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고등학생인 '이시다 쇼야'가 다리에서 뛰어내려서 자살을 시도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시다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로 돌아갑니다. '이시다 쇼야'가 있는 반에 '니시미야 쇼코'가 전학을 옵니다. 니시미야는 청각 장애가 있어서 보청기를 끼고 다니고 말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필담지에 적어서 이야기를 합니다.
왕따 가해자가 왕따 피해자가 되다
처음에는 니시미야를 따뜻하게 잘 대해 주는 듯 했지만 청각 장애를 가진 다름 때문에 점점 학교에서 왕따가 됩니다. 여자 아이들은 니시미야의 더듬 거리고 명확하지 않은 발음에 짜증내 합니다. 니시미야 뒤에 앉은 이시다는 왕따를 당해도 항상 웃고 다니는 니시미야를 가식 덩어리라고 생각하고 가장 심하게 괴롭힙니다.
보청기를 빼서 창 밖으로 던져 버리고 모래를 뿌리고 필담지에 욕설을 써 놓습니다. 그렇게 해도 항상 웃고 피해자임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니시미야의 행동은 더더욱 왕따를 가속화 시킵니다. 심한 왕따를 당하던 니시미야가 어느날 등교를 하지 않습니다. 그 날 학교에서는 니시미야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면서 니시미야를 괴롭힌 학생을 찾아냅니다.
여느 학원물처럼 선생님은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선생님은 대놓고 이시다를 지적하면서 니가 니시미야를 가장 많이 괴롭혔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렇게 잘 알면 평소에 왕따 당할 때는 선생 너님은 뭐했어요?) 그렇게 선생님의 손가락 지적을 받은 이시다는 그날 바로 왕따가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 동조하고 따르던 친구들이 왕따 시스템의 결계가 풀어지자 가장 정점에 있던 이시다를 니시미야 대용품으로 생각하고 왕따를 시킵니다. 다음 날 니시미야는 다시 등교하지만 왕따가 니시미야와 이시다 2명으로 늘었을 뿐 왕따의 살벌한 풍경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시다와 니시미야가 몸 싸움을 하게 되고 니시미야는 전학을 갑니다.
이시다 쇼야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니시미야 쇼코 왕따 사건을 주도했다는 과거가 알려지자 모든 반 친구들이 이시다를 멀리합니다. 왕따 가해자가 왕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이시다는 천성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다만 단지 철 없던 시절의 일탈이 있었을 뿐인지 그 사건 이후 아주 착한 학생으로 삽니다.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가족에게도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 존재 자체가 문제이고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신변을 정리하고 자실을 기도합니다.
이시다는 자살 결심을 그만두고 자신이 괴롭혔던 니시미야를 찾아갑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니시미야의 필담지를 들고 니시미야를 찾아갑니다. 이시다는 오랜 만에 만난 니시미야를 반가워하지만 니시미야에게는 어두운 과거, 잊고 싶은 과거를 다시 대면하기 힘들어서였는지 이시다를 피합니다. 이시다는 자신을 피하려는 니시미야에게 어렵게 말을 붙이고 매주 찾아가서 함께 붕어 먹이 주기를 합니다.
닮은 이시다 쇼야와 니시미야 쇼코
이시다 쇼와와 니시미야 쇼코는 닮았습니다.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지만 고등학생이 된 후 이시다는 왕따 피해자가 되어서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고 겪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른 언덕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고 하죠. 그러나 같은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풍경이 비슷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이시다는 니시미야가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시다는 니시미야를 찾아가서 함께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입 밖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말은 안해도 이시다가 니시미야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지 니시미야는 잘 압니다. 수화를 배워서 니시미야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통해서 니시미야는 경계심을 풀고 이시다와 가까워집니다. 두 사람은 참 닮았습니다. 같은 왕따 경험이 있다는 것도 닮았고 이름도 쇼와 ,쇼코라서 닮았습니다. 애니를 보다 보면 쇼!라고 하는 말에 쇼와? 쇼코? 누구를 말하는 건가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이름도 비슷합니다.
쓰는 언어가 달라서 벌어지는 소통의 간극의 아픔을 담은 <목소리의 형태>
<목소리의 형태>는 언어에 관한 영화이자 소통의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니시미야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과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친구와 의사 전달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어려움을 배려로 감싸야 하는데 다름이라는 왕따의 언어로 니시미야를 대합니다. 선생님이 니시미야를 위해서 아침마다 수화를 10분 씩 배우자고 제안을 하지만 한 명을 빼고 모든 아이들이 거부를 합니다.
니시미야의 유일한 소통 도구인 필담지에는 니시미야에 대한 욕만 쓰는 아이들. 이런 단절된 세상에서 니시미야는 이시다에게 친구가 되자고 수화로 말하지만 이시다가 그 수화를 알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언어가 사라진 교실을 피해 니시미야는 전학을 갑니다.
고등학생이 된 이시다는 니시미야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수화를 배웠습니다. 니시미야의 마음 속을 명확하게 알려면 상대방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수화를 통해서 이시다는 니시미야와 친해지게 됩니다. 니시미야는 이시다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장애가 있어서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여자의 마음을 남자인 이시다가 잘 알지도 못합니다.
이런 소통의 간극은 또 있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닌데 항상 까칠하게 말하는 우에노와의 소통의 어려움도 보여줍니다. 표현 방식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도 소통 하기 어렵고 같은 방식의 삶을 살아도 표현 방식이 다르면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본심들은 다들 착하고 6학년 때 왕따 사건에 대해서 미안함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해서 서로의 표현법을 제대로 모릅니다. 이러다 보니 각자의 표현법으로 말하고 행동하니 본심과 다르게 서로에게 상처만 줍니다.
니시미야가 사랑 고백을 할 때 준 막대 사탕 같은 화분꽂이에 어리둥절해 하는 이시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이시다는 니시미야의 언어인 수화를 배웠지만 정작 니시미야의 마음까지 해석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애니 <목소리의 형태>는 사용하는 마음의 언어, 물리적 언어의 간극으로 인해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내 의사를 내 마음을 전달하려면 내 언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 탓하기 전에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이시다는 왕따입니다. 모든 급우들의 얼굴엔 X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존재들은 무생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혼자 운동장 한 쪽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던 이시다는 똥머리를 한 똑같은 왕따 토모히로를 도와주고 친구가 됩니다. 친구는 친구를 불러오고 이사다는 옛 친구와 새 친구와 함께 친구 맺기를 펼쳐 나갑니다. 이렇게 행복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시다는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가 많아진다고 과거의 잘못이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픈 과거를 지우려면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는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자신을 존중하면 남을 업신 여기지도 왕따 시키지도 않습니다. 철없던 시절 자존감이 없던 이시다가 펼친 악행을 이시다는 괴로워하고 미안해 할 뿐 밖으로 꺼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시다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세상이 나를 왕따 시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세상을 왕따 시킨 것을 깨달은 이시다는 마음에 변화의 싹이 틉니다.
좋은 일본 애니입니다. 왕따 문제를 다룬 일본 애니들은 꽤 있습니다. 2010년 작 <컬러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왕따 문제를 다루면서도 마음 속 말을 전달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담는 모습이 더 짙습니다. 이는 2015년 개봉작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와 비슷합니다.
너 때문에 죽고 싶다가 아닌 너 덕분에 살아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이시다는 니시미야가 오른 고통의 언덕에 오른 후 니시미야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자기 파괴적 행동일 뿐입니다. 그때는 미안했어!라고 정식으로 사과하고 세상이 널 배척하는 것이 아닌 니가 세상을 배척한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애니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시다와 니시미야는 닮았습니다. 둘 다 세상을 등지려고 했고 왕따의 경험도 있습니다. 같은 고통을 경험한 두 사람은 험한 세상을 항해하는 서로의 등대가 됩니다.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는 말이 주는 힘이 아주 좋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품어주고 남에게 피해가 되고 날 파괴하는 행동는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다만, 원작 만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애니에 잘 담겼는지는 모르겠네요. 몇몇 부분은 좀 튀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원작 만화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전체적으로 꽤 좋은 애니입니다. 흔한 풍경이 된 왕따를 소재로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불신 불통과 함께 제대로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애니입니다. <목소리의 형태>를 보면 마음이 좀 더 건강해진 느낌이 들게 될 것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세상은 내가 변하면 다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