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월드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기에 우리는 왜 쉽게 당할까?

by 썬도그 2016. 10. 23.
반응형

어제 저녁부터 특정 글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계속 뒤덮고 있고 지금도 몇몇 분들이 똑같은 글을 복사해서 올려 놓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보호를 위애 남깁니다로 시작되는 이 글의 내용은 페이스북이 내일부터 내가 게시한 모든 게시물이 공용화가 된다고 합니다. 즉 공공물이 되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공재로 제공된다는 소리입니다. 하단에는 페이스북은 이제 공공 단체라고 써 있으며 이 글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지 않으면 내 사진과 프로필 상태와 업데이트등 모든 정보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공유하지 말고 복사하고 붙여 넣으라고 마무리를 합니다.

전 이 글을 읽으면서 말도 안되는 지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내 게시물이 공용화 된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내가 찍은 사진과 글을 친구나 비밀글로 작성했는데 이 글과 사진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세상에 어떤 SNS회사가 그런 정책을 펼치나요? 만약 그렇다고 쳐도 언론이 시민단체가 국가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또 하나, 페이스북이 이제 공공 단체가 된다고요? 세계 최고의 수익을 내는 IT 회사 중 하나가 이미 벌써 공공 단체가 되었다고요? 아무리 IT 소식을 듣고 살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공공 단체가 된다면 잡스의 사망소식처럼 뉴스로 엄청나게 떠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어떤 기업도 갑자기 공공 단체가 되지 않습니다. 

웃겼던 것은 이 글을 트위터에 복사해서 붙여 넣는 분들도 있더군요. 

이것만 봐도 이 글의 신빙성에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 이런 의심을 가지고 읽다가 하단에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행운의 편지의 또 다른 변주

메모: 페이스북은 이제 공공 단체이고. 모든 회원이 게시물을 공고해야 합니다. 원하신다면, 당신은 이 버전을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당신이 이 성명서를 단 한 번이라도 발표하지 않으신다면, 전술적으로 당신은 귀하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프로필에 포함된 상태 업데이트등 모든 정보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간주 됩니다 . 공유하지 마십시요.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십시요.

메모라는 부분을 보니 이 글을 복사 붙여 넣기 하지 않으면 귀하의 사진들뿐 아니라 프로필 포함된 상태 업데이트 등 모든 정보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거 협박이네요. 이 글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리지 않으면 내 사진과 글을 무단 사용해도 허락하는 것이라는 겁을 주고 있습니다. 이거 말도 안되는 소리죠. 저 글대로 허용된다고 쳐도 기깟 이런 글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고 그게 막아질 수 있을까요?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겁박을 주는 글을 어디서 많이 봤습니다. 

바로 행운의 편지입니다. 행운의 편지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행운의 편지 내용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합니다. 이 행운의 편지를 받고 7장을 똑같이 베껴서 다른 사람에게 돌리면 큰 행운이 돌아오지만 만약 돌리지 않으면 불행한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협박 편지죠. 

이 행운의 편지의  진짜 모습은 협박 편지입니다. 내 지시대로 똑같이 베껴서 7명에게 배포하지 않으면 넌 큰일 날 수 있어라는 부드러운 협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행운을 바라기 위해 행운의 편지를 베껴 쓰기 보다는 불행을 막기 위해서 베껴 쓰는 것이 행운의 편지를 쓰는 진짜 이유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운운하는 저 글을 우리가 타임라인에 붙여 넣는 이유는 내 개인 정보 및 내 글과 사진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개될 수도 혹은 공공재로 이용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타임라인에 붙여 넣기 했습니다. 

이 행운의 편지와 저 페이스북 정보 운운하는 글은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우리 인간은 공포라는 감정이 다른 모든 감정보다 앞에 설 때 이성적 판단을 덜하게 됩니다. 저 앞에 늑대가 나타났고 이를 본 사람이 뒤로 달려가면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내 앞을 지나갔습니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는지 아니면 그냥 장난으로 말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때 난 늑대를 보고 판단할거야!라고 사람과 늑대가 나타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믿어보자며 도망간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일까요? 늑대를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사람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으면 죽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에 무조건 도망간 사람은 늑대에 죽을 확률이 0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공포의 실체를 만나지 않고 그냥 냅다 뛰는 것이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입소문을 더 많이 받고 더 멀리 퍼집니다. 이게 다 공포심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공포심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들과 상품 광고를 하는 분들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공포심으로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조용히 살지 않으면 저 북한이 쳐들어올 수 있어요. 그러니 불평, 불만 말고 그냥 조용히하고 사세요 식으로 북한을 공포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공포심 조장의 말들을 자주 많이 합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품 안 쓰고 다른 회사 제품 쓰면 당신 건강에 큰 해가 될 수 있어요! 식으로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확대 포장해서 광고를 합니다.

여기에 행운의 편지와 저 페이스북 개인정보 글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타임 마케팅입니다. 
1주일 안에 7장의 편지를 베껴서 배포하지 않으면과 오늘까지 이 글을 올리지 않으면... 이라는 글 모두 시간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페이스북 개인정보 글은 어제 올리면 오늘부터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만 오늘 올리면 내일부터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글이지만 우리는 오늘까지라는 말에 냅다 타임라인에 올려 버리게 됩니다.


거짓 정보에 낚이지 않는 방법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글은 루머도 아닌 거짓말입니다. 이 글은 처음 올라온 게 아닌 지난 6월에 전 세계에서 한 번 대형 낚시를 했고 이게 가을 들어와서 또 한 번 유행을 합니다. 마치 감기 같습니다. 유행성 감기 같이 널리 퍼지다가 루머라는 백신 같은 댓글에 유행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이런 낚시 글들은 계속 나올 것이고 우리는 계속 낚일 것입니다. 낚인 것이 큰 잘못이나 부끄러운 행동은 아닙니다. 저도 가끔 루머를 공유했다가 댓글 지적을 읽고 삭제하거나 사과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낚이게 되면 글을 공유한 사람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럼 이런 낚시 글에 덜 낚이는 방법이 뭘까요? 간단합니다. 일단 출처가 없거나 있어도 출처지가 허술한 곳은  공유하기 전에 의심을 한 번 씩 해보는 습관을 가지면 됩니다. 의심을 가지고 관련 글 내용을 검색을 통해서 찾아보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출처가 있다고 해도 그 출처를 따라가보는 습관을 가지면 쉽게 낚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이런 속보성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물론, 남보다 좋은 정보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반대로 낚시질에 걸렸다고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유 전에 이중 검증(크로스 체크)를 하는 것이 더 좋겠죠. 

정보의 홍수 시대입니다. 어떤 정보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검증할 시간도 능력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점점 정보의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구글은 뉴스 기사의 진실 여부를 가려주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럴 정보의 홍수 시대에 정보의 진실 여부는 개인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려면 뭐든 한 번 쯤은 의심을 가져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의심은 합리를 바탕으로 해야지 무조건 의심을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합리적 의심! 이게 정보의 홍수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