 차려 볼까?"
"꽃 좋아하니 꽃가게나 차려 볼까?"
카페, 서점, 꽃가게의 공통점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고 낭만이 있다는 겁니다. 기분을 파는 상점이 카페, 서점, 꽃가게입니다. 이렇게 낭만적인 가게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동경하기에 우리 주변에 참 많습니다. 아니 많았습니다. 카페는 계속 늘어가다가 최근 정체되고 있지만 꽃가게와 서점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동네 서점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동네 서점도 초중고등학교 학습지나 참고서를 주로 파는 학교 앞 서점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네 서점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면에서 앞서는 예스24,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신도서정가제'로 정가보다 10%이상 저렴하게 판매할 수 없게 했지만 10%라도 싼 그 가격 때문에라도 대부분의 책을 구매하는 분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삽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책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을 합니다. 이렇게 동네 서점은 쇼룸이 되어가다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서 하나 둘 씩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국회가 '신도서정가제'로 온라인 서점의 큰 할인 정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출간한지 18개월이 지난 구간도 할인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인해 독서 인구를 줄여 버립니다.
그런데 최근 동네서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동네 서점이 아닙니다. 많은 책을 꽂아 놓고 판매하는 흔하고 뻔한 동네 서점이 아니라 커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다양하고 많은 책 보다는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 책과 서점 주인이 추천해주는 책을 넘어서 북클럽 모임이나 담소를 나누는 모임의 장소로 활용되는 독립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독립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걱정도 앞섭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냐는 겁니다. 저도 책을 참 좋아해서 서점을 운영할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지속 가능성이 아주 낮아서 잠시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달리 실천을 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독립 서점 또는 작은 동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점 주인들의 진솔하고 담백한 인터뷰를 담은 책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입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책 자체가 독특합니다. 일반 출판사에서 나온 책 같기자 않죠. 책 표지가 무슨 신문지로 말아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책 제목도 엄청깁니다. 그러나 이 책 제목으로 딱 어울립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딱 봐도 독립 서점주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구나를 바로 알 수 있는 제목입니다.
이 책의 출판사는 로컬숍 연구 잡지인 브로드컬리(Broadcally)입니다. 지역에서 뜨고 있는 혹은 최근에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베이커리 가게, 서점, 음식점 사장님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담은 책을 내고 있습니다.
브로드컬리 홈페이지(http://broadcally.com/)에 가보니 책이 시리즈로 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서울의 3년 이하 가게들입니다. 3년 이하의 공통점은 최근 저성장이 일상이 되고 불경기가 일상이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악착 같이 벌 기회도 주지 않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서 번아웃 증후근에 시달리는 일상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52시간 근로제가 서서히 정착이 되어가면서 몸의 여유가 생기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 분들이 한적한 공간, 나만의 공간, 책을 읽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공간 또는 나의 빈 마음을 채워줄 공간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은 독립 출판물이라서 그런지 형식이나 여러가지가 파격적입니다. 표지부터 신기하죠. 크기도 문고판으로 작습니다. 작고 두꺼운 책입니다.
페이지로 따지면 331페이지로 꽤 두꺼운 편입니다. 그러나 금방 읽힙니다. 왼쪽 페이지는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이 아닌 오른쪽 질문과 대답의 인터뷰 형식의 글의 주요 부분을 큰 폰트로 담거나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내용은 책의 반 만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면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밉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용이 꽤 재미있습니다. 목차를 보면
오늘날 소규모 서점의 쓸모는 무엇일까? ----10p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나? ----72p
폐업하는 서점을 바라보는 마음은? --- 128p
서점의 매출 구조는? --- 178p
책만 팔아서 생존할 수 있을까? --- 220p
돈 벌려면 서점 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 274p
책 목차가 질문입니다. 이 제목이 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주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인터뷰를 담은 책은 서점 이름을 단락으로 표시하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 나오는 공통된 질문들을 목차로 표시를 했네요. 그래서 독특하지만 어떤 서점을 찾으려면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이걸 출판사도 아는 지 목차 밑에 서점 이름을 적고 있습니다.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주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 대표', '퇴근길 책 한 잔 김종현 대표', '51페이지 김종원 대표', '이후북스 황남희 대표', '노말에이 서지혜 대표', '인공위성 김영필 대표'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지속 가능성 까놓고 말해서 이 독립서점 운영해서 먹고 살 수 있느냐에 대한 생존에 관한 질문이 가득합니다. 어떻게 보면 날이 서 있을 수 밖에 없고 아주 민감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독립 서점 서점주에게 손님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 서점주는 하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제는 불쾌하다고 말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예비 창업자분들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대부분의 서점주들은 큰 돈을 벌수 없지만 생활비 정도 번다고 답을 하고 있습니다. 단 회사 다닐 때보다는 한참 모자릅니다.
많이 벌지 못하지만 대신 낭만이 있고 내 삶을 돌아보고 영위할 수 있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여기에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 꽂힙니다. 인테리어가 좋아서 인스타그램 사진만 찍는 쇼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서점주들은 그게 뭐 어떠냐고 되묻기 까지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지속 가능성이겠죠. 책만 팔아서는 지속할 수 없는 구조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독립 서점 같은 작은 서점에 공급되는 공급가가 책 정가의 75%라고 하네요
"책 값을 15,000원으로 잡고 75% 공급률을 적용하면 한 권 팔 때 남은 돈이 3,750원이다. 월세를 포함한 유지비를 100만 원으로 하고 인건비를 100만 원만 쳐봐도 매월 200만 원 벌어야 하는데 책 팔아서 그 돈을 벌려면 한 달 내내 매일 18권 씩 팔 수 있어야 한다"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중에서 일부 발췌>
이 책에 소개된 서점들의 공통점은 서울에 생긴 3년 이하 서점이라는 점과 그 서점 대부분이 독립 출판 서점이라는 소리입니다. 이 독립 출판 서점들은 책만 팔아서는 운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서점이 커피와 맥주를 팝니다.
카페에 서점을 더한 북 카페 컨셉이라고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비판도 있지만 서점 주인들은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묻습니다. 책과 커피와 맥주는 하나의 기호물이고 그게 섞인다고 문제가 아닌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죠.
수익은 서점마다 다르지만 책 팔아서 내는 수익과 커피나 맥주 팔아서 내는 수익이 비슷하고 매출액 대비 이익은 커피와 맥주가 좋습니다.
또 하나의 수익원은 독서 모임입니다. 독서 모임을 주선하거나 책을 권해주는 책 처방전을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서점주들은 큰 수익은 많이 낼 수 없지만 서점 운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여기에 소개하는 서점주들은 잘하는 일을 넘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책 덕후라고 할 수 있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적은 수입입니다. 대신 행복이 그 적은 수입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이 책은 주로 수익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합니다. 아무래도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책이라서 그런 건지 지속 가능성에 집중해서 질문을 합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먹고 사니즘 말고 서점을 운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기억나는 손님이나 가장 행복했을 때 같은 좀 더 낭만적이고 밝은 질문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게 없네요.
그래서 좀 딱딱한 느낌도 듭니다. 그럼에도 낭만 서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 책 시리즈 꽤 흥미롭네요. 인터뷰를 담은 책이라서 빨리 쉽게 읽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요즘은 이런 책들이 머리 덜 복잡하고 좋더라고요.
다른 시리즈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서점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브로드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