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인 <동주>, <박열>에 이어서 마지막 작품인 <변산>은 지난 7월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 2백만을 넘기지 못한 49만명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대체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 박정민이 주연을 했음에도 보지 않았습니다.
어제 무료로 볼 기회가 생겨서 봤는데 안 좋은 평이 들린 이유가 확실한 영화 <변산>이었습니다.
진부하다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담은 영화 <변산>
영화 <동주>와 <박열>은 일제강점기 시절을 치열하게 산 고귀한 청춘을 담았습니다. 비장하다고 할 정도로 애잔하면서도 박력이 넘쳤습니다. 특히 영화 <박열>은 통쾌함까지 느껴지게 했습니다. 두 영화를 너무 좋게 보다 보니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영화 <변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영화 <변산>은 변산반도가 있는 전라북도 부안을 배경으로 한 현대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박정민이 출연해서 기대감은 컸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스토리가 많이 아쉬운 영화입니다.
깡패인 아버지와 의절하고 혼자 서울로 올라와 여러 알바를 전전하면서 고시원에 사는 래퍼가 꿈인 학수(박정민 분)은 '쇼 미더 머니'라는 랩 콘테스트 프로그램에 6년 연속 참가했지만 번번히 탈락하고 맙니다. 학수는 아버지를 무척 미워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깡패인 아버지는 어머니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용서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의절한 아버지지만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학수는 고향인 변산반도가 있는 부안으로 내려갑니다.
병원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만났지만 약한 뇌졸증 증상이라는 소리에 불 같이 화를 냅니다. 아버지와의 옛 기억이 떠오르자 학수는 반말만 안 했지 아버지를 잡아 먹을 듯 대합니다. 같은 병실에는 동네 어르신이 함께 계셨는데 그 어르신을 간호하는 고등학교 동창인 선미(김고은 분)을 봅니다. 선미는 학수를 고등학교 때 짝사랑을 했습니다. 그러나 학수는 선미가 아닌 미경(신현빈 분)을 좋아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어두운 과거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선미와 있었던 노래방 사건 등등 흑역사도 동시에 떠오릅니다.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몰린 학수는 서울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고향 동네에 머물면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하나 둘 씩 만납니다
견인차를 운전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자신이 노트에 쓴 시를 배껴서 문학상을 받은 교생 선생님이자 선배도 만납니다. 첫사랑 미경도 보고 자신이 학대했던 용대(고준 분)도 만납니다. 용대는 깡패가 되어서 학수에게 남아 있는 악감정을 풉니다. 학수에게 있어 고향은 지우고 싶은 과거입니다. 또 다른 아버지죠. 그러나 선미에게 있어 학수는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이자 여전히 바라보는 노을 같은 존재였습니다.
영화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와 비슷한 청춘의 치열함과 괴로움을 담은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88만원 세대의 고달픔을 담은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이전의 2 작품과 그 괘가 아주 다릅니다. 영화 <변산>은 코미디 요소가 강한 드라마입니다. 아버지와의 어두운 관계를 담는 듯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학수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벗어나고 싶은 고향, 그러나 애증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청춘에서 사랑을 빼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영화 <버닝>과 같은 청춘 세대의 서글픔을 담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학수의 짝사랑인 미경을 두고 용대와 교생이었던 원준과의 삼각관계 또는 학수만 바라보는 선미의 외사랑을 코미디 톤으로 담고 있습니다.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랑의 짝대기 놀이는 20,30대에 가장 활발하고 그게 가장 강렬한 경험들이니까요. 다만 이런 스토리는 이미 수 많은 청춘 드라마들이 답습했던 이야기입니다. 이준익 감독이면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했으나 크게 벗어나지 않네요. 문제는 이 이야기와 학수와 깡패였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잘 섞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축이 과거로의 여행과 사랑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학대하고 버린 비정한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잘 녹아들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매번 학수에게 미안하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학수의 차가운 말에 똑같이 차가운 말로 대합니다. 뭐 한국 영화가 그렇듯 영화 후반부에는 아버지와의 화해와 뜨거운 눈물이 흐르지만 이 화해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억지스러운 화해라고 할까요. 여기에 용대와 쌓인 앙금을 푸는 과정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선미의 외사랑을 풀어가는 과정도 개연성이 높은 것도 공감이 많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한 10번을 쉬었다 볼 정도로 몰입도는 떨어집니다.
배우 박정민만 보이는 영화 <변산>
래퍼 심뻑을 연기한 박정민은 요즘 가장 핫한 남자 배우 중 1명입니다. 2010년 영화 파수꾼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2015년 <동주>로 스타가 됩니다.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영화 동주에서 이하늘과 함께 박정민을 주목하게 되었을 겁니다.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장애인을 뛰어난 연기로 훌륭하게 소개한 박정민은 변산에서 펄펄 납니다. 연기 진짜 기가 막히게 잘 합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한 번도 쳐보지 못했던 피아노 치는 연기를 위해서 피아노를 배웠고 이 영화 <변산>에서는 랩을 합니다. 랩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연기자가 하는 랩 연기가 아주 괜찮습니다.
사투리 연기와 일상 연기도 참 맛나게 잘 합니다. 이 배우는 지금보다 미래가 더 밝은 배우이고 황정민 급의 배우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고 이제는 박정민이 나온 영화라면 믿고 본다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 <변산>는 주제가 뭔지 모를 정도로 스토리도 별로입니다. 연출이야 혹평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화 전체가 2개의 어울리지 않는 맛을 섞어서 맛이 썩 좋지 못합니다.
그러나 배우 박정민의 연기가 지루함을 계속 지워나가면서 하드캐리합니다. 지우고 싶은 과거의 이름인 고향과 아버지를 동일선상에 놓는 시도는 좋았지만 스토리가 매끄럽지는 못하네요. 배우 박정민만 보이는 영화입니다. 저는 혹평에 가까운 비판을 했지만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면 그냥 저냥 볼만한 영화라는 시선이 많네요. 다른 감독이 연출했으면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기대치가 있는 이준익 감독이라서 혹평이 저절로 나오네요.
게다가 결말도 좀 작위적입니다. 청춘이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닌 밝은 면을 보는 것 자체는 비판할 수 없습니다만 영화 전체가 청춘 시리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청춘을 너무 겉핡기로만 담은 아쉬움이 있네요
별점 : ★★☆
40자 평 : 내 영화는 노잼이라서 보여줄 건 박정민 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