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는 다양한 예술 강연을 무료로 합니다. 이게 참 좋습니다. 예술 강의를 쉽게 듣기 어려운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들이 나와서 다양한 예술 강의를 합니다. 하지만, 전공 대학생의 강의와 일반인을 위한 강의 수준 조절 실패를 한 강의에 크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대기업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보다 훨씬 좋습니다. 양질의 전시회와 양질의 무료 예술 강의를 꾸준하게 제공해주니까요. 특히, 전시회 전에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도 참 좋습니다. 도슨트의 기계적인 작품 설명보다는  사진전의 맥락을 설명해주는 강의는 다른 갤러리들이 배웠으면 합니다.

대림미술관처럼 점점 일반인들을 위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갤러리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대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산갤러리 사진전 <사진 : 다섯 개의 방>

7월 14일 오늘부터 8월 27일까지 종로5가 두산 갤러리에서는  <사진 : 다섯개의 방>  사진전이 열립니다. 이 사진전이 열리기 전에 전시연계 특별강좌가 열렸습니다.

총 3시간에 걸친 강의는 '현대미술로서의 사진', '확장된 사진의 장과 사진 이후', '지금의 사진, 오늘의 현황'로 이루어졌습니다. 강의 내용은 꽤 들을만 했습니다. 특히나 현대 미술에서 사진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시선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두산 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사진 : 다섯 개의 방> 전시회를 잠시 보고 나왔습니다. 


전시회 입구에는 사진의 역사를 도식화 해놓았네요. 이 도식화된 표는 나중에 사진의 역사 포스팅을 할 때 써 먹어야겠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사진이 예술로 보게 된 시기는 1988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구본창 사진가 등이 주축이 되어서 전시를 한 '사진 새 시좌전'부터입니다. 


아! 여기 있네요. 1988년 '사진, 새시좌 전시회, 1991년 '한국 사진의 수평전' 이 2개가 보도사진과 다큐사진 같이 스트레이트 사진만이 사진으로 인정 받았던 한국에 1960년대부터 서양에서 시작된 연출 사진, 예술로서의 사진, 예술의 한 매체로서의 사진이 시작되었죠.

이전에도 제 블로그에서 주장했지만 전 다큐 사진과 예술 사진은 같은 매체를 이용할 뿐이지 출발점도 시선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자동차이지만 출퇴근 용으로 타는 자가용과  경주를 위한  F1머신은 같은 자동차이지만 목적과 결과가 다 다릅니다. 사진도 그렇지 않을까요? 다큐 사진과 예술 사진, 이 둘을 전 아예 분리해서 보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진을 융합하거나 섞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진 강의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사진과 현대미술을 섞어 버리는 예술가 중에는 2 부류가 있다고 하네요. 

하나는 '예술가의 사진적 접근'으로 미술가나 예술가가 사진을 하나의 매체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정연두, 권오상 작가가 대표적입니다.  또 하나의 부류는 '사진가의 예술적 접근'으로 사진가가 사진을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사진가들입니다.

<사진 : 다섯 개의 방>에서는 이 '사진가의 예술적 접근'을 하는 사진가 5명을 모셨습니다. 
그 사진가는 김도균, 김태동, 백승우, 장태원, 정희승입니다.



전시회 제목대로 <사진 : 다섯 개의 방>은 5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김태동 사진가의 사진을 전시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이 사진가의 위치를 도식화해서 보여줍니다. 김태동 사진가는 다큐 사진과 스트레이트 사진가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장소와 재현 다큐, 밤, 시간, 사람, 공간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고 세미 구성 사진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재현의 매체이지만 사진가의 주관으로 현실을 재구성합니다. 그 재구성의 시선이 사진가의 시선입니다. 


김태동 사진가의 방에 들어가니 청담대교 밑에서 패딩을 입고 카메라를 노려보는 청년이 서 있습니다. 



반대편에 보면 똑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틀린 부분 찾기 사진 일까요? 그건 아니고 두 사진은 거의 비슷하지만 촬영 시간이 다릅니다. 사진은 시간의 매체라고 하죠.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명성이 강한 매체입니다. 그런데 위 2장의 사진은 사진의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얼핏 보면 연속 촬영 사진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2 장의 사진은 다른 날 같은 장소 같은 인물이 같은 포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시간을 모호하게 만들었네요. 사진과 시간에 대한 멋진 변주네요. <반 구축적 다큐멘터리로서의 사진>이라고 명명했듯. 다큐 사진의 재현성 증명성을 멋지게 담았네요




김도균 사진가의 방에는 타일이 붙어 있는 듯한 방에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의 조형어법을 이용한 사진입니다. 아니 사진이 아닙니다. 방 전체가 하나의 사진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3D라는 현실을 2D로 재현한 매체이죠. 이런 현실 왜곡에 반기를 들고 사진을  3D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네요. 






다음 방은 장태원 사진가의 방입니다.  이 방도 아주 흥미로운 방입니다. 

포토그래피는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사진은 빛에 반응하는 이미지센서나 필름을 이용해서 현실을 재현하는 매체이죠. 따라서 사진을 잘 찍으려면 이 빛이라는 녀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빛을 보는 훈련을 하라고 하죠. 

그럼 사진에서 빛  그리고 빛의 부산물인 그림자를 지우면 어떻게 될까요? 장태원 사진가는 사진에서 빛과 그림자를 지웠습니다. 위 사진은 사진에서 그림자를 파냈습니다. 무슨 판화같이 보이네요. 


흥미로운 사진이네요



반대편에 있는 사진도 그림자외 빛을 지웠습니다. 그랬더니 그림이 되었네요. 사실, 이 그림도 램브란트 이전에는 그림에 빛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HDR사진처럼 모든 부분에 노출이 맞았죠. 그림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림만 있던 시절에는 그게 바른 현실 재현법이었습니다. 그러다 그림에 빛을 표현했더니 그림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고 그림이 벽을 뚫고 나올 정도의 생기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사진이라는 놈이 탄생하자 미술은 기겁을 합니다. 아! 젠장 나보다 현실을 더 재현하다니. 처음에는 욕지기를 하고 천박하다 과학의 시녀다 어쩌고 하다가 결국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미술은 짐을 챙기고 인상주의나 추상화로 이동을 합니다.

그 추상화로 도피한 미술이 현대가 되면서 재현이고 나발이고 그따위 것 다 필요 없고 개념이 중요해라고 외친 '마르셀 뒤샹'이 나오면서 개념미술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보이는 것을 달리 해석하는 개념미술, 누가 뒤샹이 철물점에서 산 소변기를 예술품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이제 사진은 자신을 능가할 재현 만랩 매체가 없어지자 심심했는지 미술과 닮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재현의 도구인 사진이 다큐라는 껍질을 벗고 나도 예술의 한 도구로 활용 당할 수 있어라고 외치고 이렇게 현대미술의 중요 개념인 개념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백승우 사진가의 사진은 이전에 몇 번 봤습니다. 이 사진가는 사진의 한 성격인 기록성을 이용한 사진 아카이브를 사진가의 주관이 들어간 맥락을 넣어서 재구성을 합니다. 전혀 연관이 없는 사진을 시리즈로 배치하면 하나의 맥락이 발생하죠.

사진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예전에는 사진을 무조건 자신이 촬영하는 창조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남이 찍은 사진 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재구성하면서 개념을 넣어서 만든다고요. 미래에는 남의 사진으로 사진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겠네요. 

하기야. 현대미술은 아이디어 싸움이지 직접 만들고 안 만들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백승우 사진가 방은 벽에 사진 대신 무슨 메달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메달에는 백승우 사진가의 사진 시리즈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사진은 사진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방을 나오면 복도에는 다양한 사진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책 전시회장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진집이 있네요



마지막 방은 정희승 사진가의 방입니다. 사진가들 나이들이 1970년대 생들입니다. 흥미롭네요. 사진은 이상하게 나이 든 사진가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경력을 어느 정도 쌓아야 인정 받는 예술계라서 그런 것일까요? 젊은 사진가 중에 치고 나오는 사진가를 보기 어렵네요


정희승 사진가의 방은 <현상학적 접근으로서의 사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방에 들어가면 사진은 없고 책만 가득합니다. 정희승 사진가에게 큰 영감과 도움을 줬던 54개의 책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명색이 사진전인데 사진이 없을리 없죠. 정희승 사진가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책표지를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프린트해서 책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책 전시회겸 사진전이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사진이나 예술이나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면 평론가들이 박수를 쳐줍니다. 그런면에서 5명의 사진가는 기존의 정형화된 사진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사진 : 다섯 개의 방>은 추천하는 사진전입니다. 사진전하면 떠오르는 디스플레이 방식이나 주제를 헝크러트려 놓을 정도로 자유로운 생각과 전시회 방식이 이채로운 전시회입니다. 김종호 두산 갤러리 디렉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 미술계나 사진계나 사진가나 미술가를 텍스트로 분리하고 구분짓고 영감을 누구한테 받고 누구에게 영향을 줬다는 식의 도식화 하는 작업이나 정리하는 작업이 없다고요. 예를 들어 서양은 후기 인상파, 미래파, 야수파, 입체파 등등 예술가들을 잘 구분하고 정의를 내리고 주장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한 미술가나 사진가를 무슨 흐름으로 정리하지를 못합니다. 예술 사조에 대한 정의가 미흡하다고 하더군요. 

그걸 누군가가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워낙 저변이 약해서 그 작업이 없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해외에서 뜨는 한국의 단색화 그림들도 해외에서 모노크롬 사조를 그냥 그대로 차용한 것 같더군요. 우리만의 사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계도 그렇죠. 어떤 사조나 흐름이 있을까요?

사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 특히 현대미술과 사진의 접점을 잘 느낄 수 있는 사진전입니다. 사람이 많아서 대충 보고 왔는데 다음에는 오랜 시간 천천히 많이 보고 오래 사유하러 다시 찾아가야겠습니다. 

<사진 : 다섯 개의 방>은 7월 14일 오늘부터 8월 27일까지 종로5가 두산 갤러리에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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