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제목입니다. <지옥이 뭐가 나빠>. 절대 잊혀지지 않는 제목입니다. 지옥 나쁘죠. 나쁜데 왜 나쁘냐고 대듭니다. 대드니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솔직히 지옥이 있는지 천국이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있다고 믿고 사는 게 편하니까 믿는 것 아닐까요. 특히 비종교인들은 다음 생에 대한 기대치가 낮습니다. <지옥이 뭐가 나빠>라는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서 봤습니다.


조폭 보스 딸의 영화 촬영기를 담은 <지옥이 뭐가 나빠>

영화가 시작되면 귀요미 꼬마 숙녀가 치약 광고를 합니다.  이 꼬마 숙녀는 야쿠자 무토(쿠나무라 준 분)의 딸 미츠코입니다. 미츠코는 집에 도착하니 집안 바닥이 온통 붉은 피가 흐르고 있고 2구의 시체와 1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미츠코의 엄마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려고 온 상대파 야쿠자 부하들을 칼로 다 해치웠습니다. 정말 무서운 가족입니다. 

그러나 이 엄마의 살인 사건으로 엄마는 감옥에 가게 되고 배우가 꿈인 미츠코는 치약 광고도 내려가고 지방을 도는 3류 배우가 됩니다. 엄마의 꿈은 자신의 딸인 미츠코가 주연을 한 영화를 보는 것이 꿈입니다. 10년이 지난 후 엄마의 출소일이 가까워지자 남편인 무토는 딸 미츠코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촬영하려고 했지만 촬영장에서 미츠코는 도망칩니다. 결국 영화에서 하차하게 됩니다. 

출소일은 얼마 안 남았는데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아내에게 줄 선물을 위해서 무토는 자신들의 부하를 이끌고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는 정말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지옥이 뭐가 나빠>입니다. 

영화 <지옥이 뭐가 나빠>의 스토리의 큰 줄기는 2개가 있습니다. 야쿠자 무토 집안의 영화 촬영기가 있고 또 하나는 영화광인 '퍽 봄버스' 영화 동아리의 이야기가 흐릅니다. '퍽 봄버스'는 한 영화관을 아지트로 삼은 영화광들의 모임으로 죽음과 바꾸고 싶은 끝내주는 영화를 찍는 것이 꿈입니다. '퍽 봄버스'의 리더인 히라타(하세가와 히로키 분)은 아마츄어 영화 동호회를 이끌면서 모든 것을 영화로 촬영하고 싶어합니다.

그날도 영화를 촬영하다가 근처에서 고등학생들의 싸움을 보고 동호회 친구 2명을 데리고 모든 싸움을 촬영합니다. 그냥 촬영하는 것이 아닌 싸움에 끼어들어서 액션을 지시하고 이렇게 때리고 이렇게 행동하라는 식으로 황당한 행동을 합니다. 이런 영화 촬영 열정을 보던 싸움하던 고등학생은 히라타에 끌려서 '퍽 봄버스'의 일원이 됩니다.  싸움하던 고등학생은 미래의 액션스타가 될 것이라고 꿈을 키워갑니다. 

동네에 있는 사찰 입구 구멍에 죽어도 좋으니 끝내주는 영화 만들게 해 달라고 영화의 신에게 소원을 적은 쪽지를 구멍에 넣습니다. 
그러나 이 소원은 10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꿈만 키우다 늙어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 내분도 일어납니다.
이때 그 영화의 신에게 쓴 쪽지를 들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영화를 찍자고 합니다. 


이야기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B급 정서는 제대로 담은 영화 

영화를 찍고 싶지만 열정만 있을 뿐 기회도 자금도 연줄도 없는 아마츄어 영화 동아리 '퍽 봄버스'와 아내의 출소 선물로 딸인 '미츠코'가 주연을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야쿠자 두목 '무토' 이 둘의 결합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2개의 이야기를 잘 잇지는 못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게 무토 가족이 주인공인지 '퍽 봄버스'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2개의 이야기가 나란히 달립니다. 끝나고나면 미츠코 가족의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초반에 '퍽 봄버스'이야기가 너무 비중있게 다루어지다 보니 누가 메인 스토리인지 헛깔립니다. 물론 2개의 이야기가 나란히 달릴 수 있고 2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흐를 수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2개의 이야기를 잘 잇지는 못합니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한 이유는 개연성 때문입니다. 좀 더 시나리오를 다듬어서 개연성 부분에 담금질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냥 대충 이은 느낌이 많이 드네요. 그러나 이런 매끄럽지 못함을 B급 정서로 덧칠해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 맞아요! 이 영화는 병맛 코드가 작렬하는 B급 무비를 지향하는 영화입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소노 시온' 감독이 꽤 유명한가 본데 전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제 느낌은 뭐랄까? 일본의 쿠엔틴 타난티노 감독이라고 할까요?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 전달력과 영화적 짜음새를 제공합니다. B급 지향하는 모습도 비슷합니다. 다만 타난티노 감독과 달리 스토리의 개연성이 약한 것은 아쉽네요. 


특히 미츠코의 순수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담은 지나가던 청년은 영화 끝까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망치던 미츠코가 거금을 주고 하루 동안만 애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에 1일 애인이 된 청년이 미츠코의 강한 박력에 매료되어서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는 모습은 재미도 느낌도 없고 황당하기만 합니다.

영화 전체가 황당함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즐거운 황당함도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이를 갈며 레츠코, 뽀드득 뽀드득 이를 갈며 레츠 플라이" 미츠코가 어린 시절 촬영한 치약 CM 속 '양치송'은 전국민이 잘 아는 노래입니다. 이는 미츠코의 아빠가 두목으로 있는 무토파의 경쟁 야쿠자 세력의 두목인 '이케가미'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 미츠코 가족을 죽이러 갔다가 오히려 죽을 뻔 했던 '이케가미'는 '미츠코'의 박력에 반해 버립니다. 이후 '이케가미'는 '미츠코'를 몰래 흠모합니다. 

이런 황당한 관계 설정을 '이케가미'를 연기하는 '츠츠미 신이치'가 깔끔하게 웃음으로 지워버립니다. 근엄한 보스의 표정에서 미츠코의 양치송을 따라하는 귀여운 포즈가 펼쳐지는 순간 저도 헉소리를 내면서 웃게 되네요. 이 B급 영화에서 제대로 B급 웃음을 주는 인물이 '이케가미'입니다. '이케가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황당함이라는 베이스에 웃음 약간 잔혹 듬뿍의 맛 없는 음식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케가미'라는 단맛이 들어가서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합니다.


배우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쿠니무라 준'도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연으로 나와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우리에게는 '곡성'의 외지인으로 익숙한 이 배우의 강렬함은 영화 전체에 펼쳐져 있습니다. 

영화의 미래는 이야기의 스포츠 중계다라고 말하는 <지옥이 뭐가 나빠>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캐스터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각본이 없습니다. 승리의 조건과 안되는 행동의 룰을 정하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대결을 합니다. 아무런 각본이 없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짜릿할 수도 있습니다. 극적인 역전승이라는 멋진 각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졸전에다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지면 채널을 돌려 버립니다.

우리가 스포츠 중계에 매료되는 이유는 우연성 때문입니다. 생중계로 중계되는 스포츠 중계의 의외성, 우연성 또는 점점 쌓여가는 스토리에 매료되어서 중계를 끝까지 보게 됩니다. 반면 영화는 각본이라는 행동 지침서가 있습니다. 이 각본에 따라 연출가인 감독과 배우는 각본 속 내용을 재현합니다. 따라서 영화는 생중계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리얼이라고 생각하는 그 많은 리얼을 지향하는 예능들도 기본적인 각본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각본 안에서 자유롭게 놀게 하면서 리얼이라고 하죠. 그러나 정확하게는 리얼 느낌이 날 뿐 리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영화와 스포츠 중계의 차이는 이 각본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오는 녹화 편집 중계와 생중계의 차이가 아닐까요? <지옥이 뭐가 나빠>는 두 야쿠자 세력간의 전쟁을 카메라로 그대로 녹화를 합니다. 각본 없습니다. 실제로 서로 죽이고 죽고 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너프 필름 같지만 B급 정서를 깔아서 잔혹하지만 웃음이 살짝 묻어 나오게 합니다.


미츠코를 흠모하는 상대파 두목 '이케가미'와 아내를 위해서 딸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무토. 목숨과 바꿀 영화 한 편 촬영하고 싶은 '퍽 봄버스' 이들이 한 공간에서 지옥도를 연출합니다. 영화 클라이막스 액션에서는 상당히 잔혹하고 필요 이상의 피가 많이 나와서 고개를 돌릴 분도 있습니다만 B급 정서가 깔려서 잔혹하면서도 웃음이 같이 묻어 나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병맛 코드를 제대로 느끼는 분들에게는 호평이 나올 수 있지만 잔혹하기만 한 영화라고 느낄 분들에게는 저질 영화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영화 <지옥이 뭐가 나빠>는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출을 하지 말고 실제 일어나는 세상의 일을 중계하는 것을 꿈꾸는 '퍽 봄버스'의 리더 히라타의 꿈은 어쩌면 많은 영화 감독들의 꿈이자 미래의 영화의 모습 아닐까요?

MBC 예능 무한도전이 생방송의 꿈을 이루지 못하듯 예능 중에 생방송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짜(편집도 시간을 지우는 행동이기에 리얼이 아니기에 가짜라고 생각한다면)가 많이 가미된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영화는 더더욱 허구가 많이 가미됩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조건이 여물면 언젠가 영화도 영화관에서 생중계가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몇 개의 룰을 제공하고 배우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죠.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메시지 전달력은 좀 아쉽네요.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B급 정서라고 모든 것을 용서 받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개연성 부문을 좀 더 다듬었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으련만 이음새가 말끔하지 못한 것은 아쉽네요. 그러나 병맛 코드 좋아하고 가볍게 웃고 싶은 분들이나 독특한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권하는 영화입니다. 

전 가장 웃겼던 장면이 카메라 맨이 직접 총을 쏘면서 액션을 완성하는 그 장면이 너무 웃기더군요.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시도도 흥미롭네요. 이게 실화냐?라는 말이 유행하듯 이 영화는 제대로 상상력이라는 허구를 제대로 증폭한 영화입니다.

영화 보고 남는 것은 양치송 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 따라 부르고 있네요. 정말 중독되는 노래입니다. 참 영화 제목은 두 조폭간의 각본없는 대결을 카메라에 담아서 만든 영화의 제목이 <지옥이 뭐가 나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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