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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스윙키즈. 재미, 감동, 웃음, 눈물은 있고 신파는 없는 영화

by 썬도그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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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가 개봉을 했습니다. 지난 주에 개봉했으면 무혈입성을 했을텐데 이번 주는 송강호가 주연하는 <마약왕>과 D.C 코믹스 영화 치고는 잘 나왔다고 평가 받는 <아쿠아맨>도 개봉했습니다. 이런 강력한 경쟁작들과 함께 개봉해서 <스윙키즈>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12월 20일 현재 예매율을 보면 놀랍게도 <마약왕>을 제치고 <아쿠아맨>이 1위에 올랐네요. 안타깝게도 <스윙키즈>가 3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순위는 곧 바뀔 것 같습니다. <마약왕>을 보고 나온 관객들 평가가 별로 좋지 못하네요. 반면 <스윙키즈>는 제가 어제 보고 왔는데 영화 아주 잘 나왔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인 <써니> 보다는 살짝 못 하지만 그런대로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제 3의 전쟁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이념 갈등을 춤으로 승화한 영화 <스윙키즈>

<베르너 비숍이 촬영한 1952년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포크댄스를 추고 있는 반공 포로들>

영화 <스윙키즈>는 이 1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저도 이 사진을 10년 전에 처음 보고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된 북한과 중공군이 수용된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포크댄스를 추고 있는 포로들의 모습이 생경스러웠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건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전쟁 포로들이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를 넘어서 어떻게 북한, 중공군 포로들이 미국 춤을 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 수용소'는 '제 3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념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무려 14만 명이나 되는 북한, 중공군 전쟁 포로들은 북으로 돌려 보내 달라고 하는 친공 포로들과 남한에서 살게 해 달라고 하는 반공 포로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북한, 중공군 포로가 남한에서 살겠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한국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지만 포로들에게는 그 영향이 덜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포로에 대한 규약인 제네바 조약에 의해서 포로에 대한 대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얼마나 좋았냐면 전쟁터에서는 추위와 배고픔에 굶어 죽어가는 민간인들과 고생하는 군인들이 많은데 반해 포로들은 배부르고 등따신 상대적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포로수용소 자체가 하나의 자치 지역처럼 느껴질 정도로 UN 군의 감시와 통제가 강하지도 않았습니다. 친공 포로와 반공 포로로 갈려서 싸우기도 했고 친공 포로가 반역자들이라면서 반공 포로들을 살해하는 사건도 일어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을 담은 베르너 비숍의 사진을 바탕으로 뮤지컬 <로기수>가 만들어졌고 이 <로기수>를 영화로 만든 것이 <스윙키즈>입니다. 

영화 <스윙키즈>는 이념의 시궁창 같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이념 갈등을 넘은 스윙 댄스를 추는 중공군, 민간인, 반공포로, 친공포로와 흑인 하사가 펼치는 신명나는 춤 사위를 담은 영화입니다. 


너무나 호화로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대한 반감이 훅 들어오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국 전쟁 당시의 보도 영상이 보여집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낙동강까지 밀렸던 국군과 UN군은 반격을 해서 신의주까지 올라갔다가 중공군의 전쟁 참여로 다시 밀리게 됩니다. 남한에는 거제도에 14만 명의 북한,중공군 포로들이 있고 북한에도 미군과 국군 포로들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포로 수용소에서 농구와 파티를 하는 자유로운 포로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서 세상에 알립니다. 이 영상을 본 '거제도 포로수용소' 소장은 우리도 포로수용소가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흑인 하사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에게 댄스팀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합니다. 

영화 <스윙키즈>의 최대 걸림돌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좀 어려운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지는 '거제도 포로 수용소'입니다.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포로라고 하기엔 너무나 잘 다려진 군복과 건강함이 덕지덕지 붙은 포로들의 생기 넘치는(?)는 모습과 포로 수용소의 엄혹함은 없고 무슨 보이스카웃들이 대규모 야영을 하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주인공인 반공포로 로기수(도경수 분)가 식량 창고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깡통을 까먹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느슨한 경비 상태라고 해도 이렇게 포로가 활개치고 다닐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약한 부분이 좀 보입니다. 영화 후반에 반공 포로인 강병삼(오정세 분)이 자신의 아내를 찾는 과정은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러나 영화 완성도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몇몇 개연성 없는 부분을 감독도 잘 알고 있고 이 영화는 환타지가 가미된 영화라고 설명이라도 하듯 반공 포로 강병삼과 중공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분)이 언어가 다름에도 서로 대화를 하는 장면을 끼어 넣습니다. 

좀 이상한 장면이죠. 이를 통역하는 앙판래(박혜수 분)이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냐며 농담식으로 말합니다. 이 장면 하나로 영화의 개연성 없는 장면들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이 영화는 배경만 실제 장소이고 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환타지가 강하니 적당히 알아서 보라고 하는 듯 합니다. 초반 관객들의 상황 부적응을 영화 <스윙키즈>는 현란한 탭댄스와 화려한 장면전환 기법으로 시선을 유도합니다. 


춤 하나로 뭉친 5인조 <스윙키즈>

친공 포로 로기수, 반공 포로 강병삼, 민간인 통역사 양판래, 중공군 포로 샤오팡 그리고 괄시 받는 흑인 하사 잭슨은 <스윙키즈>라는 탭댄스 팀을 만듭니다. 전쟁통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5명입니다. 이념도 다르고 성도 다르고 인종도 다릅니다. 다르지만 이들이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탭댄스의 흥겨움입니다. 이념 따위 집어쳐! 춤으로 대동단결을 외치면서 가장 까칠하게 굴던 로기수마저도 탭댄스의 흥겨움에 물듭니다. 


영화 전반부는 이 다섯명의 춤꾼들이 보여주는 춤 연습 과정과 댄스 배틀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전반부는 파스텔 톤 밝은 색조의 동화처럼 그려집니다. 이 달달함은 달콤함도 있긴 하지만 포로수용소에서 춤판을 벌이는 것이 기이하다는 생각도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다닙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단짠단짠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 전반부는 단맛만 가득합니다. 


포로수용소의 살벌함이 담기기 시작하자 영화 <스윙키즈>의 활력이 생기다

영화 예고편에 단 1초도 안 담긴 장면이 영화 중반에 시작됩니다. 예고편만 보면 무슨 생뚱맞게 포로수용소에서 탭댄스래?라고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영화 전반부 내내 드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1시간이 지난 후부터 예고편에 없던 살벌함이 서서히 퍼집니다. 로기수는  야수와 같은 인민 영웅 로기진의 동생입니다. 인민 영웅의 동생이니 당연히 친공주의자이자 철저히 공산주의자입니다. 이런 철저한 공산주의자가 탭댄스를 추면서 사상을 의심받게 됩니다. 

여기에 히든 카드인 로기수의 절친이자 뼈속까지 공산주의자인 광국(이다윗 분)이 포로수용소에 옵니다. 광국은 바로 포로수용소 친공 진영을 휘어잡고 반공 세력에게 폭력을 가하고 잔인함을 드러냅니다. 이런 살벌함 속에서 탭댄스를 추는 것이 발각되면 친구지만 로기수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런 긴장감이 흐르자 영화는 생기를 넘어서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이래야 재미있죠. 단맛의 찐득거림이 약간 거슬릴 때 얼큰하고 자극적인 맛이 들어오면서 영화의 맛이 더욱 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다윗의 연기의 힘과 함께 영화는 살벌한 포로수용소의 현실을 담아냅니다. 여기에 로기수의 형 인민 영웅 로기진의 등장과 후반의 반전 캐릭터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스릴, 웃음, 감동까지 이끌어냅니다. 

걱정은 영화의 2가지 색의 조화입니다. 웃음과 재미의 색과 이념 갈등과 전쟁의 비극의 색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걱정이 되었는데 영화 <스윙키즈>는 이 색이 그런대로 잘 잡혀 있습니다. 다만 영화 결말 부분에서 이 색이 엉켜 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좀 어울리지 않고 생뚱맞다고 할까요? 결말에 공감하는 관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듯 합니다만 영화 중후반부의 힘은 아주 좋네요. 


재미, 감동, 웃음, 눈물은 있고 신파는 없는 영화 <스윙키즈>

영화는 감독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유명 감독은 그 감독 이름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은 2008년 <과속스캔들>을 시작으로 2011년 <써니>, 2014년 <타짜-신의 손>까지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영화들은 절묘한 화면 전환 효과와 뛰어난 편집술과 반박자 빠른 편집과 감각 있는 스토리텔링은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영화 <스윙키즈>도 강형철 감독 영화 답게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물론 초반의 찐득거림이 있고 개연성 부족한 몇몇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흠을 낼 정도는 아닙니다.  영화 <스윙키즈>는 춤 배틀을 통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특히, 탭댄스 팀이 해체 위기에 놓였을 때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라는 노래에 맞춰서 로기수와 양판래의 무아지경 탭댄스는 영화의 재미를 절정으로 끌어 올립니다. 

여기에 흑인, 전쟁통의 부녀자, 반공, 친공 포로, 중공군 등 세상의 이념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의 서글픔이 자박자박 깔려 있습니다. 비록 이념 전쟁의 최전선인 프로파간다로 <스윙키즈>가 활용되지만 이 5명은 춤을 출 동안은 세상을 잊을 수 있어서 춤 자체를 즐깁니다. 춤에는 인종도, 국경도, 이념도 없다는 메시지는 1985년 영화 <백야>를 연상케 합니다. 웃음 코드도 꽤 있지만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많지는 않고 윤활유 역할로만 등장합니다. 

눈물도 있습니다. 이 눈물은 슬퍼서 흘러나오는 눈물이라기 보다는 인류애에 대한 감동의 눈물입니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으르렁 거리는 사이에 흐르는 온기가 눈이 되어서 내릴  때의 풍경은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풍경입니다. 


형제애도 있습니다. 로기수와 로기진의 뜨거운 형제애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신파입니다. 눈물 쏙, 콧물 쏙 빼게 하는 신파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눈물을 빼내는 신파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유치하지만 이런 신파가 오히려 영화 흥행에 큰 도움이 되어서 신파를 많이 넣는 추세입니다. 영화는 영화 매니아만 보는 것이 아닌 1년에 1~2편 보는 분들도 많고 이런 분들에게는 대중적이고 쉽고 간편한 신파가 좋습니다. 

강형철 감독은 신파를 뺍니다. 충분히 눈물 흘릴 구간과 설정이 있음에도 과감하게 도려냅니다. 문제는 이 신파를 너무 도려내다 보니 영화 결말 부분이 슬프거나 아름답거나 하지 않고 이게 뭐야~~~라는 작은 탄식이 나옵니다. 저도 신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결말 부분을 이런식으로 만드려면 차라리 신파가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영화 <스윙키즈>는 꽤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오정세, 도경수, 박혜수, 김민호 그리고 자레드 그라임스의 연기가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배경은 어둡고 습하지만 그 어두운 배경 위에서 탭댄스 신발을 신고 춤을 춥니다. 이념을 잊고 전쟁을 잊고 춤이라는 만국공통어를 통해서 포로수용소를 정화합니다. 다만 결말 부분에 대한 호오가 갈릴듯 하네요. 저도 결말 부분은 좀 아쉽긴 합니다만 웃음부터 슬픔까지 재미부터 스릴까지 그런대로 잘 담은 영화라고 느껴지네요. 

별점 : ★★★☆

40자 평 : 이념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포로수용소에서 피어나는 만국 공통어인 춤이 만들어낸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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