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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판 골든슬럼버 원작의 재미를 죽이고 단점만 키우다

by 썬도그 2018.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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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은 일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미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입니다. 몇 달 전에 봤는데 영화는 소시민이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내용이 아닌 대학교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과 신뢰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누구든 믿지 못하는 세상에도 깊은 우정으로 불을 밝히는 우정에 감동을 했습니다. 다만 영화 후반 결말은 순응주의 결말로 끝나서 고구마 100개를 먹는 느낌이더군요. 

결말인 순응주의자적인 결말만 수정하고 액션 장면과 거대 권력과 소시민의 대결 구도를 좀 더 짜임새 있게 가져가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판 <골든슬럼버>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 초반부터 덜컹거리는 모습이 보이다. 

순수 청년인 건우(강동원 분)는 택배 기사입니다. 물건을 배송하다가 유명 아이돌 수아(김유정 분)을 괴한으로부터 구합니다. 이 사건으로 건우는 국민 택배 기사가 됩니다. 건우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시절  '골든 슬럼버'라는 밴드 활동을 같이했던 친구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친구는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반갑게 받아주고 바쁜데도 시간을 내주는 건우의 순박함에 핀잔을 줍니다. 친구를 택배 차량에 둔 채 잠시 배달을 갔다 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택배 주소지 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다시 택배 차량으로 돌아왔더니 택배 차량도 사라졌습니다. 이 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친구와 전화 통화 중에 유력 대통령 후보가 탄 차량이 광화문 한 복판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고 터집니다. 놀란 건우에게 친구는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방금 니가 유영국 대통령 후보를 죽였어"라는 말에 뭔 소리냐고 다그치죠. 친구는 더 이상한 말을 합니다. 니가 들고 있는 택배 상자에는 또 다른 폭탄이 들었다는 소리를 합니다. 

황당한 일과 말이 계속 건우를 강타합니다. 멍하게 있는 건우에게 다가온 친구는 건우가 든 택배를 택배 차량에 싣고 질주를 하고 택배 차량은 폭발을 합니다. 친구는 죽기 전에 무조건 도망치고 아무도 믿지 말라고 합니다. 영화 초반은 일본판 <골든슬럼버>보다 액션도 크고 화려합니다. 일본은 폭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데 반해 한국판은 광화문 세종로에서 직접 촬영을 해서 액션감을 크게 끌어 올립니다. 문제는 스토리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대학교 친구가 자신의 사정을 말도 안 하고 멍청한 놈 여전히 순진하구나 식으로 다가오더니 폭탄이 들었고 너 대통령 후보 암살자가 된거야 어서 튀어!라고 합니다.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자초지종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골든슬럼버>는 초반부터 스토리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자신이 거대한 권력에 의해서 조작된 범인이 되었다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다만 액션은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음모론을 키웠으니 어설픈 스릴러 물이 된 <골든슬럼버>

일본판 <골든슬럼버>는 거대한 권력이 택배 기사를 총리 암살범으로 만드는 과정은 나오지만 거대한 권력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거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소시민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데 모든 세상 사람들이 언론 보도만 믿을 때 친구들과 가족만이 주인공을 믿어주는 믿음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한국판은 우정의 깊이나 신뢰에 관한 시선 보다는 음모론을 더 키웁니다. 초반부터 대통령 암살 계획을 세우고 유명한 소시민에게 누명을 씌우게 하는 음모를 국정원이 짭니다. 건우는 국정원 요원들을 피해서 달아납니다. 친구가 죽기 전에 전해준 명함으로 전화를 하고 전직 국정원 요원을 만납니다. 전직 국정원 요원은 순박한 건우의 모습에 마음을 고쳐잡고 건우를 돕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누명을 쓰게 되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영화 후반은 일본판과 점점 달라집니다. 음모론을 키우다 보니 원작에서 가볍게 다룬 누명의 과정을 한국판은 더 키워서 스릴러의 요소를 저 증폭시켰습니다.  원작과 다른 전개에 좀 어리둥절했지만 달라져서 더 재미있다면 좋겠죠. 문제는 재미가 없습니다. 각색은 원작의 재미를 증폭시키고 단점을 축소하고 가려야 하는데 이 영화를 누가 각색했는지 재미는 축소되고 조악한 각색 때문에 없던 단점까지 크게 부각됩니다. 스릴러적인 요소를 키운 것은 좋은데 그 스릴러가 스릴이 있지 않고 맞추다가 포기한 직소퍼즐처럼 점점 엉망이 됩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깊은 우정이 주는 무한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 원작 소설이나 영화는 음모 보다는 거대한 권력에 의해 소시민이 국민 악당이 되었을 때 주인공을 끝까지 믿어주는 믿음이 주는 울림이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후반 결말 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도망치는 듯한 소심한 결말에 화가 났습니다.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친구들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친구들이 맞나? 할 정도로 건우에 대한 걱정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금철(김성균 분)과 변호사인 동규(김대명 분)과 교통방송 리포터인 선영(한효주 분)은 건우와 함께 대학시절 '골든슬럼버'라는 밴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대학 졸업 후에는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각자의 삶에 바쁘다 보니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선영은 TV에서 대통령 후보 암살 용의자로 건우가 지목되자 크게 놀랍니다. 선영은 건우와 대학 시절 잠시 썸을 타던 사이였습니다. 

폭탄 테러로 숨진 골든슬럼버 멤버였던 친구의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금철과 동규를 만납니다. 모두 국정원 요원들이 접근해서 감시를 합니다. 놀랍게도 이 친구들이 건우의 친구라고 느껴지지 않는 행동을 합니다. 누명을 쓰고 도피중인 건우가 변호사 동규에게 전화를 걸면 보통은 "너 어떻게 된거야?. 너 범인 아니지. 난 널 믿어"라고 말하는 게 친구의 기본 행동이죠. 그런데 동규는 건우의 도움 요청을 국정원 요원에 팔아 넘깁니다. 

이게 친구가 할 행동입니까? 골든슬럼버의 핵심은 우정이자 믿음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를 범인이라고 지목해도 우리는 널 잘 알어! 넌 절대 그런 살인범이 아니야! 라고 해야 할텐데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세상의 때에 찌듬을 넘어서 벌컥벌컥 마셨는지 썸을 탔던 선영도 동규도 금철도 건우가 용의자가 되어도 크게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꽤 흥미롭게 봤네요. 잠시 대학 시절 친구들이 떠올랐고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것 빼고는 이 <골든슬럼버>가 주는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안위 때문에 친구를 팔아 넘긴 동규나 그런 동규의 행동을 크게 탓하지 않는 친구들. 건우는 정말 순박한가 봅니다. 저런 친구들을 두었다는 자체가 불운이네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미 부패한 우정을 영화 중반에 충분히 그려냈기 때문에 후반 반전도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각색의 좋은 예가 될 것 같은 영화 <골든 슬럼버>

각색이 너무 잘못 되었습니다. 원작의 주제와 핵심 재미인 우정과 믿음을 퇴색시키고 원작의 아쉬운점인 스릴러적인 요소를 키웠는데 스릴러적인 재미는 크게 없습니다. 또한, 건우 스스로 착하게 사는 게 죄냐면서 화를 내는 장면을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각색의 나쁜 예로 남을 정도로 각색이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스릴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정을 담은 드라마도 아닙니다. 그냥 맛 없는 잡탕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강동원의 연기도 딱히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연출을 잘했냐? 그것도 아닙니다.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코믹 장면은 영화의 톤을 헝클어 놓습니다. 


원작의 재미를 줄이고 단점을 키운 영화 <골든슬럼버>입니다. 여기에 없던 단점까지 넣었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고 켜켜이 쌓이던 아쉬움을 다소 낮춰주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한국판 <골든슬럼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마지막 장면은 너무 괜찮네요. 9회말까지 10 대 0으로 지고 있다가 9회말 2아웃 만루에서 만루 홈런을 쳤습니다. 경기는 졌지만 그나마 만루 홈런을 본 느낌입니다.

일본 원작을 잘 각색해서 원작자도 마음에 들어했다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을 리모델링하지 않고 아예 재건축을 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원작에 나오는 요소(맨홀 뚜껑 등등)를 의무적으로 집어 넣다 보니 영화가 정갈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신해철의 노래 2개가 들어가서 잘 만들었으면 했는데 아쉽고도 아쉬운 <골든슬럼버>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스릴러를 키우다가 우정까지 훼손시킨 잘못된 각색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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