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영화 '위아영'이 그런 영화였습니다. 2015년 5월 개봉한 '위아영'은 코메디부터 정극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벤 스틸러'와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아담 드라이버'가 출연하고 '노아 바움백'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감독의 명성도 좋지만 출연 배우들이 꽤 알찹니다.
무엇보다 줄거리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40대 부부가 20대 부부를 통해서 삶과 젊음과 중년을 이야기하는 인생의 맛을 담은 줄거리가 마음에 들었지만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네요. 그리고 드디어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40대 부부 20대 부부를 만나서 활기를 얻다
영화가 시작하면 '헨릭 입센'의 희곡 한 부분을 스크린에 뿌립니다. 대사의 중심이 되는 메시지는 "젊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라"입니다. 마치 이 영화의 주제를 읽어주고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40대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쉬(벤 스틸러 분)과 아내 코넬리아(나오미 왓츠 분)는 아기가 없는 부부입니다. 젊었을 때는 아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가 나이 들어서는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아내가 아기를 낳기 어려운 몸이 되어서 아기 갖기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아기가 없다는 스트레스는 온갖 주변 사람들이 툭툭 치듯 스트레스를 줍니다. 특히, 가장 친한 부부가 아기를 갖자 대놓고 아기를 가지라고 옆구리를 찌릅니다.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부부는 조쉬의 다큐 강의를 듣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제이미(아담 드라이버 분)과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라는 20대 부부를 알게 됩니다.
제이미는 열정이 많은 다큐 감독이고 다비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팝니다.
40대 부부인 조쉬와 코넬리아는 이 20대 부부를 자주 만나면서 삶의 활기를 얻게 됩니다.
제이미는 성공과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는 20대입니다.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샘솟는 아이디어를 주변 사람과 공유하는 전형적인 활기 넘치는 20대입니다. 이런 20대 부부에 영향을 받은 조쉬와 코넬리아는 레코드판 음악을 듣고 페도라를 쓰고 힙합을 배우면서 20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습니다.
잊고 살았던 20대. 40대 부부는 20대 부부에게서 활기를 받는 것을 넘어서 20대로 돌아간 환희를 느낍니다.
그렇게 조쉬는 제이미의 다큐 제작을 돕는 역할까지 하는 등 사이가 더 돈독해집니다.
40대의 매력은 여유에서 나오는 관대함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40대라는 중년과 20대라는 청년 사이의 차이와 같은 점을 보여주면서 두 세대 사이의 간극을 통해서 삶의 통찰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지만 영화는 점점 산으로 올라갑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다큐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강하게 나옵니다.
제이미는 다큐를 제작하면서 주제와 핵심이 변질되지 않는다면 거짓을 집어 넣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이미의 주장에 40대 조쉬는 노발대발합니다. 다큐에 거짓을 넣는다고? 그건 명백한 다큐정신의 훼손이라고 크게 화를 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최근에 붉어진 '스티브 맥커리' 사진 논란이 떠올랐습니다.
세계적인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는 주요 피사체는 주고 주변의 방해되는 피사체와 사물을 포토샵으로 지워버렸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해면서 그게 뭐 어때서? 본질만 훼손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야 물론, 조쉬처럼 재현성의 훼손은 다큐 사진에 대한 모독이자 훼손이므로 절대로 주요 피사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우거나 변형 시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쉬와 제이미의 다른 생각은 아내 코넬리아의 아버지이자 다큐멘터리 거장인 장인이 제이미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이됩니다. 전 이 장면에서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 즉 '스티브 맥커'의 재현의 훼손이 잘못된 것일까?라고 살짝 생각했습니다. 뭐 지금도 제 주장을 접을 생각은 없지만 유연해질 필요는 있겠다라는 생각도 드네요.
조쉬는 고집이 무척 쌥니다. 아니 중년들이 그렇습니다. 중년들은 개똥 철학과 자신의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을 무슨 경전처럼 모시고 삽니다. 따라서 자신은 항상 진리고 옳다고 생각하죠. 조쉬가 그랬습니다. 수년 째 완성 못하는 다큐멘터리를 붙들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 특히 다큐 거장인 장인이 6시간 짜리 다큐를 줄이라고 조언을 해도 자신을 무시하고 무능력한 사위로 만들기 위한 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쉬가 변합니다.
영화 자체는 좋은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제를 향해서 짜임새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다큐 제작 과정에 너무 집중을 합니다. 약간의 반전이라면 반전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일상을 다룬 영화는 그런 요소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영화는 중후반으로 갈수록 주제에서 동떨어진 내용으로만 흘러 버립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 놓다가 후반에 급 마무리를 하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하나로 중반 이후의 불만이 좀 누그러드네요.
다큐에 MSG를 잔뜩 쳐서 승승장구하는 제이미를 잡지에서 보고 조쉬는 쿨하게 말합니다 "그는 젊으니까"
젊음에 대한 시기와 질투,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살던 조쉬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봅니다. 이에 코렐리아는 조쉬에게 진한 키스를 줍니다.
여유와 관대함은 나이드는 것에 대한 공포까지 날려버립니다. 20대 흉내를 내기 위해서 힙합을 배우고 페도라를 쓰고 젊은 척 해보지만 다 부질없습니다. 젊은 것이 부럽긴 하지만 나이든 것이 불편하거나 거북스럽거나 추한 것도 아닙니다. 나이들어서 좋은 것도 많습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기 시작한 조쉬. 그렇게 조쉬는 아이폰을 가지고 노는 아기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습니다.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지만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걱정과 해결책을 잘 담고 있습니다. 늙은 몸으로 젊게 사는 방법을 알게 해주는 영화네요.
별점 : ★★☆
40자평 : 젊어지려고 하지 말고 젊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