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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남한산성. 보수와 진보가 아닌 회색분자가 문제다.

by 썬도그 201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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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배우 정우성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이 권력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치적 발언이라는 프레임으로 발언 자체를 억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 나라와 관련된, 사회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 '정치적 발언이 아니냐' 하고 자제시키는 것 같다. 저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제가 하는 발언이 정치적 발언이면 우리 국민 모두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관심이 바람직한 정치인을 만든다. 국민의 무관심은 이상한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적 발언이 터부시 되는 사회에서는 권력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망나니 춤을 추게 됩니다. 정치적인 발언은 서로의 성향과 성격을 인정하듯이 입장을 존중해야 합니다. 누가 옳다 그러다가 아닌 시선의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조율을 해서 합의점을 도출하면 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진보와 보수가 아닌 진보도 보수도 아닌 둘 다 나쁘다고 하거나 둘 다 좋다고 하는 회색분자. 중립지상주의자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줏대가 없습니다. 자신의 주장도 추구하는 가치도 없습니다. 그냥 양쪽 욕하면서 사는 쫄보들이죠. 이 쫄보의 비열함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남한산성>입니다.


조선의 치욕을 담은 영화 <남한산성>

 지난 10월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은 인기 소설가 김훈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남한산성의 치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임진왜란과 함께 조선의 치욕적인 사건인 병자호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치욕의 역사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제작비가 150억이 들어간 <남한산성>은 손익분기점이 500만 정도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84만 명에서 멈췄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주 잘 만들고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소재 자체가 좋지 못합니다. 온 가족이 즐겁게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추석 시즌에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패배의 역사를 담은 영화를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남한산성>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영화 자체는 아주 좋은 영화이자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끝까지 전쟁과 평화라는 시선의 평행선이 주는 당위와 실리 사이의 줄타기 또는 줄다리기의 힘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또한, 액션 연출과 액션도 상당히 볼만합니다.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정묘호란으로 아우의 나라가 된 조선은 오랑캐인 청나라를 섬기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렇게 정묘호란의 약속을 깨고 명나라를 섬기려고 하자 청나라는 2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2년 만에 다시 조선을 침략합니다. 속내는 조선의 굴복을 확실하게 해 놓아야 명나라 치다가 뒤통수 맞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게 조선은 다시 전란이 일어나고 조선의 왕인 인조는 강화도로 도망가려다 길이 막혀서 남한산성으로 피신을 합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아주 강렬합니다. 홀로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는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서 나루터 근처에 사는 노인의 안내를 받고 한강을 건넙니다. 노인에게 왜 조선의 왕도 안내하고 청나라 군도 길 안내를 하냐면서 넌지시 묻자 노인은 먹을 것이 중요하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민심을 잃어버린 조선의 왕입니다. 명나라가 지배를 하던 청나라가 지배를 하던 조선의 하층민들에게는 먼 발치에서 보는 권력 투쟁일 뿐입니다. 손녀와 둘이서 살고 있는 이 노인을 청나라를 도운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예조판서 김상헌은 칼로 죽입니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예와 명분을 중요시하는 척화파입니다. 청나라의 항해서 목숨을 구걸하는 더러운 삶을 사는 것보다 용감하게 맞서 싸우다 죽는 것이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주화파 우의정 최명길

반면. 예와 명분보다는 당장 목숨이 위태롭다 못해 몰살 당할 수 있기에 치욕스럽지만 항복을 하고 목숨을 보존해야 한다는 실리파인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이 성문을 열고 나가서 항복을 할 것을 권합니다. 

최명길은 적과 내통한 자라는 항소가 올라오고 명나라 대신 오랑캐를 섬기는 앞잡이로 숱한 비난을 받고 목숨까지 위협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치욕스럽더라도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2개의 주장은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보수와 진보의 논쟁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을 섬기는 보수층은 북한을 선제 공격해서 북한을 파괴해야 한다고 하고 진보들은 그러다 모두 다 죽을 수 있다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은 자고 이래로 계속되는 논쟁입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보수의 시선과 진보의 시선의 대립을 담고 있는 듯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남한산성>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그리는 듯하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척화파 김상헌의 주장도 주화파 최명길의 주장 모두 힘을 실어줍니다.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줏대가 강한 두 사람이 아닌 영의정인 김류(송영창 분)입니다. 





기회주의자 영의정 김류와 이기주의자 인조

영화에서 가장 못난 캐릭터가 2명이 나옵니다. 그중 가장 못난 인간은 영의정 김류(송영창 분)입니다. 김류는 우의정 최명길이 없을 때는 최명길을 욕하고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예조판서 김상헌이 있으면 더 보수적인 목소리를 냅니다. 게다가 자신의 판단으로 많은 병사가 죽었음에도 그 책임을 아랫 사람에게 넘기는 몰상식함과 쪼잔함도 보여줍니다. 

한 마디로 이 김류라는 인물은 간신배입니다. 줏대도 없고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합니다. 또한, 성을 지키는 천민들을 아래 것들이라는 천한 시선으로 내려봅니다. 전형적인 조선 꼰대이자 쫄보 양반층을 대표로 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역사가 기록한 김류는 악독함도 갖춘 악당 같은 인간입니다. 기회주의자 김류의 활약으로 영화를 보다가 깊은 빡침이 나옵니다.


조선의 못난 왕 TOP3는 선조, 인조 그리고 연산군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인조도 참 욕 많이 먹는 왕이죠. 영화에서 인조(박해일 분)는 초반에는 백성의 고충을 들어주는 어진 시선을 보이는 듯하지만 전형적인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입니다. 말들이 먹이가 없어서 굶어죽자 남한산성에 사는 백성들의 초가집을 부셔서 말 먹이를 줍니다. 

사람보다 말이 우선시하는 모습에 깊은 빡침이 올라옵니다. 이런 못난 왕이니 병자호란이 일어나죠. 정묘호란도 그렇습니다. 인조반정으로 집권한 서인 세력은 친명배금 정책으로 후금을 빡치게 했고 후금은 군대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합니다. 조선의 왕들은 참 잘 도망 다닙니다. 지만 살겠다고 강화도로 냅다 튀었고 많은 백성들은 겁탈을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못난 인조는 청나라 칸의 최후통첩을 받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명분 따위 필요 없고 내 목숨이 소중하다면서 목숨 구걸을 합니다. 못나도 이렇게 못난 왕은 선조 밖에 없습니다. 


벼슬아치의 횡포가 마치 현재의 한국을 보는 것 같다

서날쇠(고수 분)은 대장장이로 정묘호란 때 아내와 딸을 잃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꾸역꾸역 살아가는 민초입니다. 민초들은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자신들을 천하게 여기는데 벼슬아치를 좋게 볼리가 없죠. 

애민정신은 없고 자신들을 보호하는 보호대 정도로만 여깁니다. 그럼에도 예조판서 김상헌 같은 깨어 있는 사대부가 서날쇠의 마음을 잡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조선의 왕이 민심을 잃고 잃게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이런 사대부의 이기적인 모습 속에서 깊은 분노가 치밉니다. 신분이 다르면 개돼지로 여기는 권력을 가진 벼슬아치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한국도 정치 체계는 다르지만 조선의 벼슬아치의 무능함과 자기만 하는 이기주의 시선이 그대로 박혀 있는 나라죠. 수 많은 권력자들의 갑질이 만연한 모습을 보면 조선의 연장선에 있는 나라 같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어서 다 같이 사는 사회로 만들지만 언론 벼슬아치의 횡포와 무능과 저질스러운 천박한 행동들은 가래침을 얼굴에 뱉고 싶은 욕망을 끌어냅니다.


영의정 김류가 청나라의 통역관에게 조선인이 왜 청나라 편을 드느냐는 말에 통역관은 자신은 노비 출신으로 우리를 사람 취급해주었냐는 말로 받아칩니다. 예법이나 따지고 명나라라는 상전만 모시는 사대부들은 천민들이 어떻게 사는 지 관심도 없고 개돼지 보다 못하게 쳐다 봅니다. 

이런 영의정의 시선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모 프랜차이즈 CEO의 경비원 폭행. 운전기사 폭행. 변호사 폭행 등등 수 많은 김류 같은 영의정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풍토에서 누가 김류 같은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할까요?





좌와 우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몰상식한 이기주의자들이 문제다

좌와 우가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한 좌와 우의 논쟁은 건강한 논쟁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건강한 좌와 우의 세력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건강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도 정치프레임을 걸어서 정치 혐오증을 걸리게 하는 정치세력들이 있습니다. 

좌와 우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김류나 인조 같은 몰상식한 이기주의자들이 문제죠. 목숨까지 내놓고 직언을 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이 함께 눈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간신배가 들끊는 세상을 우리는 최근에 경험했습니다. 언론이라는 간신배들이 직언과 충언을 포기하고 광고의 떡고물만 빨아 먹는 모습을 우리는 잘 봤습니다.

병자호란은 청나라의 외부 침입이지만 그 원인을 따지고 속을 살펴보면 우리 안에서부터 붕괴하고 있었습니다. 민심이 떠난 조선의 왕이 삼전도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에서 깊은 분노가 치밉니다. 그 분노는 못난 왕으로 향한 분노입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생각보다 액션 장면이 많고 액션도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또한 김윤식과 이병헌의 연기 대결도 볼만합니다.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재를 사는 우리 세상을 재현한 듯한 모습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말 잘 만든 한국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보수와 진보의 건강한 모습 속에서 줏대 없는 이기주의자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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