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좀처럼 하품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지루한 영화라도 속으로 부글부글 끊어서 화는 날 지언정 하품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하품을 한 10번 이상 한 듯합니다. 한번 나온 하품은 10분 마다 이어지고 나갈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후반에 뭔가 있겠지!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봤습니다만 뭔가 있긴 하는데 그게 참 별거 아니네요. 이렇게 지루하게 영화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죠.
멋진 신세계 류의 영화 '이퀄스'
하얀 트레니닝복 같은 깔끔한 복장과 온통 하얀 가구가 가득한 곳에서 일어나서 각질 하나 없는 건물에서 나와서 건조한 기계음 같은 인공지능의 목소리에 따라서 출근하는 사람들. 감정이 불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미래 사회를 영화는 이미 많이 있었습니다.
이퀄리브리엄, 더 기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영화들 모두 '올들리 헉슬리'의 고전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작품들이죠. '멋진 신세계'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진 사람들이 '소마'라는 환락제를 먹고 모든 감정은 불필요하다고 느껴서 감정이 사라진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감정이 살아 있는 사람들은 특별보호구역에 수용해서 야만인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멋진 신세계'에서 영감을 받아서 액션을 가미한 영화가 '이퀄리브리엄'입니다. '멋진 총격 액션'이 가득 나오는 영화죠. '더 기버'는 경험이라는 소재를 추가해서 재미를 추구하려고 했지만 드럽게 재미없게 본 영화로 기억됩니다.
영화 '이퀄스'는 더 노골적입니다. 영화는 인류 대 전투로 지구의 99%가 파괴된 지구에 감정이 사라진 통제사회인 문명이 발달한 선진국과 감정이 살아 있는 기술이 떨어진 반도국이 있습니다. 이 설정은 소설 '멋진신세계'와 동일합니다.
이런 설정은 너무나 많이 봐서 힘을 주고 볼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볼 게 있다면 두 주연 배우죠. 사일러스를 연기한 니콜라스 홀트와 니아 역을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선남선녀의 조합을 기대하는 분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이 두 주연배우의 조합은 나름대로 괜찮다고 보지만 영화 스토리와 전체적으로 망작의 스멜이 서서히 풍겨 흘러 나오네요
영화 이퀄스는 암과 감기가 정복된 미래사회인 감정은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감정이 느껴지면 암처럼 1기 2기로 구분해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4기가 되면 자살하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감정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만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서 감정이라는 질병에 걸린 SOS 환자들은 그 치료제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게 되면 우울하며 충동적이게 되고 불안해하는 등의 불편함이 느껴지게 됩니다.
자손들은 가임기 여자들에게 랜덤하게 임신인으로 지정되어서 완벽에 가까운 DNA를 가진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잉태합니다. 그러나 결함이 생기면 결함인으로 낙인찍어 버립니다.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는 앗소스라는 출판사 비슷한 곳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논픽션, 픽션으로 구분되어서 다양한 책을 출판하는데 사일러스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풍경을 건조하게 봅니다. 감정이 없으니 아무런 느낌이 없죠. 그런데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만 그 모습을 보고 동공지진을 일으킵니다. 이 모습을 사일러스가 봅니다.
이후 사일러스에게는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자꾸 니아가 떠오르고 마음이 답답합니다. 사일러스에서 감정이 생긴 것입니다. 이에 사일러스는 검사를 받고 SOS 1기 판정을 받습니다. 팀원들은 감정은 질병이라면서 컵도 따로 쓰고 따로 근무하게 합니다. 니아도 사일러스처럼 감정을 느끼지만 그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살다가 사일러스의 계속된 추근거림에 자신의 병을 밝히게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감정이 사라진 통제사회에서 감정을 느끼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퀄스를 지루하게 만드는 이유 3가지
1. 스토리
소설 '멋진 신세계'와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감정을 질병처럼 여기는 사회나 반도국이라는 야만인들이 사는 설정은 거의 흡사하죠. 이런 스토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스토리도 구멍이 많이 보입니다. 먼저 엄혹한 통제사회인 미래 사회에 CCTV가 하나도 없다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두 남녀 주인공이 곳곳에서 사랑 놀음(?)을 하는데도 이걸 발견하지 못합니다. 보통, 이런 엄혹한 미래사회라면 방을 뺀 모든 곳에 CCTV를 달았겠죠. 그런데 그게 없습니다.
두 주인공이 너무나도 쉽게 사랑을 나누는 자체가 이해가 안갑니다.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끝 부분에서 새로운 간극이 생기고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보통, 좋은 열린 결말은 결말 이후가 궁금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지만 이 영화는 그냥 성의없이 끝나 버리는 느낌입니다.
2. 저예산 영화인가?
미래 사회를 그린다면 보여줘야한 눈요기가 있어야 합니다. 행성간을 이동하는 우주선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신기술들이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죠. 이 영화 '이퀄스'는 그게 없습니다. 유일하게 있는 것이 거대한 제도판처럼 생긴 태블릿 같은 것 말고는 미래 사회라고 느껴질만한 기술들이 없습니다.
심지어 열차 장면도 실내만 보여줍니다. 우주선도 조막만하게 부연 장면으로 나올 뿐입니다. 얼마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는지 영화 보는 내내 저예산 영화를 지향하나? 라고 할 정도로 돈 정말 쓰지 않더군요. 눈요기꺼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제작비의 대부분을 두 선남선녀 유명배우에게 쏟아 부은 듯합니다.
3. 얉은 심도의 익스트림 클로즈업만 남발
두 선남선녀 주인공이 사랑을 느끼고 나누는 장면은 얉은 심도로 초점이 확확 나가는 화면으로 담습니다.
그것도 두 주인공의 신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런 앵글 솔직히 구태스럽습니다. 이미 많이 봤던 카메라 워킹이죠. 여기에 신비로운 음악이 깔리는데 그나마 좀 볼만은 하지만 딱히, 새롭다고 느껴지는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한국 배우인 어벤져스에 출연한 김수현과 남자 배우가 출연했다고 하는데 김수현은 목소리만 나오고 남자 배우는 통편집 되어서 혹시나 한국 배우 출연을 기대했던 분들은 기대를 접으셔야 합니다. 이런 졸작에 나오는 것이 오히려 잘 된 것으로 보이네요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캐미? 글쎄다
니콜라스 홀트가 이렇게 잘생겼는지 몰랐습니다. 영화 '매드맥스'의 워보이와 엑스맨에서 비스트로 나올때도 잘 몰랐습니다. 하기야 자기 얼굴 제대로 보여준 적이 많지 않네요. 니콜라스 홀트는 시쳇말로 존잘입니다.. 정말 다시 보게 만드네요. 따라서 니콜라스 홀트 팬이라면 추천합니다. 그러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캐미는 별로네요. 두 사람의 감정을 영화가 잘 담지 않습니다.
그냥 지루한 연출 작태에 하품만 나옵니다.
비추천 영화 '이퀄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알았습니다. <어바웃 타임>제작사인 워킹 타이틀이 아닌 제작진이라는 것을요. 유명 영화 제작진이라는 문구가 가장 현혹스러운 단어죠. 유명 영화 제작진은 실체가 없는 형용사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 유명 영화 제작진이라는 문구가 써 있으면 이 영화 재미없어요!라는 말로 해석해야겠네요.
전 <어바웃 타임>이라는 문구가 보이기에 시간 여행 소재라고 해도 색다른 해석과 주제가 담긴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색다른 해석 거의 없습니다. 재미도 없습니다. '니콜라스 홀트' 팬이 아니라면 비추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영화를 보고 느끼는 단 하나의 감정 '지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