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예고편만 보고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은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꾼>이 그랬습니다. 지난 늦가을인 11월 중순에 개봉해서 무려 4백만 명이라는 꽤 준수한 성적을 낸 영화 <꾼>은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당시 이렇다할 강력한 영화가 개봉하지 않아서 큰 인기를 끈 것도 있습니다. 혹평도 많고 해서 안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 생각보다는 재미있네요.
설 연휴에 이통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영화 <꾼>을 봤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후반 반전을 전 예측하지 못해서인지 더 흥미롭게 봤습니다.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꾼>
영화 <꾼>은 조희팔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10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려서 2만 5천명에게 무려 2조 5천억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10명의 피해자가 자살하는 등 큰 사회 문제가 되었고 그 고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조희팔 사건은 수 많은 정관계, 경찰의 비호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이런 이유로 경찰이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희팔은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희팔의 사망도 엉망진창의 결과라서 재수사를 천명했지만 경찰에 대한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조희팔은 살아 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조희팔이 뿌린 돈을 먹은 수 많은 정관계 관계자들이 권력을 내려 놓는 순간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조희팔 사건을 다룬 영화는 이병헌과 강동원이 주연을 한 2016년 작 <마스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꾼>이 다시 한 번 다룹니다. 영화 <꾼>은 <마스터>보다 조희팔 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룹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사기꾼 장두칠의 다단계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의 원성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장두칠은 밤안개로 불리는 위조여권 제조자의 도움으로 중국으로 밀항합니다.
밤안개의 아들 황지성(현빈 분)도 범죄자입니다. 황지성은 아버지가 장두칠 위조 여권을 가지고 가지고 나간 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황지성은 장두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장두칠을 찾아서 중국으로 떠납니다.
장두칠를 쫓는 박검사와 황지성 의기투합하다
박검사(유지태 분)는 장두칠의 비호세력입니다. 검사와 정치인 등이 장두칠로부터 뇌물을 받았지만 박검사가 장두칠 사건을 맡으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됩니다. 장두칠의 사망으로 '장두칠 사기 사건'은 끝날 것 같았지만 갑자기 장두칠이 살아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박검사는 장두칠의 측근이었던 이강석(최덕문 분)을 의심하고 그를 추적하는데 놀랍게도 이 사기꾼 이강석을 사기 친 사기꾼 등처 먹는 사기꾼을 알게 됩니다. 이 사기꾼을 잡고 보니 장두칠에게 아버지가 죽은 황지성입니다. 황지성은 살아 있는 장두칠을 직접 봤고 자신의 손으로 꼭 죽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에 박검사는 황지성을 이용해서 장두칠을 잡는 복안을 생각하고 황지성을 자신이 이끄는 팀에 합류시킵니다.
고석동, 춘자, 김과장이라는 사기꾼 집단을 조종하는 박검사는 이들의 능력과 황지성의 아이디어를 엮어서 장두칠 체포작전을 펼칩니다. 그렇게 작전대로 장두칠을 체포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박검사는 장두칠 제거는 물론 장두칠의 돈까지 먹을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에 대 반전이 일어납니다.
케이퍼 무비를 표방하지만 조악한 캐릭터와 스토리의 개연성에 큰 구멍
영화 <꾼>은 김과장 춘자, 고석동이라는 사기꾼 팀에 브레인인 황지성이 투입되면서 케이퍼 무비를 표방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대로 케이퍼 무비가 아닙니다. 먼저 김과장은 뛰어난 해킹 실력을 보유했지만 세상 모든 것을 관찰하고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말도 안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풍도 현실을 기반으로 허풍을 쳐야지 너무 허무맹랑한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여기에 춘자(나나 분)은 매력적인 외모를 이용해서 미인계를 펼치지만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또한 입체적인 캐릭터도 아닙니다. 고석동(배성우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없음에도 이 팀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사기꾼 팀을 운영하는 검사가 있다는 설정도 낯설고 허무맹랑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박검사입니다. 박검사가 장두칠의 비호세력인데 장두칠을 목격한 황지성을 죽이지 않고 그를 이용해서 장두칠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 욕망의 정체를 영화는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장두칠의 돈을 먹으려고 한다는 설정이 후반에 나오지만 장두칠을 왜 죽이려고 하는 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또한 같은 비호세력인 정치인들과 왜 갈등을 일으키는 지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화만 잔뜩 난 모습입니다.
스토리에도 구멍이 많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장면도 많고 캐릭터들의 행동이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대로 크게 덜컹거리지 않고 스토리는 후반까지 잘 굴러갑니다. 하지만 초중반까지는 이미 익숙한 풍경들의 연속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시감이 가득한 풍경과 스토리로 인해서 긴장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박검사와 황지성 사이의 관계가 부자연스러워서 계속 의문만 들게 됩니다.
영화 후반의 반전이 흥미로웠던 영화 <꾼>
액션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액션은 초반 카 체이싱입니다. 이 마저도 아주 화끈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제작비의 대부분이 배우들의 몸 값으로 들어 갔습니다. 눈요기꺼리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현빈이라는 핸섬한 배우가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오랜만에 크게 개봉한 상업 영화에 등장한 유지태도 반갑습니다. 유지태는 이 영화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는 영화 <꾼>은 소박한 영화입니다. 스토리도 대단히 뛰어난 영화도 아니고 액션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좋았던 점은 조희팔 사건을 좀 더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것과 조희팔을 비호하는 세력을 직접 비판한 점은 좋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영화 후반에 큰 반전이 일어나네요.
이 영화 후반의 반전을 미리 알고 있고 짐작을 한 분들에게는 그냥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고 혹평을 할 수 있지만 후반 대반전을 짐작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덜컹거리면서 굴러가던 차가 영화 후반 시속 200km 속도로 질주하는 듯한 느낌이네요.
전 영화 후반의 반전을 거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후반은 꽤 흥미롭네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연출도 스토리도 액션도 조악합니다. 명품 케이퍼 무비인 <도둑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릅니다. 비슷한 느낌도 내지 못합니다. 다만 조희팔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어준 사회성 메시지 만큼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구멍이 많은 영화지만 시간 때우기에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딱 킬링타임용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바나나 우유가 아닌 바나나맛 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