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는 1편을 봐도 다른 홍상수 영화 10편을 다 본 것 같고 10편을 봐도 1편을 본 것 같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매년 신작이 나오지만 그 스타일이 똑같아서 제목만 다를 뿐 같은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먹물들의 가증스러운 위선과 남자들의 찌질함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홍상수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같은 것 같으면서 조금씩 다른 주제 때문이죠.

'차이와 반복' 이게 홍상수 영화의 키워드입니다. 대량생산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같은 공산품을 입고 먹고 마십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지나만 가도 기분이 확 상하죠. 그만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롱패딩 열풍처럼 똑같은 것을 입길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수 많은 현대인들의 위선을 잘 담는 감독이 홍상수 감독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스타일이 고착화 되어서  홍상수 감독 영화는 해외 유수 영화제어서 매년 초청 받지만 매년 대상이나 감독상은 받지 못하네요. 


홍상수 영화 스타일을 그대로 베낀 발칙한 단편 영화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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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제목의 단편 영화를 봤습니다.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 감독은 김정민 감독으로 2016년 만들었습니다. 


40분 짜리 단편 영화인 이 영화는 제목이 아주 발칙합니다. 대놓고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인기가 많은 홍상수 감독 영화 연출 및 카메라워크 및 대사와 소재와 주제를 그대로 베꼈습니다. 이런 내용을 감독 인터뷰에서 밝힌 게 아닙니다. 영화 초기에 아예 대놓고 홍상수 영화를 베끼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홍상수 영화처럼 손글씨로 쓴 촌스러운 제목이 뜨고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홍상수 영화는 유독 나레이션이 참 많죠. 이는 가장 간단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워낙 시나리오를 즉흥적으로 쓰는 홍상수 감독이다 보니 잘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대부분 나레이션이라는 윤활유를 바릅니다. 여기에 촬영비를 아끼기 위해서 롱테이크로 촬영하고 주밍과 줌아웃도 보입니다.

심지어 배우들의 대사도 홍상수 스타일입니다. 보통의 영화의 대사들은 마치 그 말을 하려고 고심한 끝네 내 뱉는 듯한 정갈한 대사들이 많죠. 그러나 홍상수 영화들의 대사는 거칠고 투박합니다. 마치 실제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대사들이 툭툭 끊기고 튀는 레코드판처럼 튀기도 합니다. 어색한 대사들 그러나 그게 또 자연스러운 맛을 자아냅니다.

이 홍상수 톤의 대사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철저하게 분석을 했는지 배우들의 대사도 홍상수 영화톤입니다. 유명 배우가 아닌 점을 제외하면 홍상수가 만든 단편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잘 베꼈습니다.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의 내용도 차이와 반복을 애용하는 홍상수 영화처럼 앞과 뒤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습니다. 전반부는 영화감독 김성남이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 영화제에서 좋아하는 홍상수 영화를 그대로 베끼기로 합니다. 김성남 감독은 배우인 친구를 만나서 자신이 만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후 김성남 감독의 배우 친구와 친구의 애인과 함께 술자리를 합니다. 친구도 배우이고 친구의 애인도 배우입니다. 이 술자리에서 자신이 만들 영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합니다. 김 감독은 자신은 포스트 모더니즘은 베끼는 것도 하나의 예술로 보고 있다면서 홍상수 감독 영화를 따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이 영화에 대한 자기 비평이자 고백입니다. 또한 김 감독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앤디 워홀'도 기존의 유명 이미지를 비틀고 변형해서 내 작품이라고 합니다. 팝아트 계열 예술가들이 남의 이미지를 변형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죠. 영화계도 이런 베끼기가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예술영화들도 보면 베끼기 영화들이 잘 안보입니다. 

장르 특성상 베끼기만 하면 재미가 없고 베끼기가 아닌 패러디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보죠. 그러고 보니 패러디 영화들이 거의 다 사라졌네요. 기존의 권위를 비틀고 웃음으로 승화시켜서 전 참 좋아했는데요. 


그렇게 술자리를 마치고 김 감독은 친구의 여친을 바래다 줍니다. 여기서 친구의 여친에 연정을 느끼려다가 정신을 차립니다. 현실 속에서는 맺어지기 어려운 관계죠.



영화 후반은 김성남 감독이 만든 영화가 상영됩니다.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시작되었던 전반과 달리 후반의 영화는 김성남 감독의 친구인 배우가 김 감독 역할을 합니다. 똑같은 카페에서 영화 속 김 감독은 아는 배우 선배를 전반부의 같은 카페에서 만납니다. 선배는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이후 선배와 선배 여자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합니다. 김 감독은 자신이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홍상수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렇게 영화는 영화 속 영화를 넣는 액자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이 영화의 설명문 형식이라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이 비슷하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이 달라지면서 느끼는 반복과 차이를 보는 재미가 흥미롭습니다.


영화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는 대놓고 홍상수 영화 <북촌 방향>을 베낍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홍상수 영화와 똑같냐? 그건 또 아닙니다. 홍상수 영화처럼 홍상수 영화의 또 다른 영화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홍상수 영화와 달리 불륜 관계가 없고 불륜으로 이어지다가 맙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실제로 홍상수 감독은 불륜 관계를 살고 있습니다. 불륜이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불륜에 대한 주인공들의 선택이 홍상수와 다릅니다.  이점이 감독 김정민이 감독 홍상수와 다릅니다.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영화 후반의 아리랑 장면은 홍상수 영화에 없는 박장대소를 일으킵니다. 방심하면서 보다가 아리랑 장면에서 현웃이 터졌습니다. 한 10초간 화면 멈춤을 하고 실컷 웃었네요. 

전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권위에 대한 도전 그 자세 자체도 좋지만 대충 베끼지 않고 고민하고 고민해서 제대로 베껴서 홍상수 영화를 해체했습니다. 이 단편 영화를 보니 홍상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네요. 이런 신선함이 좋습니다. 발칙함이 좋습니다. 창의적으로 베낀 패기도 좋습니다. 추천하는 단편영화입니다.

홍상수 영화 팬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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