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공활하면 문화의 향기를 마시러 가기 딱 좋습니다. 특히 인사동과 소격동에는 문화의 향기가 물씬 납니다. 한국은 대형 미술관이 도심 한 가운데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기차역 주변에 현대미술관, 박물관 등이 모여 있지만 한국의 현대미술관은 서울이 아닌 과천에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현대미술은 작은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봐야했습니다. 이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나들이 겸 미술관도 보고 좋죠. 그러나 도심에 대형미술관이 없음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있긴 하지만 서울을 대표하기에는 장소의 크기가 살짝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현대미술 전시회는 가끔 합니다. 기무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생기면서 이 현대미술에 목마름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을 보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학교 건물 같이 만들었어! 네 학교 건물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 건물은 기무사가 쓰던 건물이라서 외형이 학교 같아 보입니다. 게다가 경복궁 옆에 있어서 높이 올릴 수도 없습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복궁 주변에 고층 빌딩 올리지  못합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높이 올리지 않고 지하로 파서 대형 전시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담장이 없는 열린 건물인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는 2017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우승작인 양수인 작가의 '원심림'이 빙빙 돌아가고 있습니다. 원시림과 원심력을 합성한 듯한 제목부터가 흥미롭습니다. 모기장 같은 것이 빙빙 도는데 도는 속도에 따라서 커졌다 작아졌다 합니다. 


9월 13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2전시실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작품을 전시합니다. 이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6회를 맞이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후보군을 추리고 12월에는 2차 심사를 통해서 최종 수상작 1인을 발표합니다. 이 방식이 아주 좋습니다. 무조건 전문가들이 모여서 1등을 선정하기 보다 대중에게 후보 작가 작품을 전시하고 1등을 추리는 방식이 좋네요


지난 주에 개회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써니킴 작가의 <어둠에 뛰어들기>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써니킴 작가의 <어둠에 뛰어들기>입니다. 작품들의 보면 소녀가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소녀들의 유니폼은 교복입니다. 

 

써니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 담긴 텍스트가 있지만 읽기를 접고 일단 바라봤습니다. 특히 이 그림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교복을 입은 소녀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입니다. 진회색 구름이 덮인 하늘과 녹이 슨듯한 산, 삶을 집어 삼킬 듯한 호수가 스멀스멀 내 영혼을 잠식했습니다. 

저 소녀는 미래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아님 과거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아님 현재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우울과 불안이 현재를 살아하는 우리들의 기본 기분이 된 듯한 요즘입니다. 최근 중학생들의 일탈이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온갖 비난들이 난무하지만 누구하나 그런 아이들이 만들어지는데에 대한 반성은 없습니다. 난 안 그러니까 너만 문제야!라는 주장만 가득합니다. 물론 그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점점 포용과 반성 보다는 결과에 대한 비난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쓰면 저에게 비난을 할 것 같네요. 이런 글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크게 보고 약간 달리보면 손가락질 받기 쉬운 요즘입니다. 


기억과 망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써니킴 작가의 작품은 설치 미술과 ,영상, 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어둠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 본인이 느낀 공포가 살짝 느껴지네요.

1전시관 코너를 도니 벽에 거대한 락카칠이 보입니다. 치킨, 파산! 섬뜩합니다. 락카로 칠해진 텍스트는 기쁨의 텍스트들은 없습니다. 결사 반대, 철거 같은 저항의 텍스트들이 많죠. 치킨은 아마도 치킨집을 하다가 파산을 한 한 자영업자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보입니다. 


전시관 안에 한 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입구에는 칠도 하지 않은 문이 있고 여기도 락카칠이 되어 있습니다. 


백현진 작가의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백현진 작가는 전방위 예술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음악, 미술, 문학, 영화를 만드는 가수, 작곡가, 화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시인, 배우, 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르네상스 인간이라고 할 정도로 실로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이걸 모두 묶는 이름은 예술가입니다. 락카칠이 되어 있는 방에 들어가니 간이 휴게실 같은 느낌입니다. 스톨 의자가 가득 있고 간편한 테이블이 있습니다. 


작품 이름이 섬뜩합니다.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실직, 폐업, 이혼, 부채, 자살 이 모든 단어가 섬뜩합니다. 특히나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한국에서 실직이나 폐업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이혼이 무슨 전과처럼 여겨서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합니다. 실패 후 재기를 꿈꾸기엔 이 나라는 너무 각박합니다. 


이런 우울한 사람들에게 백현진 작가는 작은 도피처인 휴게실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들어와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휴게실입니다. 모든 걱정, 불안을 잠시 잊을 수 있는 휴게실. 


테이블에는 작가가 쓴 시가 있습니다.

사람이 있다. 어렵게 어렵게 취직을 했다.
결혼을 한다. 계절이 몇 번 바뀐다.
실직을 했다. 어렵게 치킨집을 열었다.
손님이 없다. 계절이 뒤죽박죽이었다.
폐업을 했다. 공기가 엉망진창이다.
이혼을 한다. 썩거나 타들어갔다.
부채는 많다. 쓸 손이 없다.
전등이 있다. 환하다.
바다에 간다. 크고 아주 길게 숨을 들이켠다.
파도를 본다. 크고 짧게 숨을 내뱉는다. 

그 사람의 친구 중 한명이 빈소에 있다.
편육을 몇 점 집어먹으며 소주를 마신다.
곧 너무 취했다. 
빈소를 빠져 나온다. 
버스를 탄다. 내리니 모르는 곳이다. 
간신히 가로수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오줌을 눈다.
습하다. 
보노보가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걸 본다.
휴대폰 배터리는 반 이상 남아있다. 

그 사람의 친구 중 한명은 혼잣말한다.
왜 죽어, 죽긴 왜 죽냐고 이 병신아, 왜 죽냐고. 
위 문장은 조금씩 변형되며 한참 동안 반복됐다.
바람은 휘몰아치다가 말았다. 

며칠 후, 그 사람의 친구 중 한 명은 걷다가 흘린
듯 멈춰 서서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시간이 지난다. 그 사람의 친구 중 한명은 우연히
당신이 머물고 있는 어떤 휴게실에 들어선다. 

이 시간 이 공간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제 40대가 지난 5년 간 자살율이 두배로 뛰었고 암으로 가장 많이 죽어간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우리 20대들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하지만 40대도 힘듭니다. 아니 전 세대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입니다. 장례식장 같았습니다.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펫 연주가 흘러나왔습니다. 


한쪽에는 스티로폴로 된 베게와 매트리가 있었습니다. 파업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죠. 


마른 나무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휴게실은 뭘까요? 좋은 작품입니다. 사회 병리 현상을 재현하고 되새김질 한 작품입니다. 

쉬고 싶은 사람에게 의자 하나 내놓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벽 전체를 대형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작품이 맞이 했습니다. 


내려다 보니 거대한 전선 줄이 가득 합니다. 


큰 소리가 날 수 있으니 임산부와 노약자는 조심하라는 문구에 긴장을 살짝 했습니다. 


박경근 작가의 <거울 내장: 환유쇼>

지하 1층에 내려가지 소총이 가득합니다. 잠시 후 긴장하게 만든 소리가 들립니다. 척, 척, 척 전선으로 연결된 소총들이 동시에 거총을 합니다. 총이 발딱 서고 내려가고 하면서 군대의 소리를 냅니다. 이 박경근 작가는 다큐멘터리 <철의 꿈>을 만든 다큐 작가이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철의 꿈>은 꽤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과정을 아주 느린 영상으로 담았는데 그 작품을 만들고 이런 작품도 만드네요. 만능 작가네요. 

이 <거울 내장: 환유쇼>는 로봇과 군대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군대라는 로봇처럼 효율 그러나 비인간적인 요소가 많은 문화와 로봇의 이미지를 중첩했습니다. 남자들은 군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조금씩 있습니다. 저 또한 군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군대 안의 사람들은 좋았지만 그 문화 자체가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제어하고 제어 당하는 공간, 자유라고는 눈꼽 만큼 있는 공간이 짓누르는 중압감이 강한 곳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군대에 다시 가라고 하면 전 못갑니다.  박경근 작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군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남성성을 완성시키는 곳이 군대입니다. 이 군대는 군대로만 끝나지 않고 군대식 경영을 하는 등 직장 문화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이 군대 문화는 한국 문화의 계급 사회를 고착화 시키는데 큰 일조를 합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긴 하죠. 일사분란, 지시와 명령으로 빠르게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문화는 정해진 길을 빠르게 가는 시대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정해진 길이 사라지고 따라 잡을 상대가 사라지고 융합되어가는 시대에서는 큰 걸림돌이 됩니다.

창의, 창의, 창의라고 부르짓는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창의력이 부족한 사회라는 방증입니다. 군대는 창의를 거부합니다. 시키는대로 하라는대로 해야 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안의 군대의 잔재와 습속들을 털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네요. <거울 내장: 환유쇼>는 총으로 군대를 남자를 한국 사회를 환유하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을 보러 이동하니 거대한 전시 공간을 텅 비워 놓고 한 쪽에는 영상 작업물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송상희 작가의 <세상이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소리 한번 없이 흐느낌으로>

다른 한 쪽은 목욕탕 타일 같은 것을 붙이고 전쟁 이미지와 폐허의 이미지가 가득한 푸른 톤의 청사진 같은 것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거대한 전함이 폭격으로 불바다가 된 모습과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폭력으로 파괴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전쟁이 어떻게 우리를 파괴시키는 지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반대편의 영상 작업도 폐허의 이미지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대기근, 지자체 파산,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국가와 집단과 재해로 절망이 깔린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서 보여줍니다. 노래도 음산한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아기 장수 설화 

한 평민이 아들을 낳았는데 아기는 힘이 센 장수였으며 태어나자마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어 이내 날아다녔다. 부모는 이 장수가 크면 장차 역적이 되어 집안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하여 돌로 눌러 죽인다. 아기장수가 죽을 때 유언으로 콩 닷 섬과 팥 닷 섬을 같이 묻어 달라고 했는데, 얼마 후 관군이 아기장수를 잡으러 왔다가 부모의 실토를 듣고 무덤에 가 보니 콩은 말이 되고 팥은 군사가 되어 막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결국 아기장수는 성공 직전에 관군에게 들켜서 다시 죽는다. 그런 뒤 아기장수를 태울 용마가 나와서 주인을 찾아 울며 헤매다가 용소에 빠져 죽는다.

<출처 : 다음 백과 사전>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는 아기 장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 이 '아기 장수 설화'를 처음 접해 봅니다. 내용을 보니 이 '아기 장수 설화'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들을 수 있는 설화입니다. 날개 달린 영웅이 태어나서 세상을 전복하려고 하지만 이걸 역적으로 여긴 우리의 민중들이 먼저 제거를 합니다. 한국에서 민중 혁명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득권 층만 떵떵거리고 사는 세상에서 민중 봉기가 수시로 일어났지만 그 민중 봉기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민중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죠. 세상을 전복하겠다는 자녀가 있으면 타이르고 윽박질러서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이는 요즘도 비슷하죠. 다만 최근 평화적인 촛불 혁명을 보면 많이 달라진 것도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불합리한 세상을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순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가와 권력의 폭력에 폐허가 된 곳을 찾아서 영상으로 담은 작품입니다. 


복도로 나오니 작가들의 인터뷰가 보입니다. 이 인터뷰는 2017 올해의 작가상 홈페이지 (http://koreaartistprize.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작가가 수상을 할까요? 마음에 가는 작품이 2 작품이 있긴 한데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내년 2월까지 전시를 하니 날 좋은 날 관람해 보세요. 참고로 수요일, 토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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