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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게으른 시나리오를 배우들이 살린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by 썬도그 201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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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에 개봉해서 340만 명이라는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지 않않습니다. 내용이 너무 뻔하고 통속적이라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관객이 봤다면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SKT 옥수수에서 토요 무료 영화로 제공해서 봤습니다.


너무 뻔하고 식상한 저질 스토리가 가득 담긴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가 시작되고 제작사가 JK필름이라는 로고를 보면서 그냥 흔한 재미와 흔한 소재를 흔하게 만드는 대중영화겠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제작사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 제작사 JK필름이 만든 영화들을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해운대>, <하모니>, <댄싱퀸>, <7광구>, <국제시장>, <히말라야>, <공조>를 보면 이 JK필름은 철저하게 작품성 보다는 대중성 높은 영화를 잘 만드는 제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많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제작사입니다. 대중의 눈높이를 알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잘 아는 영민한 제작사이죠. 그러나 너무 뻔한 스토리와 한치 앞이 다 눈에 보이는 식상한 연출과 신파 요소를 대놓고 사용하는 영화들이 많아서 길이 기억에 남는 영화는 거의 없습니다. 딱 킬링타임용 영화만 잘 만들죠. 또한, JK필름이 제작한 영화들은 영화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영화 제작사가 만든 영화라서 어떤 감독이 연출했는지 관심도 가지 않습니다. 


예상대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인숙(윤여정 분)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진태(박정민 분)와 함께 삽니다. 진태는 행동장애가 있지만 한번 들은 노래를 그대로 연주하는 음악 재능이 특출난 서번트입니다. 이 인숙 앞에 조하가 나타납니다. 조하(이병헌 분)는 WBC 동양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한 때 아주 잘나가던 복서입니다. 그러나 어려서 술 먹고 들어오면 아내를 패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버렸고 술 먹고 들어오는 날엔 자신도 패는 아버지를 피해서 만화방을 전전하면서 홀로 자랐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종격투기 스파링 파트너가 되고 전단지를 돌리면서 근근히 먹고 살고 있습니다. 


아는 친구와 함께 근처 식당에 갔다가 어머니 인숙을 만납니다. 조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식당 밖으로 나옵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는 강한 분노가 치밀지만 동시에 어머니가 떠난 이유를 잘 알기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시고 나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가 납니다.


자동차 사고를 낸 사람은 한 때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던 한가율(한지민 분)입니다. 자동차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고 피아니스트 꿈을 접은 한가율은 합의금을 제시하지만 한가율 어머니가 자해공갈단으로 취급하자 일언지하에 조건을 거부하고 박차고 나옵니다. 오갈데 없는 조하는 공짜로 먹여주고 제우주는 어머니 집에 들어오게 됩니다. 집에는 이복동생 진태가 있습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렇게 그냥 흔하디 흔한 스토리가 나열되어 있고 결론까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더 이상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스토리 자체는 너무나도 진부합니다. 특히 우연을 가장한 교통사고나 몇몇 신파를 위한 장치는 한 숨이 나올 정도입니다.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게으르고 성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네요. 이런 시나리오가 통과가 된다는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각 캐릭터를 묘사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많습니다. 먼저 서번트 장애인인 오진태는 이 영화에서 하나의 감동 코드로 사용될 뿐 주체적인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그 흔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도 잘 그려지지 않고 장애 때문에 겪는 흔한 에피소드들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식상할 수 없지만 너무나 정갈한 장애인을 보여주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영화 전체에서 오진태의 역할은 피아노 잘 치는 천재로 보일 정도로 장애인 본연의 느낌이 많이 살지 않습니다. 

주인공 조하도 그렇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있고 이걸 가끔 터트리지만 진태와 함께 조하는 너무나도 착한 모습만 보여집니다. 큰 갈등이 없다는 것이 아쉽고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큰 걸림돌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캐릭터들이 너무 심심한 느낌입니다. 가끔 웃기고 가끔 슬프게 만드는 적당한 대중영화 레시피로 만들어져서 심심하지만 맛은 그런대로 잘 나옵니다. 다만 연출과 스토리는 별 1개도 주기 어렵네요.


식상한 스토리를 살린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이 식상하고 결말까지 뻔한 스토리를 살린 것은 배우들입니다. 자연인 이병헌은 좋아하지 않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 이병헌의 농익은 연기가 이 영화를 하드캐리합니다. 성내고 웃기는 모든 것을 이병헌이 혼자 담당할 정도로 이병헌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폐인 연기를 빼어나게 잘한 박정민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연기 차제는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윤여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어머니 인숙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된 이유는 윤여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할 정도로 윤여정의 연기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왕년의 스타였던 문숙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곱고 착하고 선한 모습 그 자체인 한지민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감초 역할인 홍마담을 연기한 김성령의 연기도 변수정을 연기한 최리도 좋았습니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를 살렸습니다. 


그런면에서 배우 이병헌이 왜 이런 작고 소박한 영화에 출연했을까? 하는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이병헌이 아니였으면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다만 영화 자체의 매력은 높지 않습니다. 그냥 TV 드라가 같다고 할까요? 점점 한국 영화들이 스토리를 너무 등한시하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의무적으로 넣는 후반 반전, 코믹으로 시작했다가 감동 드마라로 끝나는 정형화된 포멧,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와 개연성 떨어지고 한치 앞의 이야기가 다 예상되는 지루한 스토리. 점점 한국 영화 중에 좋은 영화를 보기 어려워지고 있네요. 그런 흐름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도 작은 역할을 하네요. 


제작사 입김이 가득 들어간 JK필름 영화입니다. 대중적인 재미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감동도 적당합니다. 후반 크라이막스는 너무나 뻔한 구도라서 1.2배속으로 빠르게 봤을 정도로 뻔한 영화입니다. 그마저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때문에 꾸역꾸역 볼 수 있었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배우들만이 내 세상. 조악한 스토리 위에서 멋진 춤을 춘 배우들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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