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선거는 군대에서 했습니다. 차를 타고 나가서 한 동사무소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고 나왔습니다. 90년대 중반이니 기호 1번은 전두환이 세운 민정당이 김영삼이라는 부산 여권 거물 인사를 영입해서 만든 민주자유당이 이름을 바꾼 신한국당이 기호 1번으로 있던 시절이었네요.
그러나 군 전역 후에 김대중, 이회창이 나온 1997년 대선 선거는 안 했습니다. 솔직히 선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대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 없음을 이해합니다. 자고로 20대는 선거율이 높지 않습니다.
정치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20대의 낮은 투표율
20대는 전통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습니다. 저도 20대 때 참 열심히 투표 안 했습니다. 제 경험으로 20대들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해석을 하자면 먼저 20대는 정치에 대해서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누가 유명한 정치인인지도 모르지만 보수와 진보 개념도 자세히 모릅니다.
저도 술자리에서 당당하게 보수라고 외쳤으니까요. 뭐 보수가 뭐고 진보가 뭔지 개념도 없었고 단지 사회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에 관심 둘 시간에 공부하고 취직 걱정하던 것이 더 컸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정보량도 적고 관심도 적다 보니 누가 누군지 어떤 정치인과 정당이 나에게 이로운지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투표를 한다고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누가 되든 세상은 잘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20대인 90년대 중후반은 국내 경제 성장률이 7~8% 이상 고성장을 하던 시절이어서 누가 되든 취직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정치에 대해 관심이 커졌냐? 직장 다니고 나서부터입니다. 내가 번 돈에서 세금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세금이나 하다 못해 교통 범칙금이나 여러가지 복지 사회 시스템이 경험하면서 바뀌었습니다.
이 사회 시스템과 세금에 대한 권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니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 만들더군요. 30대가 왜 투표율이 높은지 아세요? 20대는 학교라는 인큐베이터나 사회 생활 경험이 적다 보니 사회 시스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다 보면 사회 시스템과 복지 정책, 육아 정책, 직장인에 대한 정책 정책 정책을 직격으로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육비를 주냐 마냐 얼마를 주냐와 자녀들 무상 급식을 하느냐 마느냐와 연말 정산비를 얼마를 주냐 등의 정부 정책의 온기와 찬기를 바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30대 이상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인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반면, 20대에게는 반값 등록금 이슈 말고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습니다.
여기에 부동산도 자동차도 재산도 없는 20대에겐 지킬 것이 없어서 더더욱 선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20대 총선, 20대에게는 큰 영향을 주는 총선
그럼에도 이번 20대 총선은 20대에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20대를 정치인들이 점점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청년 정책이 거의 없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청년 일자리 늘리기 공약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노인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노인표에 대한 신경을 더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20,30대가 아닌 노년층을 향한 정당들의 사랑의 세레나데는 노년층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지하철의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상 복지인 무료 승차를 계속 유지하는 것 아닙니까. 몇년 전에 총리가 65세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 승차를 개혁한다고 살며시 말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쑥 들어갔습니다.
이게 다 노인들의 열정적인 높은 투표율 때문이죠. 반면 20대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28,1%, 2002년 지방선거 31.2% 등 대선과 총선이 평균 투표율이 30~40% 되지 않습니다. 반면 60대 이상은 꾸준하게 7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유가 수십 개가 있지만 투표를 안하는 20대에게 대한 정책은 점점 0으로 수렴하고 있네요.
더 안타까운 것은 2018년부터 인구 절벽이 시작되기 때문에 10대와 20대 인구수가 점점 줄어 들기 때문에 20대를 위한 정책은 점점 더 줄어 들 것입니다. 그럼 정치인들이 다시 20대에게 주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투표를 하면 됩니다. 투표율을 최소 60% 이상 끌어 올리면 정치인들이 20대들의 투표율에 놀라서 20대를 위한 정책을 만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찍을 사람이 없다면 기권표(무효표)라도 던져라
고백하자면, 저 이번 20대 총선 선거 투표 안 하려고 했습니다. 살다 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선거는 처음입니다. 아무리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너무도 없네요. 네 압니다! 최악을 걸러내기 위해 차악에 투표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이번 선거는 놀랍게도 최악이 3개나 있습니다. 새누리, 더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최악입니다. 더민주당은 우클릭을 해서 새누리당과 구분이 안 가는 정당으로 변했고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이라는 쓴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야권 분열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20대 총선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론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야권이 제대로 분열을 해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표를 합쳐도 새누리당 표를 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이미 진 경기에 투표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보여서 안 하려고 했습니다. 뭉쳐도 힘든 마당에 선거 4개월 앞두고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안철수를 보면서 짜증만 나네요.
청년들의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분이 이제는 청년들의 절망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뭐 좋은 점이라면 더민주당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모습에 따끔한 회초리가 되어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네요. 제가 투표를 하지 않으련느 결정적 이유는 더민주당이 우클릭을 해서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을 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자기 정체성을 흐려 버리면 새누리당과 다른 점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만년 2등 하면서 새누리당과 정치 권력 나눠 먹는 또 하나의 새누리당일 뿐입니다.
이렇게 지지할 정당이 없다 보니 선거를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습니다. 투표를 하고 나서 쓴 소리를 하던 뭔 소리를 하던 하려고 합니다.
누구를 찍고 어느 정당을 찍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각자의 정의대로 각자의 판단대로 투표를 해야 합니다. 정 투표할 정당이나 인물이 없으면 무효표라도 찍어야 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과 무효표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보면 똑같습니다. 그러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으면 20대 투표율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반면 무효표라도 찍으면 투표율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무효표는 선거에 대한 보이콧을 표시하는 하나의 의견이라서 정치인들 모두에게 쓴 소리를 낼 수 있는 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하지 최선의 수단은 아닙니다.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차악에 투표를 하는 것이 두번 째로 좋습니다. 그리고 찍을 정당도 국회의원 후보도 없다면 무효표라도 찍으세요.
최악은 투표를 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언론에 따르면 20대의 86%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했네요. 표본 수가 1000명도 안되고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것이라서 거품도 허수도 있다고 쳐도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헬조선 탈출법의 가장 현실적인 탈출법은 선거 뿐
20대의 유행가인 '헬조선'은 돌림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헬조선은 취객의 신세 한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툭하면 다 때려치고 농사나 지어야겠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놈의 나라 언젠가 떠나고 만다라고 말을 자주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생 이 나라에서 삽니다.
마찬가지로 헬조선 노래해봐야 헬조선에서 살 뿐입니다. 도울 김용옥의 방송에서 "자신은 헬조선에서 20년 정도만 살면 끝이지만 20대는 70년 이상을 살아야 해". 그는 방송에서 선거도 안 하면서 무슨 놈의 헬조선이냐는 독설을 날렸습니다. 선거를 안 한 청춘들이 헬조선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고 일갈을 날렸습니다.
듣기 거북하지만 틀린 말이 아닙니다. 투표 안 하는 분들이 헬조선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반대로 헬조선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에서 사는 것이 아닌 한국을 개조해야 합니다. 투표로 한국을 개조할 수 있냐? 네 있습니다. 다만, 그게 느리고 느립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의 변명이 "내가 투표 한다고 뭐가 달라져?"입니다.
물론, 당장 월급이 오르고 복지가 증진되고 내 삶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공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크게 줍니다. 헬조선을 탈출하는 방법은 투표 밖에 없습니다. 무효표라도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선거는 하려고 합니다. 투표율이라도 올려 놓아야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워하고 20대 무서워 합니다. 무효표라도 찍어야 정치인들이 20대의 무서움을 알게 되고 부랴부랴 20대를 향한 러브콜을 보냅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되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투표를 한 다는 그 행위가 중요합니다. 그게 20대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