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국민 영화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 스타워즈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대한 인기도 높지 않고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재미가 커지는 특성상 중간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다시 시작을 했고 이제는 외전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는 스타워즈의 주인공 중에 '밀레니엄 펠콘'의 파일럿인 '한 솔로'를 주인공을 삼은 영화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한 솔로'는 귀족같은 제다이는 아니지만 연합군을 이끄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 '한 솔로'의 과거 이야기 담긴 영화가 <한 솔로>입니다.
예상대로 영화 <한 솔로>는 개봉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관객 동원 20만 명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망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관객이 많이 들 수 없는 조건이 많았습니다. 먼저 스타워즈 본 시리즈의 인기도 높지 않은데 제다이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자 사이드킥 같은 '한 솔로'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인기 저하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엘든 이렌리치'라는 배우의 인지도도 무척 낮습니다. 또한 제작 과정에 여러 잡음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 영화가 정말 재미없어서 관객이 외면한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전 이 영화 꽤 재미있게 봤고 심지어 지난 겨울 개봉한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재미에 안 보면 후회할 정도는 아니고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스토리도 액션도 연출도 모두 평균 정도의 재미를 줬습니다. 잘 만든 SF 활극입니다.
.
한 솔로의 과거 이야기가 담긴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는 밀레니엄 펠콘이라는 뛰어난 우주선을 동료이자 부조종사인 추바카와 함께 몰면서 제국군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제다이처럼 광선검도 염력도 사용할 수 없지만 뛰어난 친화력과 언변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모험꾼이자 사기꾼 같은 모습으로 스타워즈의 경직된 스토리에 웃음의 윤활유를 공급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한 솔로의 과거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한 솔로>입니다. 한 솔로(엘든 이렌리치 분)는 우주의 뒷골목 같은 행성에서 앵벌이 같은 생활을 합니다. 두목의 보호 아래 자라면서 온갖 사기술을 배우고 자랐습니다. 그날도 두목이 시킨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두목이 준 값어치가 높은 물건을 훔쳐서 연인인 키라(에밀리아 클락 분)과 함께 이 쓰레기 같은 행성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한 솔로만 행성을 떠나게 되고 연인 키라는 다시 잡힙니다. 한 솔로는 꼭 파일럿이 되어서 키라를 다시 찾으러 오겠다면서 행성을 떠납니다.
한 솔로는 베킷이라는 밀수꾼과 츄바카와 한 팀이 되어서 약탈을 감행합니다. 한 솔로 안에 있는 사기꾼 기질이 피어나면서 점점 한 솔로는 속고 속이는 세상에 본격 입문하게 됩니다. 영화 <한 솔로>는 왜 한 솔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출신인지와 츄바카와 첫 만남. 밀레니엄 팰콘을 얻는 과정 등을 아주 흥미롭게 담습니다. 이런 잔 재미가 많습니다.
로맨스도 있습니다. 연인인 키라와의 재회와 사랑 이야기도 아주 쫄깃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큰 영화는 아닙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보다는 액션도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솔로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츄바카와의 협동 액션은 스타워즈 시리즈보다 좋습니다. 광선검은 없지만 츄바카와의 찰떡궁합이 빛을 발합니다.
두려운 숨소리를 내는 다스베이더는 없고 강력한 악당은 등장하지 않지만 서로를 속고 속이는 사기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무엇보다 전 <한 솔로>에서 70년대 스타워즈 시리즈의 향기가 많이 나서 좋았습니다. CG로 구현한 은하 제국이나 우주에서의 거대 함선과의 대결이 짜릿하고 규모가 주는 재미가 크지만 사막을 걷는 한 솔로와 츄바카의 모습을 보면서 70년대 스타워즈 시리즈의 향수가 느껴지네요. CG에 지친 나에게 있어서 투박하지만 짜릿한 액션들이 꽤 좋네요
주변 캐릭터들도 꽤 찰집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의 여성 드로이드인 L3-37이 자기 정체성이 뚜렷해서 드로이드 해방을 위해서 혁명을 외치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부분은 여기입니다. 드로이드와 난쟁이와 소수인들이 뭉쳐서 반란을 꿈꾸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고 좋았습니다. 한 솔로는 고아 출신이고 츄바카는 제국군에게 동족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렇게 상처 가득한 주인공과 주변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서 순응이 아닌 저항 세력인 연합군에 서서히 진입하는 과정 자체가 감동스러웠습니다.
생각보다 액션도 짜릿했던 <한 솔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이고 액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화려한 광선검 액션이 없으니 화려함이 줄어든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예상대로 화려함은 없습니다만 액션 장면도 꽤 많고 재미있습니다. 영화 초반 카레이싱이 펼쳐지고 영화 중반 우주선의 연료를 싣고 가는 화물 열차를 강탈하는 액션은 창의성도 높고 재미가 뚝뚝 떨어집니다. 화물 열차가 롤러코스터처럼 회전하면서 달리는 장면과 우주선을 이용해서 강탈하려는 모습 그리고 등장한 방해꾼 등 초반 열차 액션은 창의성도 좋고 꽤 신기하고 재미가 좋네요.
밀레니엄 팰콘과 제국군 전투기와의 대결도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는 광물을 채굴하는 식민지 행성에서 식민지 인들의 반란 액션도 있습니다. 식민지 반란에는 츄바카 동료와 소수인들과 드로이드까지 반란에 합세하는 모습은 살짝 뭉클하기까지 하네요. 영화 전체에 흐르는 저항 정신이 묵직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솔로는 파일럿이 되고 싶은 꿈만 있을 뿐 제국군과 연합군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목표이고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하고자 하는 위인도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서서히 서서히 굿보이가 되어갑니다.
액션만 보면 스타워즈 다른 외전이나 스타워즈 시리즈보다는 규모가 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다이만 집중 조명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사이드킥 같은 조연급 캐릭터가 주연이 되어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수인과 핍박 받는 사람들과 함께 정의를 실현해가는 모습이 꽤 좋았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든 사람이 누군가 봤더니 감독이 '론 하워드'네요. 30,40대 이상 분들은 이 감독 잘 아실겁니다. 정말 재미있는 흥행 영화 잘 만들었죠. 1991년 <분노의 역류>, 1992년 <파 앤드 어웨이>, 2001년 <뷰티플 마인드>, 2006년 <다빈치 코드> 등을 만들었습니다. 전성기가 지난 것 같지만 여전히 영화 잘 만듭니다. 아카테미 감독상까지 받은 인정 받은 연출력으로 잡음이 많았던 영화를 아주 잘 살려 냈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엘든 이렌리치
주연 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명배우인 '해리슨 포드'의 아우라를 뛰어 넘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받쳐줄 젊고 유망하거나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가 할 줄 알았는데 이름도 생소한 '엘든 이렌리치'입니다. 외모는 해리슨 포드와 닮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키 차이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해리슨 포드는 야무진 몸매를 가졌지만 '엘든 이렌리치'는 왜소한 느낌입니다. 액션 배우가 왜소한 것은 좋은 점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실제로 액션 장면이 화려하거나 멋지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배우 매력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럭키 가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위기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그 미소가 같이 웃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엘든이 웃으면 저도 같이 웃게 되네요.
도박 사기꾼 '도널드 글로버'도 꽤 눈길을 끌게 하네요. 장사꾼과 사기꾼을 접목한 랜도를 연기한 '도널드 글로버'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의뭉스러운 랜도 연기를 아주 잘 합니다. 여기에 키라 역을 한 '에밀리아 클락'의 큰 눈은 멜로와 스릴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눈에 익은 배우라서 누구인가 했더니 망작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여주인공이네요.
스타워즈 시리즈는 너무 어둡습니다. 망작 드라마 같은 가족 관계와 다크 포스가 무척 강해서 싫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나마 '한 솔로'와 츄이라는 애칭이 있는 츄바카와의 브로맨스가 마른 건빵 속 별사탕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별사탕이 따로 떨어져 나와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한 솔로 답게 위기 상황에서도 농담을 건네고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은 영화 전체를 밝게 만듭니다.
밝습니다. 재미도 좋습니다. 소수인들의 저항을 담은 스토리도 좋습니다. 키라와 한 솔로의 로맨스도 좋습니다. 츄바카와의 브로맨스는 더 진합니다. 이런 재미있는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네요. 하지만 스타워즈 세계관도 모르고 한 솔로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제가 느끼는 소소한 재미들을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 배경 지식 없이 봐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긴 합니다.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추천합니다. 전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별점 : ★★★☆
40자 평 : 스타워즈 팬들에게 작지만 큰 기쁨을 주는 선물 같은 영화 한 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