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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몰래 사진 찍기와 초상권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

by 썬도그 201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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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사진을 찍는 행위는 아주 나쁜 행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맞습니다. 나쁜 행위죠. 그러나 몰래 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정말 멋진 인물을 발견 했을 때 카메라로 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2007년 연등행사 때 한 외국인 분들을 몰래 촬영했습니다. 멀리서 줌렌즈로 땡겨서 촬영했습니다. 집에 와서 확인을 해보니 위 사진이 있더군요. 멀리 있어서 잘 몰랐는데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알아채고 여자분이 V자를 하네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 올렸습니다. 몰라 사진 촬영한 것을 들켰네요. 뭐 그레도 유쾌하게 받아 주셨습니다. 이 사진 이후 지금까지도 몰래 사진 찍지 않습니다. 제 취향도 아니고요. 


몰래 찍은 듯한 유명한 사진 2장의 초상권

<승리의 키스,  알프래드 아이젠스테트>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드와노>

위 2장의 사진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키스 사진입니다. 두 사진 모두 키스하는 두 남녀의 초상권을 허락 받지 않고 촬영한 캔디드 사진(몰래 촬영하는 사진 기법)같이 보입니다. 

저기! 죄송한데 키스 하실거죠? 그럼 제가 사진 찍어도 될까요? 라고 묻고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초상권을 허락 받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 사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래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로베르 드와노가 고용한 모델이 키스하는 포즈를 몰래 촬영한 듯한 시선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즉 연출 사진입니다. 

로베르 드와노가 말년에 이 사실을 고백했다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연출 사진이지만 이렇게 뛰어나게 연출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드와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돈을 주고 고용한 모델에게 키스하라고 하고 근처 카페 테이블에서 순간 포착한 듯한 자연스러운 사진을 촬영하는 게 쉽지는 않죠. 분명, 드와노의 능력이 좋긴 하지만 연출 사진이라고 밝히지 않은 기만적인 행동은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제가 이 사진을 소개하는 이유는 몰래 사진찍기의 초상권 때문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사진으로 선정되기도 한 알프래드 아이젠스테트는 저 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언론사에 송고를 합니다. 초상권이요? 저 시대는 초상권 개념이 크지 않았습니다. 길거리 모든 것이 피사체이고 누구에게 허락을 받고 안 받고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냥 찍고 언론사에 보냈죠.

요즘 사진기자들은 어떨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옆에서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면 거대한 줌렌즈로 행인을 촬영한 후에 가방을 메고 이동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초상권 개념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진기자들의 사진에도 변화가 보입니다. 

한류 스타의 공항 패션을 촬영한 사진 배경에 걸리는 일반인들을 예전에는 그냥 포털에 노출 시켰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배경에 걸리는 일반인들을 모자이크 처리를 해주네요. 그러나 한 사람만 크게 부각시키는 사진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초상권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 행인을 크게 담은 사진은 초상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보도 목적은 공익성이 커서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상당히 느슨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통상적인 것이지 법으로 길거리 행인 찍지 마라, 초상권 허락을 받아마 마라의 법적인 기준은 명확하게 없습니다.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 생긴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서태지가 2천년 대 중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면서 크게 부각되었고 지금은 일반인들도 초상권 개념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법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법적인 분쟁이 생길 때 전례가 생기고 있을 뿐입니다. 



캔디드 사진의 매력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사진>

위 사진은 사진의 거장인 브레송 사진입니다. 사진의 거장이지만 저 아이들에게 초상권을 받고 촬영한 사진은 아니였습니다. 초상권 개념도 희미한 시절이었죠. 그래서 70년대 이전에 유명 사진가 특히 거리 사진가들이 많이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이렇게 막 찍었다간 귀방망이 맞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렇게 촬영하기 어렵죠. 촬영한 후 신문에 냈다가 또는 출판물이나 잡지에 냈다가 당사자가 그 사진을 보면 초상권달라고 고소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0년대 달동네 골목길 풍경을 담은 김기찬 사진가나 부산 자갈치 어시장에서 줌렌즈로 캔디드 사진을 찍었던 최민식 사진가도 초상권에 대한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민식 사진가는 말년에 자신의 어머니 사진을 맘대로 찍었다면서 사진전에 찾아와서 초상권 달라고 한 분도 만났다고 할 정도로 초상권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몰래 촬영한 후 그걸 상업적인 용도나 작품에 활용했다가는 고소 당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촬영을 하려면 다가가서 "저기 너무 멋지신데 멀리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 사진을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닌 상업적 용도나 출판물, 광고, 잡지 등등 돈을 벌 목적으로 쓴다면 초상권 계약서를 내밀고 싸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느닷없이 다가와서 초상권 어쩌고 하면서 사진 찰칵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그 피사체가 된 분은 사진 찍으라고 해도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위 사진들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지 않습니다. 사람은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날 쳐다 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평소에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도 로봇처럼 어색한 행동을 하게 되죠. 그래서 좋은 사진가는 그 '카메라 울렁증' 또는 경직된 모습을 풀어주는 자신들만의 비법들이 있습니다. 상업사진가 조선희는 크게 소리를 질러서 모델들의 긴장을 풀어준다고 하네요.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몰래 촬영하는 것입니다. 몰래 촬영하면 카메라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몰래 찍기 즉 캔디드 사진은 초상권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럼 자연스러운 포즈를 잡기 좋은 몰래 촬영을 하면서 초상권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몰래 사진 찍으면서 초상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이민자 어머니. 1936년. 도로시아 랭 촬영>

도로시아 랭은 이 사진으로 세계적인 유명 사진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피폐한 미국 농촌의 현실을 고발해서 미국의 뉴딜 정책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사진이 세상에 알려져서 저 이민자 어머니가 살고 있던 이민자 노동자들이 가득한 농장에 구호품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결정적으로 초상권이 해결된 사진이 아닙니다. 저 사진 속 이민자 어머니는 이 사진을 보고 평생의 저주였다고 말했습니다.

도로시아 랭은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서서히 다가가면서 사진을 촬영했고 그렇게 촬영을 하면서 이름 정도만 묻고 떠났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시절은 그래도 되었습니다. 따라서 도로시아 랭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했다가는 멱살 잡히기 딱좋죠. 

그럼 몰래 촬영하면서 초상권을 해결할 방법이 없느냐?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쉽게요. 
먼저 몰래 촬영을 합니다. 캔디드 사진은 몰래 촬영해야 제대로 나옵니다. 이 캔디드 사진의 힘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보여줍니다. 보여주면서 초상권 계약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초상권 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주소와 연락처와 메일 주소 등을 받습니다. 

만약 사진이 팔리면 그 수익의 일정 부분을 초상권자에게 주면 됩니다. 좀 더 세심한 사진가라면 메일로 방금 촬영한 사진을 보내주는 것도 좋겠죠. 이 방법은 사진책에서 본 내용인데 이 방법을 사용한 외국 사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락한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허락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삭제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초상권 문제도 해결이 되고 캔디드 사진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캔디드 사진>

요즘 캔디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러나 아직 전 실력도 용기도 없어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모르죠. 비비안 마이어처럼 공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진을 찍고 제가 죽은 후에 세상에 별처럼 뿌려질 수도 있겠네요. 




캔디드 사진들에 감동하는 우리들

<비비안 마이어>

흥미롭게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같은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전이 한 5년에서 10년 주기로 다시 전시를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럴 때마다 사진전은 흥행에 크게 성공합니다. 우리는 그런 클래식 사진가들의 사진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브레송과 카파보다 덜 유명한 클래식 사진가들의 사진전도 많이 열리네요. 그럴때 마다 대부분 흥행 성적이 좋습니다.

그런 사진가들의 사진들 대부분은 캔디드 사진입니다. 초상권 해결이 된 사진들이 아닌 그냥 거리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들이죠. 
그 사진들의 공통점은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사진 속 인물들은 카메라를 거의 의식하지 않아서 우리가 편하게 사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캔디드 사진이 주는 편안함입니다. 그러나 초상권 문제 때문에 그런 몰래 찍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서 그런지 최근에는 뛰어난 거리 사진도 거리 사진가도 보기 어렵네요. 그럼에도 거리 사진이 주는 감동은 큽니다. 왜냐하면 꾸미지 않는 우리들의 민낯을 담았기 때문이죠. 만약, 그 거리에서 카메라 들고 다가가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와 주세요라고 하면 그 사진은 캔디드 사진이 아닌 연출 사진이 됩니다. 연출 사진을 아무리 캔디드 사진으로 연출해도 그건 연출 사진일 뿐입니다. 로베르 두아노가 아니면 연출 사진으로 다큐의 감동을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연출했다는 사실을 평생 숨긴다는 조건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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