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알게 된 게 1988년의 5공 청문회에서였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목요연하게 따박따박 따지는 모습이 군계일학이었습니다. 당시 5공 청문회에서 노무현 국회의원의 대활약은 그의 이미지가 됩니다. 이후 1992년 국회의원 낙선, 1996년 부산시장 낙선, 1996년 국회의원 낙선,1998년 종로 국회의원 당선 그리고 2000년에 종로에서 편하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음에도 다시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을 합니다

이런 돈키호테같은 노무현을 보고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붙여줍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을 드라마틱하게 담은 다큐 <노무현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대통령까지 하신 분이라서 노무현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만 해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정치인 노무현의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인 2002년 새천년민주당 당내 경선을 다룬 다큐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큐 <노무현입니다>를 보기를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재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 때문이죠. 네 맞습니다. 다 공개된 내용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다큐 <노무현입니다>는 검색만 하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우리가 가장 덜 알고 덜 알려진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지지율 2%에서 시작해서 대세였던 이인제 후보를 대역전한 내용을 집중 조명합니다. 또한 노무현을 지근거리에서 본 39명의 인터뷰어가 등장해서 당시의 이야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리메이크한 곡이 흐르면서 1988년부터 노무현과 당시 시대 배경을 담으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과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노사모)의 탄생까지 보여주면서 영화의 서막을 엽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한국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를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합니다. 지금은 이 국민경선제가 당연하지만 2002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안에서 이렇다할 연줄도 세력도 없어서 당연히 대선 후보의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국민경선제가 도입되자 잘 하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참여를 합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에는 충청도의 이인제와 전라도의 한화갑이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연줄도 당내 세력도 없는 노무현 후보가 도전을 합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여론조사에서 2%라는 지지율이라서 노무현이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제주 경선부터 시작해서 노무현의 노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다큐 <노무현입니다>는 경선의 노풍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습니다. 

보통 다큐는 재미가 없습니다. 이 다큐 <노무현입니다>도 재미가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미를 채우는 박진감이 있습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을 어렴풋이 기억했는데 이걸 아주 자세히 다룹니다. 제주, 울산, 광주, 충청, 강원 그리고 인천까지 지지율 2%의 노무현 후보가 어떻게 대역전하는 과정을 짜릿하게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인제 후보의 색깔 논쟁에 굴하지 않고 카랑카랑한 연설을 하는 투사 노무현의 목소리는 영화관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립니다. 


39명의 인터뷰어들의 흥미로운 인터뷰

새천년민주당 경선 중간중간 당시를 회상하고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39명의 인터뷰어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유시민 전의원입니다. 특히 유시민 전의원은 노무현 전대통령을 가장 잘 담은 인터뷰 내용으로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는 눈물을 자아내게 하네요. 

그럼에도 가장 인상 싶은 인터뷰는 노무현 변호사를 감찰하는 업무를 받은 이화춘입니다. 정권에서 노무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화춘은 노무현이라는 인간에 감화되어서 친구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 속에서 작은 탄식이 나옵니다. 전 이 인터뷰를 보면서 제가 크게 느끼지 못한 노무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탈권위주의자인 것은 알았지만 절대에 가까운 이타주의자입니다. 자신을 감찰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모습과 서거하기 전에 민주화의 걸림돌이 될까 봐 엄청난 고민과 고민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저 또한 노무현 전대통령이 퇴임 후에 검사와 언론의 조리돌림에 같이 비난을 했었습니다. 물론, 지탄 받을 일은 지탄 받아야 하지만 너무 과한 행동이었다는 것과 큰 사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제 자신에 부끄러움이 가득 차 올랐고 어느새 부끄러움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습니다. 

영화관은 어느새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오후 11시 심야 상영관에도 30명 남짓한 관객들 대부분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소탈한 모습의 노무현 전대통령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노사모에 대한 씻김굿 같은 다큐 <노무현입니다>

노사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빠라고 비하를 하시나요? 광팬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도 약간 부정적인 이름으로 바라본 요즘입니다. 
그러나 이 다큐를 보면서 노사모가 있었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을 수 있었던 점에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인터뷰어 중에는 노사모 회원도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에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순수한 정치 열광자들을 가끔 부정적으로 본 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지지율 2%인 노무현의 대역전극에는 노사모가 있었습니다. 이인제 후보 진영 선거운동원들이 점심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면서 일당 얼마나 받나요?라는 질문을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점심도 굶으면서 오로지 노무현만 보고 달렸다고 하더군요. 누가 모이라고 모인 것도 아니고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인 팬클럽의 활약을 보면서 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노사모라는 존재들 다시 부각시키는 다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치에 대해서 한 번도 뜨거워본 적이 없는 제가 함부로 그들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노사모는 한국 민주화에 있어서 큰 버팀목이자 마중물이 됩니다. 


터벅터벅 걸으면서 노무현입니다를 읇조리던 노무현 전대통령

다큐는 후반에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이후 노란 풍선으로 가득 메운 서울시청광장을 보여줍니다. 저도 그 장소에 있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국화꽃을 들고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인터뷰한 내용에서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것은 8할이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은 거인입니다. 사상가이며 철학자입니다. 한 인터뷰어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노무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밑에 흐르는 가지지 못한 자의 서러움과 울분을 발견하면 노무현에게서 푹 빠지게 됩니다" 월사금 내지 못해서 학교에서 맞았던 노무현. 돈이 없어서 받은 서러움을 잘 아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다큐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다큐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터벅터벅 부산 시내를 걸으면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노무현입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터벅터벅 걷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장탄식이 나오게 되네요. 저런 소박하고 이웃집 형님 또는 아저씨 같은 분인데 왜 우린 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거인을 만나고 나왔습니다. 돈만 밝히는 속물근성에 몸들 바를 모를 정도로 걸음걸이는 한 없이 느려졌습니다. 이타주의자 노무현 그 거인을 만날 수 있는 다큐 <노무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바른 세상으로 이끄는 등대 노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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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5.29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간 차이로 못 봤네요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나옵니다
    손수건을 들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