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가끔 저에게 "좋을 때다 좋을 때야"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당시는 몰랐습니다. 난 오늘도 아프로 쓰리고 힘든데 왜 좋을 때라는 것을요. 그리고 내가 그 어른들의 나이가 되자 자연스럽게 "좋을 때다 좋을 때야"라고 말하고 있네요. 젋다는 것 그 자체가 사랑 받아야 할 시간이자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관찰자의 시선 특히 중,노년이 된 어른들의 시선일 뿐 그 청춘을 지나는 20대 들에게는 길고 어두운 터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픈 추억과 기억은 휘발되거나 달콤한 추억으로 덫칠이 되고 밝은 기억은 더 밝게 기억됩니다. 내 삶을 내가 돌아보게 되면 항상 아름다운 이유가 다 기억의 보정 때문이죠. 청춘은 돌아보면 항상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그러나 매일 청춘만 돌아보면 우리의 현재가 망가지고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끔 꺼내봐야 그 가치가 보존되는 보석 상자처럼 가끔 꺼내봐야 합니다.

우리의 과거는 나 혼자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과 가족과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봤던 영화나 드라마는 각별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청춘을 함께 했던 시트콤 MBC 뉴논스톱

MBC는 시트콤 왕국이었습니다. 90년대 후반 방영된 <남자 셋 여자 셋>과 2천년 대 초 방영한 <세친구>가 대박을 내면서 시트콤 왕국을 만듭니다. 이 바통을 받은 시트콤이 <논스톱>입니다. 그러나 나팔만 불던 고수가 나온 논스톱시즌1은 3개월 만에 전면적인 출연진을 교체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아는 <뉴논스톱>이 시작됩니다. 

2000년 7월 31일부터 2002년 5월 17일까지 총 422회가 방영되었습니다. 뉴논스톱에는 인기스타들이 참 많이 출연했습니다. 이민우, 양동근, 조인성, 정다빈, 장나라, 박경림, 김영준, 정태우, 김정화, 김효진 등등 코미디언과 신인 연기자와 가수가 함께 출연했습니다. 이민우, 양동근, 정태우를 빼면 전문 연기자라기 보다는 20대 초반의 나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진 출연진이었습니다. 조인성도 김정화도 당시는 신인 연기자였고 장나라는 가수로 데뷰한 후 홍보를 위해 연기를 한 경우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출연 배우들의 이미지가 능숙한 연기자가 아닌 이제 배우고 자라는 어리숙함이 많았습니다. 연기력은 아주 빼어나지 못하지만 그 어리숙함이 주는 이미지가 참 좋았습니다. 뉴논스톱은 논스톱과 달리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시청률이 좋지 못해서 이민우를 하차 시키는 내홍이 있었지만 구리구리 양동근과 네모공주 박경림의 코믹 콤비와 잘생김을 담당했던 김정화, 조인성과 귀여움을 담당했던 장나라까지 모든 출연지의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무려 400회가 넘는 장기 방영 시트콤이 됩니다. 이후 뉴논스톱은 시즌5까지 훌륭하게 진행합니다. 

뉴논스톱 시리즈는 청춘 스타의 등용문이었습니다. 장나라, 조인성, 조한선, 최민용, 하하, 현빈, 장근석, 구혜선, 한효주 등의 청춘 스타가 이 뉴 논스톱 시리즈를 통해서 태어났습니다. 뉴논스톱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자양강장제였습니다. 20대 후반 지금같이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지도 주 5일제 근무도 정착되지 않았던 2000년,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10시 퇴근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주말에도 오전 근무를 하다 보니 밀린 스트레스를 토요일 밤에 다 풀고 일요일에는 시체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오후에는 어김없이 뉴논스톱이 연속 방영을 했고 평일에 보지 못한 뉴논스톱을 매주 봤습니다.

일 때문에 우울한 마음으로 달고 살았지만 날 그마나 웃게 해주었던 유일한 방송이 '뉴논스톱'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송 드라마보다 참 애착과 애정이 많습니다. 청춘이 영원하지 않듯 뉴논스톱은 시즌 5를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납니다. 지금은 시트콤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관찰 예능과 먹방, 여행 방송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제작비 많이 들어가고 제작하기도 쉽지 않은 시트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10,20대가 주인공인 청춘 드라마도 사라졌습니다. 

청춘 드라마가 실종은 아픈 청춘이 청춘이라는 요즘 세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픔의 고통을 절대 수치로 말할 수 없지만 2018년을 사는 20대가 2000년대에 살았던 청춘보다 더 아프고 열악합니다. 그럼에도 꼰대들은 여전히 노오오력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청춘을 소비자로만 생각하고 청춘이라는 밝은 기운만 차용하는 현재의 세상의 시선이 참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만난 뉴논스톱 배우들, 그 시절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다 

지난 10월 1일(월) 밤 11시에 방영하는 MBC 스페셜은 <청춘 다큐 다시, 스물 뉴논스톱 편>을 방영했습니다. 18년 전에 만났던 뉴논스톱 배우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양동근, 장나라, 이민우, 박경림, 조인성, 김정화, 정태우가 모여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습니다. 이들의 다시 만나는 걸 보니 마치 제 청춘 시절을 다시 보는 느낌이자 오랜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네요.

특히 김정화는 참 궁금했습니다. 한 때 영화 주연까지 했던 앞날이 밝을 것 같았던 김정화가 요즘 방송에서 보이지 않아서 잊혀지나 했습니다. 간혈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고 최근에 드마라에 출연하는 등 다시 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여전히 미모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네요. 뉴논스톱 동창회는 빛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배우지만 밝은 청춘 시절을 함께해서 그런지 스스럼없이 대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네요. 


하지만 청춘은 밝은 면만 가득한 건 아닙니다. 빛이 강하면 어둠이 강한 법. 그 찬란한 스타들도 깊은 어둠이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이 방송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이 18년 만에 만나서 동창회를 통해서 오랜 회포를 풀었다면 결코 소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그냥 너무 평범한 추억팔이일 뿐이죠. MBC 스페셜 청춘 다큐 다시, 스물 뉴논스톱 제작진도 이런 것을 잘 알기에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의 이야기를 길게 담지 않고 바로 박경림이 당시 출연자들을 따로 만나서 그 시절 이야기를 담습니다. 

좀 당혹스럽긴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여전히 잘 지내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담을 줄 알았는데 박경림이 따로 따로 배우들을 만납니다. 양동근의 어두운 과거의 모습은 이미 많은 방송에서 많이 소개 되었습니다. 양동근은 아역 출신 배우로 어린 시절 방송물을 많이 먹다 보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느꼈는지 영혼이 나간 상태에서 연기를 했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래서 연기의 신이라고 칭송을 받지만 현실 속 양동근은 과묵하고 말주변이 없는 모습으로 많이 비추어집니다. 이런 모습은 양동근을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동근이 변했습니다. 코믹 연기를 하는 양동근이 실제로도 밝아진 모습에 많이 놀랬습니다. 양동근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은 후에 삶에 대한 시선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뉴논스톱 당시에는 밝은 기분으로 연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장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에서 시작된 장나라의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2002년은 장나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기, 노래 이 2개의 장르에서 TOP이 됩니다. 너무 많은 스케쥴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하는 장나라. 그럴만 합니다. 엄청난 인기에 엄청난 스케쥴이 장나라를 옥죄였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이민우입니다. 이민우가 뉴논스톱에 출연 했나?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민우는 초반에 출연을 했지만 낮은 시청률의 희생양이 됩니다. 그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듯 떠납니다. 말하고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위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면 남은 배우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 뻔하니까요. 큰 형답게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안고 떠났네요. 

김정화가 처음 꺼내는 이야기에 박경림은 눈물을 흘립니다. 항상 밝을 것 같은 배우들이고 친한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박경림에게도 말 못한 괴로움을 박경림에게 처음으로 말합니다. 김정화는 연기 잘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자신에게 심한 채찍질을 했나 봅니다. 저도 이 말에 좀 놀랬습니다. 컴퓨터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차곡차곡 연기 경력을 쌓아가는 줄 알았는데 뉴논스톱을 촬영하면서 많이 괴로웠나 봅니다. 


가까이 지낸다고 생각해도 속 마음까지 다 털어 놓고 지내긴 쉽지 않습니다. 대학교 동창이나 동아리 동기나 후배들 중에서도 평상시에는 밝고 맑게만 지내던 친구도 따로 만나고 둘이 만나서 술을 마셔보면 평소에 하지 못한 고통을 게워냅니다. 뉴논스톱에서 출연한 밝고 명랑한 정다빈이 세상을 떠난 것도 참 가슴 아픈 일이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청춘은 밝을수록 어둠의 깊이도 강합니다. 그 청춘의 명암을 잘 보여준 방송이었습니다. 
청춘 그 시절의 빛과 어두움을 담은 MBC 스페셜 <청춘 다큐 다시, 스물 뉴논스톱 편>은 총 2회로 구성되어서 다음 주 월요일인 10월 8일 오후 11시에 MBC에서 2회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2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 지 궁금하네요. 


<POOQ(푹)에서 MBC 스페셜 <청춘 다큐 다시, 스물 뉴논스톱 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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