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도심이자 서울 최초의 공업지대였던 영등포는 공업지대였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공장이 경기도 등으로 이주를 했고 타임스퀘어와 같은 대형 유통 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나 문래동은 그 영등포 공업지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문래동은 구로공구상가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 지대입니다. 한 때는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쇠락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이곳에 문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영국, 중국, 미국처럼 임대료가 싼 공업 지역에 예술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798 예술지구가 대표적이죠. 한국도 중국 798과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문래예술창작촌'입니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영등포 공업지구에는 방직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래동은 물래동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방직 공장 대신 철공소가 가득한 곳입니다. 이 철공소들이 언제까지 여기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구로공단이라고 하는 곳은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뀌어서 지금은 공장이 거의 없습니다. 

문래동 철공소들도 언젠가는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늦어졌으면 하네요. 왜냐하면 이 철공소 거리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있는 곳입니다. 


먼저 북촌 한옥 마을이나 요즘 뜨고 있는 익선동 한옥 마을처럼 건물들이 1층입니다. 그래서 하늘이 많이 보입니다. 골목이 많습니다. 그래서 걷기 좋습니다. 문래동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문래동의 문화공간인 '스페이스9'를 찾아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문래동 '스페이스9'은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이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70년대 이전에 세워진 건물 특히 공장 건물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스페이스9'는 2층에 있는 갤러리입니다. 


이 '스페이스9'에서는 12월 말부터 1월 4일 어제까지 <사진을 위한 사진전>을 전시했습니다.  참여 사진작가는 김성용, 김지원, 박형근, 박형렬, 배진희, 이건영, 이원철, 임안나입니다. 


제 작년에 처음 본 '스페이스9'은 서촌의 류가헌처럼 서까래가 노출이 된 건물입니다. 


정말 오래된 나무들이 지붕을 받치고 있습니다. 한옥 건물은 아니지만 서까래를 보니 한옥의 느낌도 드네요


사진전을 보면 전시회 마지막 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전시회 마지막 날은 오전만 전시를 하고 오후에는 작품을 포장하기 때문에 오전만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전 좀 불만입니다. 그렇다면 전시 기간을 하루 줄이면 좋을텐데 이상하게 이게 관행인지 전시회 마지막 날 오후에 작품을 뜯어내더라고요. 

한 번은 전시회 마지막 날 찾았다가 휑한 전시장을 보고 황당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날도 임안나 작품은 안 보이더군요. 다른 전시회에서 봐서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작가의 이름만 작품 옆에 있을 뿐 작품 제목은 없었습니다. 작품 제목이 없는 사진들은 아니고 제목이 있지만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터에 없는 작품들은 누구 작품인지 모르고 봤습니다. 작가 이름을 자세히 볼 걸 그랬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 작품입니다. 비둘기가 꽃 밭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죽은 비둘기가 생명의 상징인 꽃과 함께 놓여 있네요. 생명과 죽음이 한 사진에 담기니 죽음이 잠으로 느껴졌습니다. 조용한 잠이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도 누구 작품인지 모르겠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작가 이름을 다 촬영하는 건데요. 세심하지 못했네요. 이 작품도 인상 깊었습니다. 가운데 작은 나무가 있고 남자가 선을 그리고 지나가면 여자가 그 선에 하얀 칠을 합니다.


가운데는 큰 액자가 걸려 있는데 액자 양쪽에 사진을 담았습니다. 독특한 디스플레이입니다. 


배진희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마 작가가 아는 분이나 부모님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한 쪽에는 무덤가에 있는 모습과 뒤에는 집 쇼파에서 편하게 자고 있는 사진입니다. 


김성용 작가의 사진입니다. 이태원동을 촬영한 사진 같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가 있는 곳 중 하나죠. 이태원 또는 해방촌 같기도 하네요. 
이 작품은 <위로하는 빛>시리즈 중 하나 같습니다. 

그냥 평범한 야경 사진입니다. 그러나 제목을 읽어보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우리 도시인들은 2가지 빛을 맞이하면서 삽니다. 하나는 자연광인 태양광이나 월광입니다. 하늘의 뜬 빛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죠. 해가 지면 우리가 만든 인공광이 시작됩니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 인공광이 가득합니다. 골목마다 켜진 할로겐 등과 건물에서 나오는 빛. 이 빛들이 마치 무수히 떠 있는 별처럼 느껴집니다. 야경을 보면서도 우리는 감상에 젖고 감성에 젖습니다. 


그냥 평범한 야경 사진이지만 그런 야경을 한참을 보니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건영 사진작가의 사진입니다. 다른 사진과 달리 둥근 액자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추상화 같은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마 어안렌즈로 강물을 담은 사진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행성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행성, 가까이서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강물. 이 2개의 이미지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원철 작가의 사진은 경주 대릉원을 담은 사진입니다. 몇 년 전 놀러간 경주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서울과 달리 곡선이 많아서였습니다. 인간은 직선을 만들고 자연은 곡선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 능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자연을 닮았습니다. 그 곡선을 사진이라는 직선의 틀에 담았습니다.


김지원 작가의 사진입니다. 전시 서문을 인터넷을 뒤져서 읽어 보니 여성 작가들은 여성으로서 바라 본 한국 사회와 가족, 그 속의 나에 관한 주제를 했다고 하네요. 작품 수가 적어서인지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인지 갸우뚱하게 보게 되는 작품들도 좀 있네요. 


익숙한 이름의 사진작가 작품도 있고 처음 보는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이해가 가는 것도 안 가는 것도 공감이 가는 사진도 안 가는 사진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진을 만나서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진을 다 이해하기 보다는 일단 눈에 익혀 놓고 추적하는 재미도 있죠. 

위 사진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천천히 찾아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전 나들이 했더니 기분이 좋네요. 주말에 사진전 나들이 또 해봐야겠습니다. 사진은 보는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매체입니다.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