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블로그에 2~3개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수필 같은 사진에 관한 글도 있고 사회 비판을 담은 신문 사설 같은 글도 있고 IT나 카메라 등의 제품 리뷰를 담은 정보성 글도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게 글을 쓴지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2007년 이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던 포스팅과 2016년의 내 포스팅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10년이면 뭔가 달라졌겠지하고 일부러 2007년에 쓴 글을 읽어 봤습니다. 역시! 큰 차이가 있더군요. 필력이나 글의 길이나 내용이나 2007년 글은 정제되지 못하고 투박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글도 뭔가 정제 된 글이라고 느껴지지 않네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전 외형적으로는 변한 것 같지만 그 속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글쟁이가 될 욕심도 꿈도 없지만 일반인들을 위한 쉽게 읽히는 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색다른 시선을 담은 글을 꾸준하게 쓰고 싶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쉽고 편하게 글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가의 문장수업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글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추천 도서 5권 중의 1권이었습니다. 그 책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 왔던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미움받을 용기'를 쓴 '고가 후미타케'였습니다.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미움받을 용기'의 2명의 저자 중 한 명이 바로 이 '고가 후미타케'였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책으로 우리에게는 낯선 개인심리학이라고 하는 '아들러 심리학'을 노인과 젊은이의 대화형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 '미움받을 용기'가 한국에서 히트한 이유는 무한경쟁사회에 사는 한국에서 경쟁이라는 독을 해소하는 해독제 같은 책이었습니다. 또한, 책이 철학 서적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습니다. 쉬워도 너무 쉽습니다.
문장은 부드럽게 쓰기가 제일 어렵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알기 쉬운 표현으로 말할 수 있다 <요시모토 다카아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많이 팔릴 수 있는 이유는 잘 읽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책을 읽다가 의문이 되는 내용을 젊은이가 화살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명확한 답변으로 받아치는 모습이 마치 스포츠 경기 같았습니다.
저도 잘 압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요. 반대로 많이 알면 알수록 쉽게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고가 후미타케'라가 쓴 책을 골랐습니다.
'입말'을 '글말'로 바꾸는 노하우 전수
저자 '고가 후미타케'는 학교에서 작문 공부를 배우지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왜 우리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지를 설득력 있는 글로 시작합니다. 머리속에 뱅글뱅글 도는 생각을 글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따라오라고 합니다.
이 손짓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겪는 글에 대한 고통과 공포를 잘 어루만져주면서 이끌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를 머리속에 있는 생각이 글말로 번역해야 하는데 문제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뱅글뱅글 도는 생각을 생각 번역을 통해서 글로 적어야 하며 생각과 말과 글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말이 글이 되고 생각이 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워밍업을 한 후에 문장 수업이 총 4강을 통해서 진행합니다.
1장에서는 문장은 리듬으로 정해진다라는 주제로 문장의 리듬타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글 쓴 사람의 문체를 좋아한다고 할 때 그 문체의 실체를 쉬운 화법으로 접근 합니다. 문체를 이루는 것은 주어 서술어의 차이와 함께 호흡이 느껴지는 리듬이라고 말합니다.
문장의 리듬을 위해서는 쉼표와 마침표를 아끼지 말며 접속사 사용법과 아름다운 글보다는 정확한 글을 추구해야 하며 시각적 리듬인 행갈이를 하는 요령, 음독을 통해서 문장의 리듬을 확인하는 방법과 단정하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논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일하게 아름다운 문장 대신 짧고 정확한 글을 추구하라고 하는 것만 공감 가지 않을 뿐 책 전체가 공감이 가고 따라할 것들이 수두룩하지만 특히 1장은 더 큰 공감을 주네요.
2강은 문장의 재미는 구성이 좌우한다입니다.
문체가 리듬이라면 긴 문장의 재미는 구성입니다. 저는 긴 글을 쓸 때 영화 예고편 또는 영화의 기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긴 글 잘 안 읽습니다. 저 조차도 긴 글은 쭈루룩 쭈루룩 스크롤 해 버리고 굵은 글씨만 보고 넘기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초반에 충격적인 사실이나 일반적인 시선과 반대되는 시선이나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런 방법은 최근 영화들이 잘 쓰는 수법입니다. 초반 30분에 관객을 확 잡아줄 액션을 쏟아 부어야 영화 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기승전결의 고전적인 스타일도 좋지만 기전승결식으로 중요한 부분을 앞으로 끌어내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 식의 구성을 추천합니다.
또한, 흥미를 유발하는 도입의 3가지 패턴으로 임팩트 우선형, 감질 내기형, Q&A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초반의 10줄에서 독자를 유혹하지 못하면 독자는 뒤로 버튼을 누르고 나가버립니다. 여기에 논리적이 글쓰기를 강조합니다. 주장, 이유, 사실로 구서된 논리는 탄탄한 구성을 만들어 줍니다.
3강, 자신의 문장을 독자로서 읽어 보라는 아주 중요한 강의입니다.
1월부터 3월까지 한 갤러리에서는 미술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강의의 강사는 서울대 교수였습니다. 강의는 지리멸렬했습니다. 강의 내용의 중심도 없고 자기가 아는 내용을 다 쏟아낼 기세로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그 강의 내용이 미술학도나 이해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관객과의 눈 맞춤도 없이 자기 혼자 블라블라 떠들고 끝내더군요
한 두 번 듣다가 강의 듣기를 포기했습니다. 강의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강의를 못하는 교수나 강사가 많습니다. 특히,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강사들도 강의를 잘 하지 못하는 모습에 장탄식이 나옵니다. 저러고도 강의를 하면서 돈을 받는구나! 누구도 그 강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나 봅니다. 그럼 스스로 그걸 깨달아야 합니다.
모니터링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한 강의를 직접 시청하면서 문제점을 스스로 고쳐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적한 강사들은 모니터링을 하지 않나 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문장을 자신의 시선이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의 시선으로 읽어 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잇는 쉬운 문장으로 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많이 알면 글을 쉽게 씁니다. 3강에서는 독자의 시선을 강조합니다. 나 혼자 보는 일기장이라면 누굴 설득 시킬 필요가 없지만 공개적인 글을 쓰는 이유는 남을 설득하기 위함이죠. 저자는 설득 대신에 독자가 납득이 가는 글을 쓰는 것이 설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설득이 계몽의 일방적인 시선이라면 납득은 남 일에 관심이 없는 독자의 시선에 맞춰서 그 독자가 납득이 가게 하는 글입니다.
마지막 강의인 4강은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쓰기의 완성은 편집에 달려 있다'라는 강의입니다.
쉽게 말하면 탈고의 중요성을 적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제가 쓴 글을 그냥 몽땅 세상에 공개합니다. 지금까지 전 글을 쓸 때 탈고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안 하는지 오탈자 검사도 안 합니다.
왜 안 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정성스럽게 쓴 글을 싹둑 잘라내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아프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내가 글을 쓴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확 날아가는 것에 대한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탈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탈고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할 생각입니다.
4강은 내가 쓴 문장을 가위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글을 잘라 내야 하는 이유와 탈고의 이유에 대한 강의가 들어 있습니다.
예상대로 <작가의 문장수업>은 아주 쉬운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과 구체적인 사례와 밑줄까지 있습니다. 게다가 각 강의 후반에는 요점 정리로 다시 한번 저자의 메시지를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딱딱하지 않아서 좋은 책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빈약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블로거들같이 짧은 글을 자주 쓰는 분들이나 칼럼을 많이 쓰는 분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면서 해결책도 제시합니다.
왜? 내 글이 안 읽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책입니다.
자! 그럼 저는 이 정도에서 글을 마치고 탈고를 하러 저 윗줄부터 다시 읽어 봐야겠습니다.