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서울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옆집에 살지만 눈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이웃이란 층간 소음 유발자, 흡연 피해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죠. 그래서 아파트의 삶은 삭막합니다. 이런 서울 사람들 특히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20,30대들이 많이 찾은 곳이 골목길이 가득한 서촌, 삼청동, 계동, 익선동입니다. 


골목과 동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골목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가할 때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머리를 말끔하게 하고 싶을 때 카메라 하나 들고 동네를 찾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동네라는 느낌이 없은 그냥 흔한 서울의 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의 느낌이 가득한 한옥 밀집 동네인 익선동, 계동, 삼청동, 가회동, 팔판동을 자주 갑니다. 마치 제 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DSLR을 사고 처음 찾아간 곳도 삼청동입니다. 2008년 당시만 해도 서울의 조용한 한옥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워낙 유명해져서 하나의 관광지가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많이 퇴색되고 덜 찾아가게 되지만 한옥 마을만큼 정겨운 곳이 없어서 지금도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찾아가는 곳입니다. 

이런 동네 골목길을 탐방하고 동네라는 푸근함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이 KBS의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입니다. 이 동네 다큐는 정규 프로그램은 아니고 2회에 걸쳐서 소개한 파일럿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정규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인데 지금 워낙 반응이 좋고 호평이 많아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정규 방송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철이라고 하면 개그맨 김영철로 아는 분도 있지만 요즘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4달러와 마구니가 꼈어로 유명한 배우 김영철입니다. 우리에게는 야인 시대의 김두한태조 왕건의 궁예로 잘 알려져 있죠. 

우락부락한 역할을 많이 해서 무서운 분으로 알고 있지만 배우 김영철은 아주 푸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대배우입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회는 서울역 뒷쪽 동네인 만리동, 중림동을 담았습니다. 이 동네는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어디를 가야할 지 몰라서 그냥 쭉 돌아다 보고 왔네요. 이 만리동과 중림동은 김영철이 뛰어 놀던 동네라서 그런지 정감어린 시선으로 아주 잘 담았습니다. 한 지역을 스토리텔러인 김영철이 동네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동네 토박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고 푸근했습니다. 마치 동네 식당에서 꾹꾹 눌러 담은 집밥을 먹는 느낌입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2화에서는 요즘 핫플레스가된 한옥 상가지역인 익선동과 한옥 마을인 계동, 삼청동 일대를 담았습니다. 이 동네는 제가 1달에 1번 이상 찾아가는 동네라서 아주 익숙한 동네입니다. 이 동네를 방송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제가 찾아가지 못한 골목까지 찾아갔습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정말 골목골목을 잘 찾아 다닙니다. 그렇게 골목과 동네를 돌아 다니다가 동네 분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푸근했습니다. 우리는 여행의 재미를 사진과 동영상과 셀카에서 느끼지만 진짜 여행의 재미는 그 동네에 사는 토박이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계동 작은 맛탕을 파는 가게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한 지역을 주제로 한 다큐는 지금도 있습니다. 같은 방송사인 KBS의 다큐 3일이 있죠. 그래서 다큐 3일과 참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실제로 다큐 3일이 담은 인사동과 익선동 내용과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비슷한 모습이 많습니다. 한 지역의 스토리를 캐내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큐 3일>은 진행자가 없이 많은 VJ와 PD가 카메라 뒤에 서서 직접 이야기를 캐내는 방식입니다. 

반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김영철이라는 진행자가 있습니다. 이점이 가장 다른 점입니다. 따라서 진행자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 
1화에서 김영철은 중림동의 3천원짜리 콩나물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고 나오면서 터줏대감인 75세의 주인 할머니가 챙겨준 누릉지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울컥하게 되네요. 

마구니가 꼈다고 사람을 죽이던 궁예 김영철, 나한테 왜 그랬냐고 따지는 이병헌과 혈투를 벌이던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 김두한 김영철이 아닌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동네 마실 다니듯 돌아 다니면서 동네 주민과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동네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이 다름이 상당히 큽니다. 배우 김영철의 역량도 좋고 진행 솜씨도 좋고 목소리도 좋아서 그런지 푹 빠져 들게 되네요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또 다른 점은 동네 토박이 분들을 만나서 소개하는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동네마다 명물들이 있습니다. 그 지역에 오래 사셔서 명물이 된 분도 있지만 마을을 가꾸고 바지런해서 동네에서 유명한 분들이 있죠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익선동 화분을 관리하는 할머니였습니다. 익선동에 가면 화분이 참 많습니다. 아니 오래된 동네 골목이 많은 동네에 가면 꼭 화분들이 가득가득해요. 익선동도 화분이 참 많은데 이 화분을 관리하는 할머니가 따로 계시네요. 익선동을 떠나면서 화분을 놓고 갔는데 이 버려진 화분에 꽃을 심고 있습니다. 

한 한국에 사는 백인이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동네를 꾸미는 일을 소홀히 한다고 질타를 했습니다. 솔직히 우리들 동네를 보면 동네 사람들이 가꾸지 않습니다. 아파트 같은 경우는 관리소장님들이나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따로 관리를 합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도 보면 동네에 쓰레기가 굴러 다니면 그걸 줍지 않고 발로 차거나 방치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동네를 방치하니 동네는 그냥 먹고 자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동네를 가꾸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동네 사람들이죠. 그러나 우리는 우리 동네가 더럽고 추하기 때문에 예쁜 동네를 찾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낭비적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삶의 습속이 바로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예쁜 동네를 담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보면서 대리 만족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예쁜 동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쁜 동네는 겉모습이 예쁜 동네가 아닌 예쁜 이야기가 많은 동네죠. 그런면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는 예쁜 동네 이야기가 많이 담긴 예쁘고 사랑스러운 다큐입니다.

김영철의 구수한 진행과 따뜻한 성품 그리고 드론을 이용한 부감과 동네를 누비는 영상 등 참 볼 게 많고 재밌습니다. 꼭 정규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네요. 정규화 가즈아!!!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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