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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사랑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담은 소박한 영화 더 테이블

by 썬도그 2017.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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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아침과 저녁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어제 헤어진 사랑을 떠올리고 점심에는 또 새로운 사람과 뜨거운 사랑을 합니다. 햇빛이 낮은 각도로 내리는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늦은 오후에는 사랑에 대한 현실을 깨닫죠. 그리고 해가진 후 사랑은 완성이 되면서 동시에 후회를 합니다. 이 사랑을 네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가 <더 테이블>입니다. 

저예산 영화에서 10만 관객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지난 8월 말 개봉해서 1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정도면 중박 이상의 성적입니다. 영화가 재미있어서 입소문이 많이 나서 많이 본 것일까요?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도 4명의 유명 여자 배우가 출연한 것도 흥행에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한창 인기 있는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가 출연한 <더 테이블>은 4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의 사랑을 담은 맥주와 에스프레소

아침 11시 동네의 한적한 카페에 썬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여자가 들어옵니다. 딱 봐도 이목을 피하고 싶어하는 연예인처럼 보입니다. 유진(정유미 분)은 유명 여배우입니다. 잠시 후 창석(정준원 분)이 들어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인 유진과 창석은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창석은 유명 배우가 된 유진을 어려워합니다. 친구 사이였지만 말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그러나 유진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팬에게 손을 흔들어서 반가워 해주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 팬에게 싸인까지 해줍니다. 그렇게 창석과 유진은 옛 이야기와 요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될수록 창석의 찌질함이 피어오릅니다. 창석이 시킨 맥주 탓이라고 하기엔 창석의 행동이 여간 못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쭈볏거리던 창석은 유진이 옛 연인이었음을 말합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과거의 연인인 두 사람은 그렇게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합니다. 그러나 창석은 과거의 사랑을 기억하기 보다는 인증샷을 찍어서 보관을 합니다.

저도 남자지만 저런 남자는 참 매력없습니다. 에스프레소 같이 진한 인생을 사는 유진과 낮에 먹는 맥주 같은  추레한 창석의 짧은 만남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아침의 사랑 같습니다. 비몽사몽 간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떠올리는 어제 또는 과거의 사랑을 되새김질 하는 이야기입니다. 


낮에 먹는 2잔의 뜨거운 아메리카노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인 오후 2시 30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킨 한 남녀가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까지 4번을 만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입니다. 경진(정은채 분)은 민호(전성우 분)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합니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 같이 경계심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민호의 해외 생활 이야기를 듣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지 설레임과 경계심이 두 사람 사이에 흐릅니다. 


경진과 민호의 이야기는 썸타는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화를 냈다가 또 바로 미소를 보이는 모습. 특히 정은채의 연기가 꽤 좋아서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속내를 숨기지도 못하는 사랑이 막 피어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처음 쓴맛은 서서히 달콤한 단맛으로 변해 갑니다. 



늦은 오후에 먹는 따뜻한 라떼

은희(한예리 분)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서 결혼식 하객은 물론 가짜 엄마도 고용을 합니다. 숙자(김혜옥 분)은 고용된 엄마입니다. 숙자에게 은희는 사무적인 말투로 결혼식장에서 해야 할 행동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사무적인 관계가 건조하게 흐릅니다. 서로 돈으로 엮인 관계이지만 숙자는 은희를 보고 자기 딸 생각이 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숙자의 이런 사적인 물음에 은희도 사무적인 태도의 결계를 풀고 살짝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진짜 엄마 앞에서 말하듯 말합니다. 마치 부드러운 라떼처럼 두 사람은 가짜 인연에서 진짜 인연의 늬앙스를 살짝 풍깁니다. 


저녁에 먹는 식은 커피와 깊이 우려낸 홍차

해가 지고 저녁이 된 후 창가 테이블에는 결혼을 앞둔 혜경(임수정 분)과 전 애인이었던 운철(연우진 분)이 대화를 나눕니다. 혜경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옛 남자인 운철에게 바람을 피자는 대담한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운철은 그런 혜경의 말이 마치 식어버린 커피처럼  달갑지도 반갑지도 않습니다.  


한 커피숍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4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테이블>

영화 <더 테이블>은 한 한적한 동네 카페의 창가 테이블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3쌍의 남녀와 1쌍의 가짜 부녀 지간의 대화를 다룬 상당히 독특한 형식의 영화입니다. 많은 영화를 봤지만 카메라가 한 공간 그것도 하나의 테이블만 비추고 있어서 상당히 정적인 영화입니다. 모든 이야기 진행은 대화로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얼핏 보면 상당히 지루하고 대충 보게 됩니다. 다만 4개의 이야기 시작 전에 테이블 위 컵에 꽂혀 있는 꽃과 각 이야기 손님들이 먹는 커피와 음료를 통해서 네 이야기의 핵심을 은유합니다. 이런 은유를 되새김질 하기는 좋습니다. 한 공간 그것도 큰 공간이 아닌 곳에서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네 명의 유명 여자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연극 같다고 할까요? 너무 영화적 꾸밈이 없어서 이게 취향에 맞는 분들도 있지만 정적인 것을 참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1시간 10분의 짧은 상영 시간도 지루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꽤 지루하게 봤습니다. 4개의 사랑 이야기가 와 닿기는 하지만 그냥 흔한 선남선녀들이 나누는 테이블 위의 주전부리 같을 정도로 특색이 있는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그나마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유명 배우 정유미가 무명 시절 만났던 옛 애인과 나누는 이야기가 그나마 흥미롭고 다른 이야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차라리 단편 소설로 읽는 것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가 끝이나고 나서 여운이 피어 오릅니다. 내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 그 시절의 설레임과 사랑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빚어낸 파열음과 해후까지 영화 속 대사와 별거 아닌 이미지들이 추억 속 사랑 앨범을 꺼내보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마다 4개의 에피소드 중에 마음에 들어하는 에피소드가 다 다릅니다.

사랑을 끝낸 사람도 사람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지루함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불호가 강한 영화로 느껴집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은 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만 전체적으로 감독 스타일이겠지만 동영상이 아닌 사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고요하기만 합니다. 영화 자체 보다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할 말이 많은 영화가 <더 테이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연극 무대 위에 올려진 흔하지만 공감이 가는 4개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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