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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세상을 보는 독특한 시선이 사진작가의 가장 큰 덕목

by 썬도그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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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을 참 많이 봅니다. 보면서 느낌이 확 오는 사진작가들도 있지만 그냥 아무런 기억이 안 남을 정도로 한 번 보고 잊어버리는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나를 사로 잡고 눈길을 오래 붙잡는 사진들은 뭘까요?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전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통찰력을 담은 사진들을 오래 기억하고 오래 봅니다. 

위 사진은 프랑스 사진작가 Yoann Cimier가 촬영한 '유목민의 땅(Nomad’s Land) 사진 시리즈로 2017년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결선에 오른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은 특별한 기교가 있는 사진들은 아닙니다. 증명성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그냥 해변가에 있는 텐트들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텐트들이 그냥 텐트들이 아닙니다.  튀니지의 섬 해변가에 사는 사람들이 만든 텐트입니다. 

한국 같으면 공장에서 만든 텐트를 치고 해변가에서 놀았겠지만 튀니지 섬 사람들은 집에 있는 또는 주변에 널려 있는 다양한 천과 나무를 이용해서 햇빛 가리개(텐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골목이 많은 동네를 여름에 찾아가면 골목 곳곳에서 평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낮에 받은 열을 복사하는 집안의 열기를 피해서 바람이 많이 부는 골목길 길목에 평상을 설치하고 여름의 열기를 피합니다. 

평상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평상은 공산품이 없습니다. 남아도는 나무 등을 못으로 이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이 생긴 평상이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양의 평상에는 다양한 모습만큼의 스토리가 스며 들어가 있습니다. 

위 텐트들은 평상보다 더 다양한 소재와 이용해서인지 모습이 더 다채롭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사진 촬영 기술이지만 위 사진이 사진공모전 결선에 올라간 이유는 뭘까요? 

"튀니지의 Djerba 섬에서 휴가를 갔을 때 우연히 "유목민의 땅 " 사진 프로젝트에 나섰습니다. 내 호텔 방은 해변가에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동물들을 데리고 많은 가족들이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타고 해변가로 왔습니다. 그들은 독창적인 임시 피난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뜨거운 햇볕 아래서 2시간 동안 이들의 임시 피난처(텐트) 설치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마치 그들은 유목민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들이 텐트를 설치하길 기다렸습니다. 내가 한 일은 셔터를 누르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작가 Yoann Cimier는 바람에 흔들리는 급하게 지어진 다양하고 다채로운 그러나 텐트를 보면서 건축적 품질과 시적인 모습을 발견합니다. 비슷비슷한 임시 텐트들 그러나 어느 하나 똑같은 건 없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는데 뛰어난 카메라 또는 사진 테크닉은 필요 없습니다. 이런 사진들은 그냥 발견해서 채집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발견이죠. 인문학적이나 사회학적인 이해도나 미적 감각이 높지 않은 분들은 이 텐트들을 보면서 지저분한 임시 텐트들이라고 지나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이 깊고 넓은 분들은 이 다양한 텐트들의 차이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이 텐트들을 묶어서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이게 바로 사진작가의 시선입니다. 사진가와 사진작가라는 말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진가를 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사진 스타일과 시선을 가진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제조하는 기능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 생각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기능은 사진가를 고용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작가의 시선은 고용하거나 빌릴 수가 없습니다. 

이 독특한 시선을 가지려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이치를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사진 관련 서적이 아닐수록 더 좋습니다. 한 미술전에서 작가들에게 가장 영감을 많이 주는 매체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1위가 책이었습니다. 

책 많이 읽는 사진작가가 세상을 보는 깊이가 깊고 그 깊이에서 독창적인 시선과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묶어서 스토리를 담습니다. 스토리가 담긴 사진은 좀 더 들여다 보고 상상하게 되고 궁금해하고 깨닫게 됩니다. 사진은 영상언어입니다. 텍스트처럼 은유와 직유를 넣은 사진들이 쉽게 이해되고 오래 기억됩니다. 특히 은유가 좋은 사진들은 그 향기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좋은 사진작가가 좋은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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