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작년에는 무지개 한 번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1번 이상 무지개가 떴네요. 중요한 건 제가 직접 보고 카메라로 담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처음 본 무지개를 촬영했습니다.
8월 15일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대형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계속 내리네요. 비오는 아침에 일어나서 과천으로 향했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과 근처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무료 개방한다는 소리에 겸사겸사 찾아갔습니다.
금천구청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KTX가 지나갑니다. 빗방울을 튀기면서 지나가는 고속 열차를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면서 촬영했는데 달리는 열차와 빗방울을 잘 담으려면 1/2000초 내외가 가장 좋네요.
과천현대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과천현대미술관에서는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 전시하는 <젊은 모색 2019>가 열리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물침대를 제공해서 관람객에게 잠시 동안의 휴식을 제공하는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꺼내들고 나가는데 저 멀리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이게 여름의 맛이죠. 비오는데 저 멀리 햇살이 보이는 풍경.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빛 그리고 비 그리고 오후 4시의 조합이라면 혹시 무지개도 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태양의 반대편으로 돌아봤습니다만 무지개는 안 보였습니다. 무지개 뜨는 조건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별다른 글이 없네요.
요즘 포털 검색이 예전만 못합니다. 원하는 정보 구하기도 어렵고요. 그나마 나무위키의 '무지개' 글이 읽어 볼만 합니다.
무지개 뜨는 조건은 태양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수증기가 가득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가장 흔한 조건은 한쪽엔 해가 뜨고 한쪽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 조건으로 오후 4시 넘어서 잘 보입니다. 아무래도 태양의 각도가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의 각도가 수증기를 프리즘처럼 반사 시켜서 무지개를 만듭니다.
조건이 충족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태양은 있는데 얇은 구름이 막고 있네요. 제가 서 있던 서울랜드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무지개 사진들을 보면 배경이 참 후진 사진들이 많습니다.
배경이 좋은 곳을 찾다보니 마침 꿈과 희망의 나라인 '서울랜드'로 향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서 입구에서 서울랜드 뒤쪽 하늘을 봤습니다. 여기가 동쪽 하늘입니다. 해가 서쪽에 있으니 이쪽에서 뜰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떴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여전히 구름에 가려 있었습니다. 얇은 구름이라서 그 구름을 뚫고 무지개를 얇게 띄우네요. 일단 촬영을 하고 난 후에 후보정에서 좀 더 진하게 만들자 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배경 아주 좋습니다. 우비 입은 사람들을 배치해서 비오는 것을 강조했고 그 뒤에 산에 안개도 걸렸습니다. 이제 무지개만 깊은 쌍커플처럼 진하게 뜨면 됩니다. 그러나 먹장 구름 띠가 다가오더니 해를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직아이도 아니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정말 얇은 무지개입니다. 게다가 이날은 서울랜드 야간 개장도 안 하나 봅니다. 주말에만 하나봐요. 직원들이 오후 6시 경이 되니 사복으로 갈아 입고 퇴근들을 하네요.
먹장 구름이 한 없이 밀려 들어옵니다. 이 먹구름만 지나가면 진한 무지개가 뜨길 바랬는데 무려 30분 이상 기다렸는데 마치 연기처럼 계속 밀려 오네요.
거의 포기했습니다. 그때 먹구름 사이에서 태양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바로 뒤를 돌아봤습니다. 자! 무지개야 떠라~~~~ 그러나 미동도 없네요. 망했네요. 끝났어요. 망쳤어요.
그냥 포기하고 먹구름이 만드는 산신령 풍경을 담았습니다. 관악산 지상파 기지국과 기상청 관측소에 걸린 구름을 담았습니다.
무지개 대신 이런 풍경을 담았네요. 이 풍경도 꽤 괜찮긴 하네요.
노을 명소인 과천호에서 노을을 촬영할까 했는데 먹구름이 너무 짙어서 포기했습니다.
숲속의 연인을 뒤로하고
서울랜드도 뒤로하고
과천호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먹구름이 다 사라지고 멋진 일몰을 보여주네요.
여름은 정말 변화무쌍하네요. 방금 전만 해도 연기 같은 먹구름 띠가 사라지고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여름은 정말 변덕쟁이입니다. 무지개는 제대로 못담았지만 대신 노을을 주워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