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가장 크게 인기를 끄는 사진 장르는 셀카입니다. 스위블 회전 액정이나 틸트업 액정이 없는 디지털 카메라 시절에도 후면 LCD 화면을 보지 않고 노룩 샷으로 촬영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후면 카메라는 물론 전면 카메라까지 등장하면서 사진 최고의 인기 장르인 셀카 장르가 탄생하게 됩니다.
셀카 많이 찍는 분들은 정말 많이 찍으세요. 이 사진들을 그냥 보관하는 분들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 수시로 올리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셀카 사진이 자신을 더 꾸며주는 사진일까요? 아니면 자신을 더 안 좋게 보는 사진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올리는 모습에 크게 만족하지만 그 사진을 보는 페이스북 이웃,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은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이 셀카인 분들은 자기애가 강하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SNS에 셀카 사진만 올리는 분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분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부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저만 그런 게 아니네요
셀카를 찍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다
셀카는 전 세계적인 열풍입니다. 이 열풍의 방증이 셀카봉의 엄청난 판매입니다. 이런 셀카 열풍을 연구한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워싱텅 주립 대학의 심리학자인 Chris Barry 교수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대상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사진은 2장의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왼쪽은 전형적인 셀카 사진으로 한 손을 쭉 내밀어서 전면 카메라로 촬영한 스스로 촬영한 사진 즉 셀카(셀피)입니다. 이 셀카 사진은 특유의 광각 앵글이 있죠. 반면 오른쪽 사진은 남이 찍어준 사진입니다. 이건 셀카가 아닌 남이 나를 찍어준 초상 사진입니다.
Chris Barry 교수가 이끄는 미시시피 대학교 연구팀은 먼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미국 남부의 공립 대학교 30명의 학부생으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을 구성했습니다. 이 30명의 대학교 학부생의 동의를 얻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카 또는 초상 사진 여부와 신체 모양, 다른 사람과의 관계, 이벤트 활동 등이 포함된 내용을 포함한 내용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 학생 그룹은 미국 북서부에 있는 한 대학의 119명의 대학교 학부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119명은 1그룹의 30명의 대학생이 게시한 이미지를 보며, 자기애, 자존심, 외향성, 호감도 등의 13가지 특성에 따라서 1그룹의 대학생에 대한 성격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셀카를 찍는 젊은 남자/작성자: Olesya Kuznetsova/셔터스톡>
조사 결과 다른 사람이 촬영한 초상 사진을 게시하는 사용자는 자존심이 높고 모험적이고 외롭지 않고 사교적으로 보여서 친구로 삼고 싶다는 호감도가 높고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반면 셀카 사진을 많이 게시하는 사용자는 반대로 자존심이 낮고 내성적이고 보수적이라서 호감도가 낮았습니다.
<셀카를 찍는 여자/작성자: Look Studio/셔터스톡>
특히 거울의 굴곡 등 실제 셀카 모습이 아닌 셀카 사진을 왜곡하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인격 평가는 더 부정적이었습니다. 여기서 거울의 굴곡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셀카 앱 중에 얼굴을 보정을 넘어서 수정하고 많이 꾸미는 등 셀카에 많은 왜곡을 넣는 앱을 이용하는 분들 같네요.
흥미로운 건 첫 번째 그룹의 사진을 보고 두 번째 평가팀이 자기애가 강하다고 평가를 받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많았습니다.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은 첫 번째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평가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팔로어가 많았네요.
흥미롭네요. 셀카 찍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했는데 실제로는 팔로어가 많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이 나이가 많을수록 성공, 타인에 대한 배려, 새로운 일에 대한 개방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이든 학생일수록 보수적인 시선을 가졌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연구원들은 이 결과를 가지고 여러가지 이론을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이 찍어주는 초상 사진은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실제 사람을 보는 시선 즉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보는 이미지와 유사해서 자연스럽게 보였고 그래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사실 그렇죠. 우리가 누굴 본다는 건 초상 사진 식으로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죠. 그러나 셀카는 광각 카메라로 얼굴이 왜곡되고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인위적으로 보입니다. 이 불편함이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되었나 보네요.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도 비슷해요.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있고 남이 나를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은 주관적이고 남이 나를 보는 시선은 객관적입니다. 왜냐하면 셀카는 잘 나올 때, 내 최상의 모습일 때만 기록하고 잘못 나오거나 마음에 안들면 바로 바로 지우잖아요. 그러나 남이 날 찍어준 사진은 자신이 마음에 안들면 지우면 되긴 하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객관적인 사진은 캔디드 사진으로 잔뜩 포즈를 취하고 꾸미고 인위적인 표정을 짓는 셀카나 초상 사진이 아닌 몰래 찍는 캔디드 사진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남이 의식하지 않은 얼굴을 가장 많이 보고 그게 그 사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나를 볼 때 잔뜩 꾸미게 봅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네요. 셀카가 생각보다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네요. 표본수도 적고 연구 결과가 100% 진리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부정적인 시선은 저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