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많은 전시회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전시회장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정보도 얻고 인터넷으로만 봤던 새로운 기술의 상용화를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그래서 제가 관심있는 전시회는 꼬박 꼬박 챙겨 봅니다. 특히나 IT관련 전시회는 꼬박꼬박 봅니다.
그런데 IT관련 전시회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의 국내 IT전시회들이 예전 같은 활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글로벌 업황과도 관계가 있지만 스마트폰 만큼 대변혁을 일으키는 카테고리가 나오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뭔가 달라진 게 없나 또는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술의 시연을 지켜보기 위해 월드IT쇼를 찾아가 봤습니다.
첨단보안 안전산업대전과 함께한 월드IT쇼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잘 팔리는 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시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없는 전시회 인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같이 전시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첨단보안 안전산업대전 전시회가 코엑스 B홀에서 전시를 하네요. 월드IT쇼에 입장하려면 1층 B홀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표를 받고 자연스럽게 B홀로 들어 갔습니다.
보안 쪽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면서 몇몇 회사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지문인식 업체가 있기에 자세히 물어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해서 대충 보고 넘어갔습니다.
오히려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몇 개를 봤는데 따로 포스팅으로 소개 하겠습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는 가상 자전거 제품도 흥미롭네요.
A홀은 ICT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ICT는 인포메이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의 약자인데 요즘은 IT 대신에 많이 사용합니다. 요즘 IT기술들은 통신을 기반하는 것이 많아서 ICT가 더 많이 사용될듯하네요. 정부에서 마련한 듯한 썰렁함 그 자체인 A홀은 빠르게 지나쳤습니다. 많은 지자체와 대학교가 참가 했는데 딱히 뭐 관심 가져 줄 만한 제품도 기술도 없었습니다.
3층 월드IT쇼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올해의 멀티미디어 기술 대상 대통령상은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가 받았네요. 이 상은 별 의미는 없습니다. 매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으로 점점 그 권위나 가치는 떨어지고 있네요.
패밀리 허브인데 LCD를 붙인 냉장고와 IoT를 접목해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과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냉장고입니다. 이런 개념은 수년 전에 나온 것이고 특이한 것도 아니라서 별 느낌이 없네요.
국무총리상은 국내 거의 유일한 드론 업체인 바이로봇이 받았습니다. 바이로봇은 장난감 드론 업체로 실내에서나 아이들 장난감용 제품을 주로 만듭니다. 이 바이로봇이 유일한 이유는 한국 특히 서울은 군사 시설과 보안 때문에 강북에서는 드론을 전혀 날릴 수 없습니다. 그 외 지역도 높이 150미터 이하로만 날릴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드론을 날리고 드론 산업을 키웁니까?
어제 뉴스 보니 광나루에 드론 자유지역을 만들어서 거기서만 맘대로 날리게 한다고 하는데 졸속행정입니다. 차세대 먹거리로 드론을 선정해놓고 법 개정은 전혀되지 않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무슨 드론 산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지정하나요? 바이로봇은 영리하게 10미터 내외로 날리는 장난감 드론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정부 지원금도 거의 다 독식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기술대상인지 뭔지 2개의 업체만 빼고는 다 별로네요.
신기술 신제품 소개 보다는 체험 공간으로 꾸민 SKT
이 월드IT쇼는 대기업이 총 4개만 참여했습니다. 매년 그랬습니다. SKT, KT라는 두 이통사와 LG전자 삼성전자라는 두 대형 가전업체만 참가합니다.
SKT부스는 새로운 기술 시연보다는 체험 공간을 만들어 놓았네요. 가상현실, VR체험 등을 통해서 상품을 획득하는 게임을 주로 하게 하네요.
큰 변화입니다. 예전엔 우리 미래의 기술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 많아서 많이 물어보고 현재 상황을 물어봤는데 그걸 싹 지워버렸네요
마치 게임 부스 같았습니다.
나름대로 뭔가 보여주려고 했는데 기술적인 이야기는 전혀 나눌 수 없네요. 이런 모습은 KT도 마찬가지입니다.
VR 체험만 가득했던 KT
KT도 마찬가지입니다.
VR기기 놓고 체험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몇 개의 다른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5G라고 써 놓고 VR체험이 대부분이네요.
평창올림픽 공식스폰서인지 평창 평창한 분위기가 많네요
3D와 디스플레이 보단 G5만 집중 부각시킨 LG전자
3~4년 전만해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3D TV 전쟁을 했습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멱살잡이를 하던 두 회사는 소비자들이 3D에 대한 관심도가 확 떨어지자 멱살 잡던 손을 풀고 다른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 다른 먹거리는 OLED와 퀀텀닷이라고 하는 고해상도 TV로 선회를 합니다.
그러나 그쪽도 큰 인기는 없네요.
그나마 LG전자는 LG 시그니처란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가전 쪽은 계속 약진하고 있습니다.
TV쪽은 올레드 TV가 가격 하락과 꾸준한 수요 증가로 가전 쪽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3D TV나 스마트TV쪽은 전혀 전시를 하지 않고 있네요. 3D TV와 스마트 TV의 공통점은 오버스펙 기술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이 아닌 기술 과시형 또는 마케팅용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자 슬그머니 두 기술을 뒤로 슬쩍 밀어 넣고 있습니다.
LG전자는 G5만 가득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체험을 한 제품이라서 그냥 대충 보고 넘겼습니다.
차분하지만 볼 게 없었던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호사로운 전시품목과 전시회는 다 지우고 별 내용도 볼만한 제품도 없는 전시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갤럭시 S7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는 모습은 차분하면서 조용히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 같지만 애플 마케팅 배끼기일 뿐입니다.
유일하게 볼 만한 제품은 기어360캠입니다. 360도 캠인데 제품 가격이 30만원이 넘네요. 게다가 갤럭시 S7과 갤노트5에서만 작동한다고 하네요
호환성도 떨어지네요
LG전자의 클래식TV를 벤치마킹한 듯한 TV테두리만 세련되게 만든 세리프TV는 30인치 정도 되는 저 제품이 무려 170만원이나 합니다. 부자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해도 가격이 너무 과하네요. 그럼에도 돈 많은 분들은 사겠죠.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쓰는 SUHD라는 마케팅 용어를 쓰는 제품을 가득 전시하네요
볼만한 중소기업 제품이 없었다면 정말 최악의 전시회네요. 먼저 빅4라고 하는 4개의 기업이 전시회를 억지로 참가한 느낌이 더더욱 강합니다. 새로운 기술 소개도 새로운 제품 소개도 거의 없고 그냥 VR기기만 잔뜩 깔아 놓고 체험하라고 하는 모습 같네요.
두 가전회사는 최신 스마트폰 체험에만 집중을 하고 자신들이 만든 아이디어 상품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하이마트 보다 못한 느낌입니다. 양판쇼도 이보다는 낫게 할 겁니다. 전시회라고 하기에도 창피한 전시회네요. 이 2016 월드IT쇼는 전화로 꼭 전시회 참가하라고 전화까지 오고 메일도 오고 문자도 오는 등 참여를 무척 독려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장사가 안되니까 적극적으로 더 홍보를 하는구나
예상을 하고 찾아갔지만 예상 이하로 초라하고 졸렬한 전시회네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신제품 구경하러 가실거면 근처 하이마트나 베스트샵,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서 편하게 감상하세요. 전시회 가봐야 기술 질문 해봐야 제대로 대답하는 직원 대신 행사 업체가 하루 교육 받고 투입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전시회는 안 하는게 더 낫습니다. 차라리 가을에 하는 한국전자쇼가 더 낫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새로운 제품 흥미로운 기술은 꽤 볼 수 있는 것은 괜찮네요.
전체적으로 IT쪽 회사들이 예전만큼 활력이 없고 그 활력 없는 모습이 그대로 전시회에 재현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