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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위선이라는 가면을 쓴 가면 무도회 같았던 영화 완벽한 타인

by 썬도그 20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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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에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려 528만 명이나 본 대박을 친 영화입니다. 손익 분기점이 180만 명의 3배나 많은 관객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 기대를 안 했습니다. 중년들이 집들이 하면서 하는 스마트폰 내용 공개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얼마나 재미있겠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좀 놀랬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강력한 영화들이 없어서 인기 얻은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입소문도 상당히 좋은 영화입니다. 얼마나 흥미로운지 살펴봤습니다.

사생활 단지인 스마트폰 내용 공유하기를 통한 본색 찾기

속초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들은 석호(조진웅 분)의 집들이를 위해서 부부 동반으로 함께 모였습니다. 이에 철 없는 바람둥이 준모(이서진 분)과 그의 아내 세경(송하윤 분)과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과 유일하게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는 부엌데기 수현(염정아 분)과 영배(윤경호 분)를 석호와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 분)이 맞이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고 아내끼리도 모두 교류가 있어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

이렇게 수다를 떨다가 석호의 아내 예진이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삶을 그대로 담는 블랙박스라면서 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오는 전화, 메시지, 메일, SNS 내용을 공개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이에 떨떠름하지만 다들 자기는 비밀이 없다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진실 게임이 시작됩니다. 


영화는 가벼운 위트로 끌어갑니다. 그러나 이 스마트폰 공개 게임이 탐탁치 않은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석호(조진웅 분)는 정신과 의사이자 아내인 예진 몰래 속초 레저 타운에 투자한 금액을 싹 날려 버렸습니다. 또한 태수(유해진 분)는 15살이나 더 많은 연상 누님과 몰래 사귀고 있습니다. 이에 태수는 자신의 스마트폰과 동일한 모델을 가지고 있는 영배에게 폰을 잠시만 바뀌자고 말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 위기가 다가오고 스마트폰 바꿔치기로 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오는 문자 메시지나 카톡과 전화를 통해서 서로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부엌데기 수현은 친구들과 하는 수다를 스피커폰으로 만천하에 공개되자 당황해 합니다. 앞에서는 집 샀다고 축하하지만 속내는 여간 질투가 가득한 게 아닙니다. 이 정도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 다르고 뒤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점점 일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친구들끼리 골프 약속을 했는데 영배만 빼고 약속한 것을 영배가 알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 있지 않나요? 나만 빼고 친구들끼리 놀러 갔던 일을 나중에 알게 되면 무척 섭섭하죠. 그때 알게 되죠. 내 친구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 뒷담화를 까는구나라는 것을요. 깔 수는 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당사자가 없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죠. 문제는 앞에서는 못하면서 뒷에서 하는 그런 말들이 문제입니다. 

면전에서 하지 못하는 말은 뒤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달과 같아서 항상 달의 앞면만 보여주면서 달의 뒷면이라는 본심을 숨기면서 삽니다. 


중년들의 추악함을 담고 있는 <완벽한 타인>

영화 <완벽한 타인>은 속초 출신의 동네 친구 4명이 집들이를 하면서 달의 뒷면 같은 본심 또는 뒷담화를 앞에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재 자체는 별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냥 흔히 하는 '진실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린 구석이 많은 40대 중년들은 이 진실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추한 모습을 많이 드러냅니다.

일반화 하기 어렵지만 중년들은 참 추잡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제 주변에도 영화 속 40대 중년 같은 인간들이 꽤 있었습니다. 저도 몰랐죠. 몰랐는데 술자리에서 불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웃겼던 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남자들은 그런 불륜을 그냥 웃어 넘기거나 모른척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더 큰 불행을 일으킬 수 있고 누군가가 피해를 받는 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저는 술자리에서 바로 버럭 화를 냈습니다. 너의 그 행동은 아주 나쁜 행동이라고 했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 보는 그 눈빛을 잊지 못하겠네요. 마치 너만 깨끗한 척 하지마라는 그 시선이요! 이후 저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점점 나가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연락이 다 끊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아쉽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제가 이상한 놈이고 대부분은 친구의 부정한 행동, 불륜을 아주 잘 숨겨주고 감싸줍니다. 


이런 중년들의 추잡함이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전 이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면서 공감이 가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음 붙일 수 있는 캐릭터는 이 모임에 새롭게 투입 된 세경이라는 새댁과 최근에 이혼을 한 영배 그리고 부동산 사기를 당한 석호 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스마트폰 진실 게임을 통해서 이 7명의 진짜 모습을 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볼 수 없는 달의 앞 모습이 아닌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들이 드러나면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안 좋은 점

영화 <완벽한 타인>은 완벽히 지인이나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월식 기간에 진짜 본색을 드러내면서 파국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라서 저렇게 오래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초,중,고등학교 친구들을 평생 가져갑니다. 반면 대학교 및 사회 생활에서 만난 직장 사람들은 길게 연락하지 않습니다. 왜 이럴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초중고 친구들은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 아닙니다. 같은 동네에 산다고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친구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집안 배경과 성격, 외모, 학력, 능력 등등 우리가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모두 없습니다. 물론 같은 반이라도 성격이나 여러가지 기준점으로 내가 선택해서 만나는 친구들이 있긴 합니다만 동네 친구들은 이런 것 마저도 거의 없습니다. 

반면 직장 동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잠시 만난 사이이고 그 목적이 사라지면 스마트폰 전원 끄듯 쉽게 관계를 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직장에서 만난 동료를 10년 넘게 만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흔하지 않습니다. 

동네 친구들은 지지고 볶고 싸울지라도 형제처럼 내가 선택한 친구가 아닌 그냥 동시대에 동일안 공간에 같은 나이라는 이유로 뭉쳤기 때문에 형제처럼 느껴지는 존재들입니다. 비록 혈연은 아니지만 유년 시절의 기억이라는 피가 함께 흐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들이나 친구들은 평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친구, 동네 친구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고 이 동네 친구들의 조건 없는 우애와 사랑은 험한 세상을 사는데 큰 버팀목과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친구가 안 좋은 행동을 하면 그걸 감싸지 말고 바로 쓴소리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쓴소리에 친구가 마음 상할 까봐 모른 척하고 쉬쉬합니다. 또한 살다보면 사람 성격이나 취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성격 취향에 상관 없이 뭉쳐 있다 보니 파열음도 잘 일어납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동네 친구들의 문제점, 초등학교 친구들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안 좋은 경우를 담고 있고 초등학교 또는 동네 친구들이 쓸모 없고 몹쓸 관계라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동네 친구라는 관계의 어두운 면을 이 영화가 잘 담고 있습니다.


 알아도 모른척하고 사는 것이 좋은 삶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세계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영화 <완벽한 타인>은 우리의 삶을 3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달의 앞면 같은 공적인 삶, 달의 뒷면과 앞면을 함께 걸치고 있는 개인적인 삶, 그리고 달의 뒷면과 같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의 삶

이 말에 100% 공감 가지는 않습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은 직업을 가진 즉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필연으로 분리가 된 삶이지만 비밀의 삶은 필수적인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닙니다. 물론, 비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없지만 그 비밀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비밀이기에 숨기는 것이지 자신을 포함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비밀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비밀은 언젠가는 다 밝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비밀이 있는 삶을 사는 분들을 나무라는 것도 지적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비밀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밀이라면 그 비밀을 없애야 합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영화 후반 반지를 돌리는 장면부터 환상으로 접어듭니다. 감독이 영화 인셉션을 오마주 했다고 하는데 그걸 모르고 본 저는 집 밖으로 나오면서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깜짝 놀랐네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이들수록 이 말에 깊게 공감하게 됩니다. 사람은 나이들수록 안 변합니다. 나이들수록 자신에 대한 지적이나 견제나 비판이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나이 많으니 아랫사람은 늘고 윗 사람은 주니 누가 쓴 소리 하겠습니다. 그나마 편하게 하는 사람들이 친구인데 <완벽한 타인>속의 친구들처럼 쓴소리 모다는 허물을 감싸는 못난 친구들이 있다면 더더욱 안 고쳐집니다. 게다가 쓴소리를 한다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립한 후라서 외부의 비판의 시선과 목소리를 알아서 차단합니다. 

이런 중년들의 추잡스러움과 이중적인 삶을 아주 잘 담은 영화가 <완벽한 타인>입니다. 다만 영화가 연극적인 모습이라서 화려함은 없습니다. 가면을 쓴 얼굴 뒤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메시지는 좋지만 영화적인 화려함이나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그냥 씁쓸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그런대로 잘 만든 영화지만 아주 흥미로운 영화는 아니네요. 

보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정도입니다. 영화헤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석호입니다.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을 알지만 상대가 말하기 전까지는 눈 감아 주는 것이 평화를 위해서 좋은 행동일 수 있다는 시선이 인상 깊네요. 아마 석호 같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사는 관계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석호 같이 덮고 지나가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삶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네요.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하는 것들을 많이 제공합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보고 나면 같이 영화를 본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위험한 관계인지도 모르고 계속 만나는 추잡한 관계가 월식 아래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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