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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덕수궁 전각이 갤러리로 변신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 소리 , 풍경'

by 썬도그 2017.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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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쉼표 같은 공간이 고궁입니다. 도심 한 가운데 자연과 쉼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서울의 자랑입니다. 그것도 1개가 아닌 무려 4개나 있습니다. 가장 큰 경복궁과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창덕궁, 아기자기한 재미가 좋은 창경궁과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덕수궁.  이 4대 고궁은 서울의 자랑이자 보물입니다.


덕수궁은 다른 고궁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술관입니다. 석조전 서관은 덕수궁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덕수궁이 이번에는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 , 소리, 풍경> 전시회로 9월 1일부터 11월 26일 늦가을까지 진행이 됩니다. 


덕수궁은 4대 고궁 중에 가장 아담한 고궁입니다. 크기도 작지만 주변에 고층 빌딩이 있어서 덕수궁 안에 있으면 과거와 현재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입장료도 저렴한 1,000원 밖에 안 해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좋은 곳이죠. 

지난 주 목요일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 소리, 풍경>의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문화재청과 국립 현대미술관이 함께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외국분이십니다. 이름은 바르토메우 마리입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9명의 작가입니다. 이름은 강애란, 권민호, 김진희, 오재우, 이진준, 임수식, 장민승, 정연두, 양방언 등 미술과 음악 분야의 예술가들이 9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공연입니다. 거문고와 몽골의 관악기 그리고 현대 무용이 섞인 이색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오프닝 행사가 끝나고 


음료를 들고 덕수궁 여기저기를 둘러봤습니다. 9개의 작품은 덕수궁 전각 곳곳에 배치되어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덕수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정관헌 옆에 있는 숲길 같은 곳입니다. 오솔길을 따라서 쭉 걸어갔습니다. 



석조전 서관이 나오네요. 석조전은 돌로 만든 서양식 건물이지만 일제가 만든 건물이 아니고 고종이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설계했습니다. 고종이 커피를 마시던 서양 정자 같은 정관헌도 사바친이 설계해서 만든 곳이죠. 

<딥 다운 - 부용 / 김진희 작가>

하늘에 뭔가 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뭔가 익숙한 것이 보이네요. 저항과 다이오드 같은 전자 부품 소자입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소리도 나옵니다. 김진희 작가는 전자제품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거나 재가공하는 독특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이라면 라디오 한 번 쯤은 뜯어 봤을 겁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궁금해서 참 많이 열어보고 닫으면서 전자 부품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습니다. 김진희 작가는 이 전자부품을 이용해서 <먼지>시리즈와 <색점필터>작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의 정체는 라디오 소리였네요. 자기가 알아서 주파수를 잡기 때문에 고정된 소리는 아니고 계속 소리가 바뀝니다.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소리를 채집해서 들려주는 작품이네요. 


<프리즘 효과 / 정연두 작가>

석조전 서관 복도에는 4개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정연두 작가의 사진입니다. 정연두 작가는 미술가지만 주로 영상과 사진을 이용해서 작품 활동을 합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연출 사진을 아주 잘 찍습니다. 

사진이 아주 큽니다. 이 큰 사진에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고종황제이고 꼬마는 딸인 덕혜옹주입니다. 


총 4장의 사진은 대한제묵 말기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눈길이 불안합니다. 이 덕수궁의 옛 이름은 운현궁입니다. 운현궁 주변에는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 공사관이 있었고 그런 열강 들 사이에서 고종은 불안한 줄타기를 했습니다. 결국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맺어지고 한국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됩니다. 

4장의 사진은 4개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고종과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침략자의 시선, 공적 시선과 사적 시선으로 담겨 있습니다. 정연두 작가는 이런 스토리를 입히는 사진을 참 잘 찍어요.


한 여름에 피는 배롱나무입니다. 여름에 펴서 더 화려해 보입니다. 능소화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꽃입니다. 



석어당입니다. 석어당은 다른 덕수궁 전각과 다른 점이 2개나 있습니다. 먼저 2층 전각입니다. 한옥은 대부분이 1층 짜리입니다. 2층으로 잘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석어당은 2층 전각입니다. 또 하나는 단청이 없습니다. 고궁 건물 중에 단청이 없는 건물들은 사무용 건물입니다. 조선에서 가장 무능한 왕이였던 선조가 애용하던 건물이기도 합니다. 


<시작점의 풍경 / 권민호 작가>

마치 석어당 설계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풍경화입니다. 덕수궁과 다양한 풍경과 전각을 겹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KTX도 보이고 서울역, 적산가옥, 주상복합 건물이 숨어 있습니다. 


<책가도 389 / 임수식 작가>

덕홍전에 가면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 389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덕홍전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고궁 전작은 평상시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겉 모습만 보고 나오죠. 그런데 고궁의 전각들은 그 안에 들어가서 봐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작품을 소개하면 '책가도'는 책장을 담은 책 병풍 같은 작품입니다. 이 책들은 작가 본인의 책장입니다. 예전에도 봤던 작품인데 시리즈로 계속 만들고 계시네요. 책 병풍에 담긴 책들은 근대사와 대한제국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건축 미술 분야 학자의 집에 방문해서 저재를 촬영한 사진과 대한제국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담은 책을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 강애란 작가>

책가도 옆에는 빛나는 책이 있습니다. 강애란 작가의 작품으로 100여권의 디지털 북과 실제 서책, 오래된 가구,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LED 조명을 넣어서 책들이 스스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 고종황제가 읽던 서적 및 외교문서와 황실 문화, 예술, 건축, 음악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재현한 가상의 황실 서고입니다. 


덕홍전에 들어가면 꼭 천장을 봐야 합니다. 아주 화려함이 극에 달하네요. 가운데 상들리에 같은 것이 있는데 전통의 것은 아니고 프랑스에서 만든 것을 붙인 듯 합니다. 


패턴이 아주 정교합니다. 오방색이 가득합니다.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시리즈 - 불면증 & 불꽃놀이 / 이진준 작가>

공연을 했던 함녕전 안에도 전시 작품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안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이 함녕전은 고종이 승하했던 곳입니다. 불면증에 시달렸던 고종황제와 작가의 불면증을 달래줄 불꽃놀이 영상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 쪽은 핵폭발의 상징인 핵구름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핵을 넘어 수소 폭탄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인들은 저 구름이 섬뜩하게 느껴지겠네요. 

왕이라는 자리가 불꽃 놀이와 핵 구름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꽃길만 걸을 것 같지만 핵과 같은 위혐도 있죠.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럴 것 같네요. 


이외에도 VR 기기로 체험하는 작품도 있고 



방에 들어가서 체험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인원 제한 때문에 보지는 못했네요


덕수궁은 데이트하기 좋습니다. 넓지도 않고 작지도 않습니다. 잔디도 가득하고 작은 숲도 있습니다. 한옥 건물도 있고 서양식 석조 건물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고 조선 말기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공간에 예술이 피어났습니다. 전각을 갤러리 삼아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1월 말까지 전시를 하니 천천히 들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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