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애니 강국인 일본이지만 90년대는 일본 애니가 한국에 많이 소개된 시기입니다. TV시리즈는 '에반게리온'이 큰 인기를 끌었고 극장판 애니는 <공각기동대>와 <인랑>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일본의 유명 애니 제작사인 '프로덕션 I.G'가 만들었다는 점과 함께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과 원작자라는 것입니다. <공각기동대>와 <인랑>은 성인 취향의 애니로 음습한 권력 투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애니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명작 애니로 지금도 많은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7월 말 개봉의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의 원작을 다시 보다

인랑

7월 25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김지운이 일본의 유명 애니이자 명작 애니로 칭송받는 <인랑>을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 <인랑>이 개봉합니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등이 출연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영화죠. 원작은 1999년 영화로 1번 본 기억이 있지만 너무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실사 <인랑>을 보기 전에 복습 겸 다시 일본 애니 <인랑>을 관람했습니다.

같은 영화라도 사람이 나이가 들었고 경험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느낌으로 다시 <인랑>을 봤습니다. 


인랑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일본입니다.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서 경제에 몰두합니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경제로 인해 점점 세상은 활기가 넘치고 평화로워졌지만 강경한 경제정책으로 인한 실업자가 늘면서 도시는 슬럼화 되고 흉악 범죄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반정부 시위대까지 등장하면서 사회는 혼란스러워집니다. 반정부 시위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까지 등장하자 일본 정부는 특수 무장복을 입은 특기대를 투입해서 이 무장 테러리스트를 소탕합니다. 그러나 이 특기대의 뛰어난 무장력으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무장 대응 방식에 불만이 점점 커집니다. 그날도 테러리스트들의 폭탄을 배달하는 빨간 두건을 쓴 어린 소녀가 지하 수로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한 특기대 부대원 카즈키가 바로 사살하지 않고 미적거리다가 소녀가 자폭을 합니다. 이 자폭으로 정전이 발생해서 잡아 놓은 시위대들이 다 도망갔습니다.


인랑

특기대 부대원인 카즈키는 어린 소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환영에 시달립니다. 죄책감에 죽은 소녀의 납골당에 들렸다가 소녀의 언니인 케이를 만납니다. 케이에게 자신이 특기대 부대원임을 밝히지만 언니 케이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동생에게 주려던 '빨간 두건' 동화책을 건네줍니다. 

카즈키는 죽은 소녀를 자신이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해서인지 넋이 나간듯한 삶을 삽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다시 훈련소에서 다시 처음부터 훈련을 받으라는 징계를 받습니다. 징계를 받는 사이에 케이와 카즈키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을 구해달라는 케이의 전화를 받고 카즈키는 훈련소 담을 넘어서 케이에게 향합니다.


잔혹동화 빨간 두건(빨간 망토)의 이야기를 차용한 <인랑>

인랑

애니 <인랑>에는 우리가 잘 아는 빨간 망토(빨간 두건)이야기가 나옵니다. 빨간 두건이 맞지만 빨간 망토로 더 많이 알려져 있죠. 어렸을 때 들었던 이 동화는 상당히 잔혹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픈 할머니에게 음식을 주려고 숲길을 지니가던 빨간 두건이 달린 망토를 입은 한 어린 소녀가 숲에서 늑대를 만납니다. 늑대는 먹을 것을 나눠 줄 수 있냐고 묻자 빨간 망토 소녀는 할머니에게 줘야 한다고 거절을 합니다.

이에 늑대는 어느 길로 갈 것이냐고 묻자 소녀는 바늘길로 간다고 말하죠. 이에 늑대는 가시길을 달려서 할머니 집에 먼저 도착한 후 할머니를 잡아 먹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빨간 망토 소녀는 할머니집에 들어간 후 할머니에게 묻죠. 할머니 손은 왜 이리 털이 많아요? 할머니 이빨은 왜 이리 커요?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는 널 잡아 먹기 위해서리라는 말을 하고 소녀를 잡아 먹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늑대가 잡아 먹기 전에 사냥꾼이 나타나서 늑대를 죽인다는 이야기도 있고 뒤늦게 도착한 사냥꾼이 늑대를 죽이고 뱃속에 있는 할머니아 소녀를 구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후세 사람들이 동화로 만들기 위해서 각색한 부분 같고 이야기의 원형은 늑대가 순진한 소녀를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 같네요. 왜 이리 동화의 원형들은 잔혹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을까요?


인랑

애니 <인랑>도 잔혹 동화 '빨간 두건' 이야기를 변형한 현대판 '빨간 두건' 이야기입니다.  주된 이야기는 공안 당국 안에서의 권력 다툼입니다. 수도권 경비를 담당하는 수도권 경찰인 수도경과 수도경 안의 공안부, 토사구팽이 될 것 같은 특기대 그리고 다른 질서 유지 세력인 자치경이 수도경과 통합하려는 공안 권력 사이의 알력 다툼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짐승들의 생태계입니다. 약한 놈을 잡아서 죽이고 새끼까지 죽여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잔혹한 이야기를 '빨간 망토'이야기와 섞어서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후반에 놀라운 반전으로 끝납니다. 늑대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닌 사람의 탈을 쓴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이 애니 <인랑>이 왜 명작인지 좀 이해가 안 갑니다. 2번 째 보지만 여전히 이 영화는 그냥 짐승들의 이야기일뿐 마음을 흔들어 놓지 못합니다. 그냥 참혹함만 느껴지게 합니다. 물론 그 음습한 권력 다툼의 묘사력은 좋지만 매혹적인 스토리가 아닙니다. 1999년 당시에야 이런 반전이 놀라움을 금할 수 있지만 많은 영화들이 반전을 넣다 보니 이제는 영화 보다가 반전이 일어나겠구나하고 예상을 하고 보게 됩니다. 

물론 인랑도 영화 중간에 반전이 다 예상이 됩니다. 그래서 반전이 주는 재미가 높지 않습니다. 또한 반전도 밝은 반전이 아닌 더 음습하고 어두운 반전이라서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더 떨어집니다. 마니아들만 좋아할 스토리이지 대중성은 높지 않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은 비대중적인 결말입니다. 이 부분을 한국 영화 <인랑>이 어떻게 처리할 지 모르겠네요. 대중을 위한다면 결말을 바꾸겠지만 그랬다간 원작 훼손이라는 논란이 크게 일어날 것이고 영화의 색깔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 정도의 파워라면 제작사의 의견과 달리 원작대로 갈 수도 있겠네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

인랑

인랑을 영화로 제작한다는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뛰어난 원작을 다른 매체로 만드는 것이 쉽지도 않고 조금만 어긋나도 원작팬들에게 욕을 먹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김지운 감독이라면 제대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원작 자체가 흥행 요소가 높지 않습니다.

먼저 액션입니다. 애니 <인랑>은 액션이 10%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그 장면도 화려함 보다는 묵직함과 잔혹함 밖에 없습니다. 액션 보다는 드라마로 보여집니다. 영화 <인랑>이 액션 장면을 많이 집어 넣지 않으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네요. 예고편을 보면 2023년 근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액션도 꽤 많은 듯 한데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액션이야 더 추가할 수 있지만 스토리의 기본 골격이 대중적이지 못합니다. 너무나도 음습하고 매말라 있습니다.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늑대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잔혹 동화로 읽혀집니다. 마니아들은 색다른 이야기라고 좋아하겠지만 대중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 지 의문이네요

그리고 배우입니다. 강동원,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모두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강동원은 유약한 이미지인데 중무장을 한 특전사 군인 같은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배우 자체야 연기를 썩 잘하지도 못한다고 할 수 없지만 강동원 이미지와 애니 속 주인공의 이미지가 너무 다릅니다. 군인 이미지를 강동원에게서 느낄 수 없습니다. 한효주는 동생의 스캔들로 일부러 안 보는 관객들이 꽤 있습니다. 설경구와 한효주가 나오면 무조건 안 본다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걱정이네요

그럼에도 스타일 액션과 독특한 앵글과 스토리를 잘 만드는 김지운 감독을 믿어봐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높은 흥행 성적은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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