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가면 많은 갤러리에서 각종 사진전이 펼쳐집니다. 프로 사진가의 개인전도 있고 사진동아리의 사진전 그리고 아마츄어 사진가의 사진전도 열립니다. 사진전이라는 것이 어떤 기준을 통과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돈만 내면 아무나 전시회를 할 수 있습니다. 고집 있는 갤러리는 관장이 일정 수준의 퀄리티나 유의미한 전시회일 경우만 허락하는 경우가 있죠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CEO출신 분들이 모여서 사진전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CEO에서 은퇴를 한 분들인지 현직 CEO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문적 소양 또는 취미 활동을 좀 더 진중하게 하고 싶은 CEO 분들이 사진 교육을 받고 사진전을 하는 전시회를 봤습니다.
사진들의 수준은 사진 동아리 수준이고 대부분이 이발소 그림 같은 풍경 사진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사진 동아리 사진전이더군요. 사진이 국민 취미라고 하지만 이렇게 모여서 사진전을 하고 사진 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에 사진을 취미로 선택한 노인 분들이 꽤 많습니다. 유명 출사지에 가보면 고가의 DSLR을 메고 다니는 노인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 만큼 은퇴 후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겠죠. 사진 시장에서는 이 은퇴한 노인 분들을 잡으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경제력이 좋은 노인 분들이 카메라에 대한 투자나 사진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사진 강의에 가보면 노인 분들이 꽤 많습니다. 나이 들어서 주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중하게 사진을 배우는 분들도 많죠. 그런 분이 책을 냈습니다.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라는 책은 CJ제일제당, 삼성자동차,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와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을 역임한 CEO 출신의 박찬원 저자가 쓴 책입니다. 국내 굴지의 유명 기업 CEO 출신 저자가 은퇴 후에 사진 대학원에 다니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사진 일기를 담은 책이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입니다.
이 책은 사진 일기라고 할 정도로 전체적인 글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그날 그날 사진을 배우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따라서 책 내용이나 수준은 딱 아마츄어의 글과 수준이고 블로그에 올라온 글과 비슷합니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자 단점입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아니고 글을 잘 쓰는 분도 아니라서 풋풋한 냄새가 많이 납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다가 좀 더 진중하게 사진에 접근하면 가지게 되는 수 많은 공통된 갈등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나만의 시선을 담은 사진을 해야 하나? 대중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사진을 해야 하나? 하는 갈등이나 사진을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에 관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이 부분들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에게 솔깃한 이야기와 공감대가 높은 글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이 책은 일반 취미 사진가들이 경험할 수 없는 사진대학원 수업과 과제 그리고 졸업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본 사진전의 사진가가 저자와 대학원 동기였네요. 워낙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사진대학원을 다녀서 그런지 다양한 나이만큼 다양한 시선의 사진들이 보입니다.
이 사진전도 인사동에서 봤었는데 다 저자의 같은 대학원 동기였군요. 두 사진들 모두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소재나 주제의식이 쉬우면서도 선명해서였습니다.
이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의 글들이 모두 공감가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부분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과잉 의식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사진에 대한 열정 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동시에 그 열정도 돈에 대한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
뭐 다 부러워서 하는 소리죠. 저도 제 블로그 글 중에서 사진에 관한 좋은 글은 모아서 좀 더 다듬어서 책 한 권 내고 싶네요. 사진을 배우는 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아마츄어 사진가가 프로 사진가가 되는 과정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