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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세 번째 살인. 사법 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by 썬도그 2018.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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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감독 중에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입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이 감독을 처음 알게 되었고 배두나의 연기가 빛이 났던 <공기인형>으로 독특한 시선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감독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가볍게 만든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따뜻한 감성과 시선에 감동을 했고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개봉되는 족족 보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중 추천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정말 좋은 영화들입니다. 히로가츠 감독의 장점은 우리가 살면서 잊고 사는 중요한 가치를 아주 쉬운 언어와 표현으로 잘 담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좋네요.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네요. 그러나 안 본 영화가 있습니다. 2017년 12월에 개봉한 <세 번째 살인>입니다. 


사법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영화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주연배우이자 일본의 국민배우인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한국의 안성기 같은 '야쿠쇼 코지' 요즘 핫한 일본의 국민 여동생인 '히로세 스즈'와 주연을 한 영화지만 시간도 나지 않았고 법정 영화라서 좀 주저하게 됐습니다. 가족 이야기를 잘 하는 감독이 법정 영화를 들고 나와서 좀 의아한 것도 있었는데 그래서 안 본 듯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도 히로카즈 영화답게 대단히 뛰어난 영화입니다. 


세 번째 살인

영화가 시작되면 한 하천가에서 미스미(야쿠쇼 코지 분)가 둔기로 한 사람을 죽이고 휘발유를 뿌린 후에 불을 지릅니다. 미스미는 바로 경찰에 잡히고 자신을 해고한 사장을 죽였다고 자백을 합니다. 미스미는 30년 전에 살인 전과가 있었던 전과범으로 이번이 두 번째 살인을 저지릅니다. 


세 번째 살인

이 살인범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낮추기 위해서 시게모리 변호사(후쿠야마 마사하루 분)가 변론을 이어 맡습니다. 그런데 이 살인을 자백한 미스미의 행동이 좀 이상합니다. 반성하는 기색은 없습니다. 시게모리는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계획적인 강도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이라는 변론의 방향을 잡습니다. 


세 번째 살인

시게모리 변호사는 이익만 쫓는 철저히 사무적인 사람입니다. 미스미의 고향에 방문해서 미스미 주변 사람을 만나봐야하지 않냐는 부하 직원의 말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이 아니면 출장 경비가 안 나온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인간 시게모리의 따뜻한 마음의 강이 흐릅니다. 부하 직원의 직언에 따라서 미스미의 고향과 미스미가 살던 월세집을 방문해서 미스미의 실제 모습을 알아갑니다.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미스미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험금을 노린 사장 아내의 사주를 받고 살해를 했다는 인터뷰를 합니다. 깜짝 놀란 시게모리는 미스미에게 그게 사실이냐고 묻습니다. 이에 미스미는 그게 맞는 말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시게모리는 다그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변호 전술을 짭니다. 철저히 변호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죠. 


세 번째 살인

미스미와 시게모리 변호사는 먼 인연이 있습니다. 30년 전 탄광촌에서 빌린 돈을 받으려는 야쿠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 사건을 맡은 판사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미스미를 측은하게 여겨서 형량을 감량해 줍니다. 미스미는 판사에게 딸과 함께 눈으로 만든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다면서 고마움을 담은 엽서를 보냅니다. 그 판사의 아들이 시게모리 변호사입니다. 아버지는 시게모리에게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첫 번째 살인에서 사형을 선고했으면 두 번째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를 합니다. 


세 번째 살인

미스미 주변 인물을 조사하다가 뜻밖의 인물을 알게 됩니다. 죽은 사장의 장애인 딸인 사키에(히로세 스즈 분)와 미스미가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키에는 시게모리 변호사에게 미스미 아저씨를 돕기 위해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꺼내 보입니다. 미스미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이걸 미스미 아저씨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시게모리는 이 사실을 미스미에게 말합니다. 

그러나 미스미는 "걘  거짓말을 잘해요"라고 말합니다. 시게모리 변호사는 혼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는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변론을 중요시했습니다. 진실과 변론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알면서도 뛰어난 변호란 진실을 왜곡하더라도 낮은 형량을 받게 하는 것이 뛰어난 변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스미가 진술을 변복해도 불같이 화를 내기 보다는 변론의 방향을 다시 잡아서 낮은 형량을 받는데 몰두합니다. 

그러나 시게모리는 이 두 번째 살인사건의 진실이 점점 궁금해집니다. 진실은 무엇일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키에의 말이 진실일까? 아니면 미스미의 말이 진실일까? 진짜 이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일까? 처음으로 사건의 진실을 보는 눈을 뜨게 되는 시게모리. 시게모리는 여러 번 미스미를 면회하면서 진실에 접근해 갑니다. 


 진실 보다는 행정 편의성과 법의 논리만 가득한 추악한 사법 제도

세 번째 살인

"그 사람의 말이 맞아요. 아무도 여기선 진실을 말하지 않죠" 법정에서 나오는 시게모리 변호사를 기다리던 사카에는 법정에서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누굴 심판하느냐는 누가 정하는 거죠?" 사카에의 말에 시게모리는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미스미는 판사가 부러웠습니다. 사람은 자기 의지로 태어나도 죽지도 않지만 판사는 사람의 목숨을 자기 의지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와 논리와 상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 재판은 행정 편의와 형량을 높게 받으려는 검사와 형량을 낮게 받으려는 변호사의 진실을 외면한 논리 다툼만 있습니다. 


세 번째 살인

영화 <세 번째 살인>은 후반에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스미와 시게모리 변호사 사이에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세 번째 살인

진실을 알고 싶다는 시게모리 변호사에게 미스미는 진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말에 시게모리는 뒤로 물러섭니다. 진실에는 관심 없고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가 모여서 형량을 합의하는 모습을 보던 시게모리 변호사의 조수는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호흡이 척척 맞던데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냅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재판을 변호사와 검사, 판사가 작당모의를 하고 거래를 하듯 거래하는 모습에서 사법 제도의 영혼없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달린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겪는 일로 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분실할 때가 많습니다. 사무적으로 말하는 의사에게 상처 받은 일이 있는데 그들의 그런 사무적이고 건조한 행동이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나 피의자, 피해자는 처음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영혼을 담아줬으면 바라지만 그들에게는 그냥 수 많은 재판과 수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세 번째 살인

그리고 '세 번째 살인'이 일어납니다. 이 세 번째 살인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자기 편의대로 생각하는 시게모리 변호사처럼 내 편의대로 보다가 뒤통수를 한 대 크게 맞았네요. 진실 보다는 서로가 원하는 이야기, 그림 좋은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깊게 찌릅니다.



세 번째 살인

영화 <세 번째 살인>은 스릴러를 가장한 법정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법 체계의 허점를 고발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누가 진짜 살인자인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끌어가다가 후반에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 끝이납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영화의 흥미를 위해서 연관 있는 듯 없는 듯한 장면 몇 개를 집어 넣어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한국에 사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3명의 주연 배우의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면회소에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은 큰 액션이 없음에도 상당한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 미스미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보석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밝은 역과 어두운 역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히로세 스즈'도 참 보기 좋네요. '히로세 스즈'는 대단한 배우가 될거에요. 차곡차곡 좋은 필모를 쌓아가고 있네요. 

괜찮은 영화입니다. 볼만한 영화입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사람의 목숨을 결정하는 법정의 추악한 이면을 담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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