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만 보다가 90년부터 일본 만화의 공습이 시작됩니다. 서울문화사가 만든 월간 만화잡지 '아이큐점프'에서 '드래곤볼'을 연재하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힙니다. 드래곤볼이 연재되는 '아이큐점프'가 학교에서 나돌면서 친구들은 '드래곤볼' 열풍에 휩쓸리게 됩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하나였죠.

한국 만화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차원이 달랐습니다. 먼저 작화부터가 한 차원 높았습니다. 캐릭터 묘사력을 넘어서 배경까지 한국 만화를 가볍게 능가했습니다. 허영만, 이현세 만화도 작화가 뛰어나지만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림이야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다고 해도 만화 스토리 자체도 어마무시했습니다. 

그렇게 드래곤볼이 연 일본 만화 공습은 90년대 초반 한국 만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드래곤볼', '공작왕', 그리고 '북두신권'이라는 3각 편대가 일본 만화 매니아를 만듭니다. 특히, 불법 해적판이라는 싼 가격도 만화 주 소비층인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죠. 이 인기는 '슬램덩크'로 마무리 됩니다. 

일본 문화가 수입되기 어려웠던 시절 일본 만화는 일본 문화 해빙의 물꼬를 트게 됩니다. 일본 만화의 저력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만화는 탄탄하고 넓고 큰 수요층이 있다고 혹독할 정도의 무한 경쟁에서 나오는 엄청난 만화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먹히지 않는 소재도 일본 만화로는 만들어집니다. 소재의 다양성. 뛰어난 스토리와 고퀄리티 작화까지 이러니 일본 만화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은 일본 만화를 넘어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일본 애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일본 애니의 밑그림은 일본 망가(만화)입니다. 이 일본 만화의 저력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일본 영화가 '바쿠만'입니다


데스노트의 콤비가 만든 '바쿠만'을 영화로 만들다

바쿠만은 그 유명한 그러나 전 아직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데스노트'를 만든 콤비인 오바 츠쿠미와 오바타 타케시가 쓴 만화입니다. 오바 츠쿠미는 스토리 작가이고 오바타 타케시가 작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 '바쿠만'입니다.

바쿠만은 스토리 자체가 만화가 지망생들의 성공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흔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고 그 과정도 흔한 일본식 성장 앤 교훈이 가득 담긴 고리타분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밥을 먹지만 밥을 고리타분하다고 하지 않듯 흔한 스토리텔링 방식이지만 무척 힘이 좋은 영화입니다. 


마시로 모리타카(사토 타케루 분)는 짝사랑하는 아즈키 미호(고마츠 나나 분)를 수업 시간에 몰래 몰래 그리지만 그럴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대학 진학보다 막연하게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런 꿈을 담은 만화가 그려진 노트를 타카기 아키토(카미키 류노스케 분)이 훔쳐봅니다.  타카기는 모리타카의 뛰어난 작화 실력에 감탄을 하면서 자신과 함께 만화가가 되자고 제안을 합니다.

자신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만들지만 작화가 꽝이라서 내 이야기를 모리타카가 그려주었으면 합니다. 이는 두 원작 만화가 자신들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두 원작 만화가도 작화 스토리를 분업하고 있으니까요. 이 제안에 모리타카가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모리타카가 짝사랑하는 미호에게도 자신들의 꿈을 말하고 자신들이 소년점프에 만화를 연재를 하고 애니로 만들어지면 여자 성우를 꼭 미호가 맡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성우가 꿈인 미호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흥분한 모리타카는 성공하면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말해버리죠. 놀랍게도 이런 뜬금포를 미호는 자신도 좋아하고 있었다면서 기다리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두 고등학생 만화가는 소년점프 연재를 목표로 의기투합을 합니다


#소년 점프 

영화가 시작되면 소년점프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자신의 만화를 들고 오겠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일본 만화가 얼마나 시장이 큰지를 소개합니다. 일본 출판물의 36.5%는 만화잡지와 만화단행본입니다. 일본인들은 어른들도 지하철에서 만화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정말 시장이 엄청나게 큽니다. 그러니 저녁 프라임타임에는 성인을 위한 애니가 방영되죠.

한국같이 애니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리지 않습니다. 이러나 한국은 뽀로로 같은 유아용 애니만 있지 성인들을 위한 애니가 전무하고 가끔 개봉하는 한국산 애니도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애니가 대부분이고 성인 애니 중에 성공한 애니가 없습니다. 일본의 만화 사랑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이 만화계에서 우뚝 서 있는 거탑이 있으니 1968년에 창간한 '주간 소년 점프'입니다.  

주간지 소년 점프는 출간 당시 후발 주자여서 인기 작가가 없었습니다. 이를 역이용해서 다양한 신인 작가를 등용해서 큰 인기를 끄게 됩니다.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닥터 슬럼프가 빅히트를 한 후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메가히트작을 쏟아냅니다. 95년 합본 발행된 합본판은 653만부를 판매해서 일본 출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됩니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소년 점프는 매년 10편 가량의 신인 작가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이 연재를 따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 어려운 것을 두 명의 고등학생 만화가 지망생이 해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바쿠만>은 소년 점프 사무실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무척 인상 깊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엄청나게 많은 서류와 좁은 사무실이 주는 앞도적인 분위기는 소년 점프가 얼마나 많은 만화를 보고 소개하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덕후향이 물씬 풍기는 편집부의 핫토리는 덕후 그 자체입니다. 이보다 더 인상 깊은 내용은 소년 점프가 연재 만화를 선정하는 과정입니다. 연재 하는 자체도 쉽지 않지만 연재 한다고 해도 계속 연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매주 독자 투표를 통해서 연재 만화 순위가 결정되는데 10위 밑으로 떨어지면 연재가 중단이 됩니다.

마치 한국에서 유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흡사합니다. 이렇게 독자 참여를 적극 받아들여서 독자의 참여율을 높이고 이 독자 투표라는 채찍을 통해서 매주 각고의 노력이 담긴 만화가 나옵니다. 편집자의 역할도 흥미롭습니다. 신인 만화가들에게 조언과 서포트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부족한 점과 수정할 것과 만화를 알아보는 안목으로 만화가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가집니다. 독자, 편집자, 만화가라는 삼각 편대고 매주 재미가 샘솟는 만화 화수분을 만들어 갑니다. 

이 시스템을 어디서 많이 봤습니다. 바로 한국 드라마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최근에는 사전 제작하는 드라마도 많지만 이상하게 사전 제작을 하면 재미가 떨어집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전 제작을 하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 16부작에서 5부작만 미리 만들고 1부를 방영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시나리오를 바로 바로 고치는 생방송에 가까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생동감이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년 점프도 마찬가지입니다. 3주 분량의 만화만 보고 연재를 판단한 후 매주 순위를 보면서 피말리는 연재를 하게 됩니다. 이런 치열함 속에서 주옥 같은 만화들이 나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연재에서 탈락하거나 매주 피말리는 시스템에서 만화가들의 건강이 위협받기도 하죠


#우정, 노력, 승리

이 애니는 대놓고 3가지 키워드를 외칩니다. 우정, 노력, 승리. 순간 풉 했습니다. 우정, 노력, 승리  일본 만화를 3 단어로 말하면 이겁니다. 우정, 노력, 승리. 특히 초등학생이 많이 읽는 '소년 점프'는 사랑 대신 우정이 주요 키워드입니다. 또한, 일본 드라마나 영화의 공통점인 노력이 들어가 있습니다.

천재로 태어나도 노력 없으면 도태되고 거북이처럼 노력하면 토끼도 이길 수 있다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코찔찔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가 주인공과 일체화하는 느낌을 통해서 쾌감을 전달하는 만화가 많습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그리고 이 바쿠만도 노력을 통한 성장이 주요 재미입니다. 

이 우정, 노력, 승리를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서 천재 고교생 만화가인 '나이즈마 에이지(소메타니 쇼타 분)'이 투입됩니다. 두 주인공은 이 에이지를 꺾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에이지의 천재성에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천재성이 없는 마시로 모리타카이지만 모리타카에는 영원한 뮤즈 미호가 있습니다.


#고마츠 나나

참 묘합니다. 묘해요. 이 얼굴을 영화 '갈증' 포스터에서 봤을 때도 참 묘한 얼굴이다 생각했습니다. 보편적 미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한국 연예인 중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얼굴을 가졌습니다. 이 고마츠 나나는 지드래곤과 염문을 뿌려서 최근에 더 많이 알려진 배우이기도 하죠.

영화에서 모리타카의 뮤즈 미호로 나오는데 충분히 감정 이입이 되고도 남습니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그리는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네요. 지금 고마츠 나나의 다른 출연작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갈증'을 많이들 추천하는데 꼭 봐야겠습니다.


#CG를 활용한 만화 속 세상

전체적인 이야기는 두 열혈 고등학생이 소년 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쟁과 협력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뛰어 넘어야 할 천제 에이지와의 대결을 CG를 이용해서 만화 컷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막아내는 모습이 만화적 상상인데 이걸 그대로 CG로 옮겼습니다. 영화는 많은 부분 사진과 같은 만화를 활동감 있는 영화로 매끈하게 잘 만들어냅니다. 꽤 많은 CG가 선보이네요. 그렇다고 오버스럽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잘 꾸밈 도구 활용하네요.


#뻔하지만 묵직한 스토리

성장 영화라서 스토리는 뻔하지만 그 뻔함 속에서도 묵직함이 있습니다. 바쿠만은 두 주인공이 그리는 만화는 아니고 만화가 삼촌이 소년 점프에 연재했던 만화입니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삼촌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삼촌의 죽음에 대한 오해가 살짝 들어가 있고 뮤즈를 배치해서 달콤함도 넣었습니다. 여기에 서바이벌 세계의 혹독함과 천재의 재능과 노력의 대결도 흥미롭게 담깁니다. 그럼에도 아쉬움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결말이 뻔히 보인다는 것과 함께 1편으로 담기에는 너무 아쉬운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아마 2편도 나올 것 같지만 만화계 세상을 넘는 다양한 스토리가 소개되지 않는다면 2편은 성공하지 못할 듯 하네요. 1편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 보다는 소년 점프가 만화를 어떻게 연재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 반 이상 들어간 점은 좀 아쉽죠. 그래서 흥미롭게 본 것도 있지만 2편에서는 소년 점프 이야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하면서도 걱정도 되네요.


볼만한 일본 영화입니다. 특히 만화 좋아하고 만화가가 꿈이었던 사람들에게 빅재미를 줍니다. 
영화가 끝이나면  엔딩 크레딧도 재미있어서 스킵하지 않겠지만 끝까지 다 보세요. 책장에 꽂힌 일본 만화들을 카메라가 훑어주는데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 등이 보이네요. 일본 문화를 전파하는데 1등 공신이 만화와 애니라고 하죠.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에 대한 추억에 살짝 젖게 하네요. 

다시 봐도 고마츠 나나는 매력적이네요.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일본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일본 만화 생태계의 치열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바쿠만 

신고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