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앞이 아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화려했던 리즈 시절을 떠올리게 되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20~40대 시절을 돌아볼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20대입니다. 그럼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적인 리즈 시절은 언제였을까요? 국가의 경제적인 풍요는 2018년이 가장 풍요롭지만 빈인빈 부익부 시절이 없던 그 시절, 모든 사람이 쉽게 취직하고 노력을 하면 큰 돈을 벌고 오늘 보다 내일이 더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던 고도 성장의 80년대가 대한민국의 리즈 시절이 아니였을까요?


20세기의 꼭지점을 담은 유사 가족 드라마 <우리의 20세기>

우리의 20세기

산타바바라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도로시(아네트 베닝 분)은 1979년 올해로 55살의 중년의 아줌마입니다. 여성의 매력은 거의 다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졌습니다. 이 바바라의 유일한 희망과 재미는 고등학생 아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먼 분)입니다. 

이 하숙집에는 다양한 하숙인들이 있습니다. 히피 생활을 하다가 이혼 한 자동차 정비공 윌리엄(빌리 크루덥 분)과 예술가가 꿈인 20대 애비(그레타 거윅 분)와 함께 삽니다. 여기에 한 명이 더 있는데 제이미의 동네 친구인 줄리(엘르 패닝 분)는 제이미 방을 자기 방처럼 들락거립니다. 

이들은 다 남이지만 동시에 가족 같은 사람들입니다. 유사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미국의 청춘 시절의 빛과 그림자와 세대의 갈등을 담은 꽤 잘 잘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영화 <버닝>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시선은 도로시가 아들을 걱정하고 시선입니다. 도로시는 50대 싱글맘으로 직장과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홀로 아들 제이미를 키웁니다. 50대 엄마들이 그렇듯 아들이 반듯하고 무탈하게 자라주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세상 아들들이 엄마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없어서 도로시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아들 제이미 친구인 줄리와 애비에게 아들을 잘 돌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도로시는 아들의 마음과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비와 함께 클럽에 가고 제이미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봅니다. 그럼에도 아들과의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들을 잡아 놓고 사육하는 매섭고 매정한 엄마도 아닙니다.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은 반대하지도 막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가끔 싸우고 들어오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에 화만 늘어갑니다. 


아들 제이미는 모범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치는 아들도 아닙니다. 그냥 흔한 미국 고등학생입니다. 아침마다 어머니가 사 놓은 주식을 체크해주며 어머니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합니다. 다만 10대의 사과 방식과 다른 고리타분하고 너무 과보호하려는 엄마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제이미도 엄마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살짝 살짝 어긋납니다. 아버지와 이혼 후에 홀로 자신을 키우는 엄마에게 고마워하는 아들이지만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들 제이미의 시선으로 보면 3명의 여자가 주위에 있습니다. 어른 여자인 엄마 누나 같은 20대 애비 그리고 친구인 줄리입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제이미는 여자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짝사랑하는 친구 줄리가 있지만 줄리는 조숙한 건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 것을 제이미에게 스스럼 없이 말합니다. 애미는 친누나 같은 여자로 여자를 꼬시는 법 등 여자에 대해서 책과 행동으로 많이 보여줍니다. 79년의 20대 답게 급진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패미니즘을 설파합니다. 

이런 애비를 엄마 도로시는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거북스러워 합니다.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한 하숙집에 사는 10대, 20대, 중년 그리고 여자 남자라는 인물 군상을 통해서 우리의 가장 화려했던 20세기였던 1979년을 되돌아 보고 있습니다.


왜 1979년일까?

영화의 배경은 1979년입니다. <우리의 20세기>에서 20세기는 100년인데 왜 1979년을 택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그건 아마도 미국의 전성기 시절 떄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였을까요? 미국은 2차대전 승전국으로 유럽 재건 계획인 마샬 플랜과 패전국의 재건을 진두지휘합니다. 재건 사업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자 최부국이 됩니다. 일자리도 돈도 넘쳤습니다. 

미국의 호황기도 아닌 불타오르는 활황기가 1960년대 시작해서 1980년대 초에 정점을 찍습니다. 미국 경제활황기의 꼭지점이 1979년이 아닐까요? 이런 경제적 활황기에 미국 문화도 불타 올랐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자 문화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양하다 못해 엄마 도로시 눈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시끄러운 헤비메탈 음악 같은 문화들도 많이 만들어집니다. 

아마 세대간의 문화 차이가 가장 극심했던 것이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먹고 사는 것을 매일 걱정하면서 자란 50대 엄마 도로시와 달리 현재가 전성기인 아들 제이미와 애비 줄리는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중 문화의 꽃이 가장 크게 폈던 시기가 80년대 초입니다. 이 당시는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와 놀라운 문화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화려함이 폭죽 터지듯 터지던 시기였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90년대 초가 경제와 문화가 활황기였습니다.  

경제와 문화가 모두 화산처럼 터지던 70년대 말, 80년대초 미국 사회를 통해서 변하는 것과 벌어지는 간극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조망한 영화가 <우리의 20세기>입니다. 영화 후반에 1979년인 이유가 살짝 드러납니다. 1979년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였습니다. 지미는 TV 연설에서 물질주의에 물든 미국 사회를 비판하면서 소비지상주의와 쾌락주의를 비판합니다. 이 TV연설을 함께 시청합니다. 좀 놀라운 연설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물질주의의 최첨단을 보여주고 있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물질주의, 쾌락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훈계하듯 계몽주의자처럼 TV에 나와서 미국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사회를 비판합니다.


변했습니다.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락과 헤비메탈 음악을 이해 못하는 엄마 도로시와 아들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도로시의 모성애와 사람 사이에 피는 끈끈한 우정과 신뢰. 서로 티격태격하고 의견 충돌이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양보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서툴지만 자신의 길을 갑니다. 


신비함이 가득한 연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영화 <우리의 20세기>

미국 전성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미국 가정드라마입니다.  급격한 사회, 문화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담아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은 자식 세대를 이해 못하는 부모 세대의 시선도 보이고 반대로 부모님을 이해 못하는 10대, 20대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배우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제는 감독으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애비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의 연기도 좋고 까칠하고 홍조 띤 10대 소녀의 이미지를 보여준 '엘르 패닝'의 연기도 돋보입니다.  순진함 그 자체인 제이미를 연기한 '루카스 제이드 주먼'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가장 빛나는 배우는 엄마 도로시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입니다. 얼굴은 많이 늙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서 얼굴에서 광채가 납니다. 특히 아들과의 갈등을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연기하는 부분은 명배우를 넘어서 대배우의 품격까지 느껴집니다. 감탄 연기가 자박자박 담깁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를 가족 영화이자 도로시의 영화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인 'As time goes by'가 흐르면서 경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마침표라기 보다는 큰 쉼표 같았습니다. 


우리의 20세기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냥 별 이야기가 없는 영화로 보일 수 있습니다. 흔한 아들과 엄마의 갈등이 담긴 가족 드라마일 수 있습니다. 이런 지루함을 지우기 위해서인지 감독은 다양한 촬영 기법을 시도해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각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을 따라가면 다양한 울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전성기였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힘도 좋습니다. 

물질주의에 빠져서 우리가 잊고 있는 가족과 우정과 서로를 걱정하는 끈적하지만 포근한 정신이라는 끈으로 엮여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엄마라는 굴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를 못마땅해 하는 아들. 몇 살 차이 나지 않지만 내가 세상을 더 살아봐서 아는데라는 꼰대리즘, 그럼에도 서로를 아끼는 애증 관계의 가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가 처음인 도로시의 고군분투가 참 안쓰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도로시를 꼭 안아주고 싶네요. 제가 부모님의 나이라서 그런가 봐요. 10대나 20대 분들이라면 제이미에 더 애착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괜찮은 가족드라마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나라와 인종과 시대는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가족이라는 애증의 관계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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