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주말이 겹쳐서 여느 해보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보다 넉넉한 추석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밀어 놓은 이야기와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는 추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명절이 좋은 이유는 자주 보지 못한 친척들을 볼 수 있다는 점과 모든 일상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듯한 여유입니다. 그럼에도 추석 같은 명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명절 스트레스받는 사람들
1. 주부들
명절만 다가오면 성인 남녀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이 중에서도 여성이 더 많이 받는 이유는 추석 차례상 차리기와 설거지 등의 부엌일을 여자들이 도맡아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남자들도 많이 도와줘서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노동이 많은 추석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추석상 차리기를 도맡아 해도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이어서 추석 이후에 쉴 수 있기에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졌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도 쉴 수 없고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만 일을 한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90년대 중반부터 '명절스트레스'라는 신조어가 생겨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 결혼, 취직 못한 젊은 남녀들
명절이 되면 취업 준비생들이나 미혼 남녀들은 친척분들이 하는 뻔한 질문인 취직은 했니? 결혼은 했니? 연봉은 얼마니?라는 명절 질문 3종 세트를 면전에 대놓고 묻습니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젊은 남녀들의 심정은 모르고 인사말 하듯 질문을 합니다. 결혼, 취직 못한 젊은 남녀들은 명절 때만 되고 숨어버리고 싶습니다.
이러다 보니 명절에 친척이 아닌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젊은 분들이 많습니다.
3. 학생들
그래 공부는 잘하니?라는 말을 친척들에게 한 마디씩 듣다 보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점점 표정이 굳어지다가 또래 친척들 손을 잡고 영화관이나 PC방으로 피신을 해버립니다.
경절당 추석 차례상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추석 명절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 5가지
1. 차례상은 정성을 담아서 간소하게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차례상 차리기입니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그 과정이 여간 힘듭니다. 전통 제례 연구자들에 따르면 원래 차례(茶禮)는 차(茶)로 예(禮)를 올린다는 의미로 차 한 잔, 술 한 잔, 과일 한 접시가 전부였습니다. 요란한 상차림은 1960,70년대에 자신의 집안이 양반 집안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시작하면서 상차림이 커졌습니다. 농경사회였던 한국은 70년대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핵가족화되기 시작합니다. 차례상 차리는 법을 잘 모르던 핵가족들은 차례상 차리는 법을 신문과 출판물에서 배우면서 어동육서, 홍동백서라는 차례상 규칙이 꼭 지켜야 할 법칙이 되어버립니다. 신문과 출판물의 차례상 차리기는 전통이 아닌 몇몇 가문의 가례를 참고한 차례상 차리기라서 참고 사항이지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닙니다. 따라서 각 가정은 형편에 맞게 각자의 규칙을 정해서 차리면 됩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대체해서 정성스럽게 대접하면 됩니다. 규모가 크다고 정성이 있고 간소하다고 정성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간소해도 온 가족이 웃으면서 정성을 다해서 차리는 차례상을 조상님도 좋아할 겁니다.
2. 주방일 돕기,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80년대 명절 풍경을 보면 남자들은 차려진 음식 맛있게 먹고 TV시청을 하다가 고스톱을 치고 잠을 자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져서 남자들도 주방 일을 돕는 풍경이 흔해졌습니다. 음식은 여자들이 만들고 설거지와 청소와 잔심부름을 남자들이 분담하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른들끼리 모여서 술 먹고 고스톱을 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함께 하면서 놀아주는 모습이 온 가족이 행복한 추석이 될 수 있습니다.
3. 공평한 시집, 친정 방문하기
차례를 치르고 시집(본가)와 친정(처가) 방문 순서를 두고 싸우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당연히 시집부터가고 친정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친정과 시집을 공평하게 방문하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가장 공평한 방문 방법은 설날에는 시집부터가고 추석에는 친정부터 가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공평한 룰을 정해 놓으면 싸울 일이 줄어듭니다.
4. 어른들의 세심한 말 한마디
취직은 했니? 결혼은? 공부는 잘하고? 연봉은 얼마니? 예전엔 참 예뻤는데 같은 상처를 주는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물론 상처를 줄 의도가 아닌 오랜만에 얼굴은 봤는데 할 이야기가 없다 보니 별생각 없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취직도 결혼도 쉽지 않은 시대라서 그런 질문을 받는 사람은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따라서 스스로 저 취직했어요. 연봉은 얼마에요. 공부 잘해요라고 말하지 않으면 묻지 말아주세요. 대신, 건강을 묻고 안부를 물으면서 축 처진 어깨를 보이면 다독이는 따스한 말 한 마디를 해주세요.
5.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기자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지자체는 다양한 추석 행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4대 고궁에서는 추석 연휴인 14~18일까지 무료로 개방합니다. 우리 전통문화와 다양한 문화행사를 온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즐기는 추석을 보내보세요.
추석 한가위는 신라시대 길쌈 내기에서 시작된 오래된 한국의 축제입니다. 축복을 기원하며 햇곡식을 제사상에 올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벌이던 이 축제가 언젠가부터 '명절 스트레스'라는 잿빛 구름이 끼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형식도 변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마음가짐입니다. 정성스럽게 차린 간소한 차례상 앞에서 온 가족이 웃고 즐기는 한가위 풍경이 조상님들에게 드리는 가장 큰 효도입니다.
둥근 보름달처럼 건강하고 온 가족이 웃는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